선의의 공정한 경쟁을 화두로 병술년 새해를 연 산업용가스 충전업계가 지난해 연말부터 시작된 병의원, 발전소 등 각 수요처가 실시한 2006년 수요분 산업용가스 입찰에서 ‘누가 누가 많이 낮추나?’식의 최저가 경쟁을 벌여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실제로 의료수가가 적용되고 있는 병의원 등의 의료기관 가스입찰에서 지난해 공급가격(예가)보다 50%이상 낮은 가격으로 투찰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막나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의료기관의 경우 높은 의료수가로 인해 여타 수요처와 달리 비교적 높은 가격대에 가스가 공급돼 왔던 터라 기존 공급업체들로 하여금 허탈감을 자아내게 만들고 있을 뿐 아니라 저가 낙찰업체는 물론 응찰업체들을 대상으로한 감정적인 대립이 이어지면서 모든 입찰이 과열양상으로 치닫게 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가 본격적으로 형성된 것은 지난해 한 입찰경쟁에서 신뢰부족으로 인한 불미스러운 결과로 인한 것으로 분석되며 수익이 없더라도 남 주기는 싫다는 감정의 골이 깊게 패여 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빗대어 설명하자면 입찰업체나 투찰업체 모두가 우리 민족이 버려야할 빨리빨리 문화와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식의 이기주의 근성으로 인해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붕괴 등 세계를 놀라게 할 만한 사고가 발생되었다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대형사고는 주로 부정부패와 부실공사가 맞물려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최저가 입찰은 결과적으로 사고를 방조하는 주범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처녀가 시집안가겠다는 말과 노인들이 죽어야겠다는 말 그리고 장사치가 밑지고 판다는 말이 3대 거짓말이라고 한다.
그러나 오랫동안 산업용가스업종을 지켜본 입장에서 이번과 같은 수요처 입찰경쟁에서 보여준 결과는 손해 보는 사업을 감수하는 것으로 나타나 예로부터 내려온 거짓말의 전통을 깨뜨리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만하다.
즉 최저가 입찰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업체들의 상태를 단순하게 설명하면 100원에 원료가스를 매입해 90원에 낙찰받아 공급하고 손해 보는 10원에 대해서는 여타 수요처 공급가격에 전가하거나 다른 방법을 통해 최소화 시키는 방식이다.
이같은 현실은 손해를 보는 와중에도 한 푼이라도 더 챙기려는 사업근성으로 인해 가스라는 위험물 취급에 따른 안전관리의 부실은 물론 부실한 설비투자를 불러일으키며 또 하나의 사회악으로의 자리매김을 부추기는 결과가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는 무분별한 저가 투찰업체도 문제지만 무조건 싼 가격에 공급받겠다는 입찰시행 업체도 문제가 있다. 이들 시행업체 대부분은 가스공급업체보다 대기업군에 속해 있거나 정부가 관여하는 공사(公社) 아니면 대형의료기관들로 공익성을 강하게 띠고 있다.
사고나 부실을 방조할 입장이 아닌 상황에서 최저가 입찰제의 지속적인 시행은 문제발생의 소지가 다분히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주지하고 적격심사 및 하한제 입찰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를 바란다.
이와 함께 산업용가스업계는 자성(自省)의 노력과 함께 이성을 되찾아야 할 것이다. 지금과 같이 남을 돕기 위한 공익(?)사업은 우선적으로 업계 공히 사업적 이익을 충분히 갖췄을 때에 비로소 눈을 돌릴 수 있다고 평범한 우리 이웃들은 생각한다.
더욱이 감정적 대립은 마음만 무겁게 할 뿐 경제적인 이익을 나누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골만 더 깊숙이 패게 만들어 자칫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자격을 잃게 할 수도 있다.
조금 과다하게 비약하긴 했지만 참을 忍자 3개(忍·忍·忍)면 살인도 면할 수 있다는 말처럼 모든 일을 실행하기 전에 한번만 더 생각해 본다면 결코 자기가 손해 보는 일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산업용가스업계가 자기성찰을 통해 최근의 입찰 경쟁에서 무조건적인 낙찰경쟁이 아닌 안전관리비 등을 포함한 적정마진을 챙길 수 있는 공정한 서비스경쟁의 입찰문화를 하루빨리 정착시켜 업계의 오랜 숙원인 시장안정화에 한발 한발 다가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