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부터 의료기관, 발전소 등을 비롯한 수요처들의 각종 입찰경쟁에서 예가보다 지극히 낮은 가격으로 투찰해 손해를 보면서도 기어코 공급을 감행하겠다는 경쟁심리가 팽배하는가 하면 작은 거래처 침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 때문에 최근 가격인상 분위기가 확산되는 와중에도 자신의 시장보호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수요처에 대한 가격조정을 먼저 진행하는 등 조합과 연합회 등을 통한 신뢰구축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가 조장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틈바구니속에서 충전소의 판매업소 직거래처에 대한 침탈이 자주 발생되면서 이를 견뎌내기 위한 하나의 방책으로 몇몇 군데에서 신규 충전소 설립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특히 충전소의 판매업소 거래처 침탈은 뿌리깊은 곳에서부터 잘못돼 온 산업용가스 유통구조가 한 몫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매년 급상승하는 물류비와 전기료, 인건비 등을 감안해 해마다 가격인상을 단행하는 액메이커들에 비해 충전업계는 주변의 동종업체와의 경쟁에 대한 불안심리로 판매업소와 직거래처에 대해 가격인상안을 자신있게 내놓지 못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매출부진과 이익감소를 추궁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업사원들을 통해 판매업소들의 질(?) 좋은 거래처에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게 되면서 이들과 자연스럽게 마찰로 이어지게 된다.
하지만 판매업소의 입장에서도 마냥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보면 심한 불쾌감을 갖고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어느 정도 대등한 경쟁위치를 찾을 수밖에 없다.
이같은 결과로 몇몇 판매업소는 공동투자를 통해 신규충전소 설립을 추진하게 되고 이는 또다른 갈등구조를 양산하면서 업계내 시장 분위기는 다람쥐가 쳇바퀴를 돌 듯 계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신규충전소 설립이 거론되고 있는 지역은 충남 아산·당진, 경북 구미, 인천, 경기 화성 등으로 알려져 있으나 경북 구미 등 구체적인 진행 단계에 있는 지역을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부지선정과 계획수립 등 기초적인 단계에서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00원의 수익위해 1,000원을 투자하는 이상한 업종
일반적으로 산업용가스업종의 유통구조는 제조, 충전, 판매의 3단계가 기본적이다.
이 구조를 이상적으로 풀이하면 각 단계별 명칭 그대로 제조업체는 생산을 담당하고 충전업체에서 충전을 하면 판매업소는 수요처 공급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이같은 구조가 깨지는 원인은 다름아닌 업계내 신뢰부족과 욕심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산업용가스업계는 단순한 욕심에 의한 시장질서 파괴가 아니라 배타적이고 이기적인 경쟁의식이 내재돼 있어 제아무리 거래처를 빼앗고 침탈해도 노력한 만큼의 댓가를 얻지 못한다는데 문제가 있다.
가령 가격을 인하해 100원짜리 거래처를 100곳 정도 확보했다고 해도 200원짜리 50곳을 가진 경우보다 인건비, 물류비, 영업비 등을 감안하고 계산하면 겉으로는 화려할 뿐 속으로는 골병이 들 수밖에 없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더 문제인 것은 이러한 계산법을 알면서도 수요처에 대한 봉사와 서비스를 무한정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에 은근슬쩍 비웃음만 나오는 것을 감출 수 없게 한다는 것이다.
사실 100원짜리 수요처를 위해 당장 금전적으로 투자되는 배관, 저장탱크, 기화기 등 설비와 초저온용기, 실린더, 운반차량 등 장비만 해도 1000원 이상이고 보면 최소 1~2년은 걸려야 원금만이라도 회수되는 경우가 많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같이 고생하고 수요처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산업발전(?)에 기여하고 있는지 업계에 되묻고 싶은 심정이다.
옛말에 ‘길(道)이 아니면 돌아가라’고 했다. 이참에 현재 동종업체를 경영하거나 종사하는 사람 중에 스스로 산업용가스업종에 잘못 들어섰다고 판단이 되는 분들은 하루속히 더 나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업종을 찾기를 간절히 바란다.
연관된 협·단체들의 공조와 노력 필요할 때
처음으로 업계에 협·단체가 자리잡기 시작한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15년전인 부산·경남고압가스공업협동조합(이하 고압가스공업협동 생략)의 설립이 추진되면서 부터다.
그리고 전국일반고압가스협회, 대한탄산공업협동조합, 서울·경인조합, 대구·경북조합, 대전·충남북조합 등이 탄생했으며 이후 4개 지역조합이 연합해 한국고압가스공업협동조합 연합회가 출범하면서 어느 정도 시장을 이끌어가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듯했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경과를 지켜보았을 때 이들 단체들의 역할면에서 2%가 아닌 98%가 부족하고 회원 구성면에서도 50%이상을 끌어안지 못하고 있다는 게 주변인들의 관측이다.
업계의 발전과 화합을 위해 건전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회원들에게 적절한 이득을 창출해 주는 것이 협·단체들의 당연한 역할이지만 지금은 몇몇 단체를 제외하고는 그럴 여력도 없는 듯하다.
더욱이 소속조직에 대해 권위와 힘을 실어주는 등의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할 회원사들은 자기 먹고 살기에도 바쁘다는 듯 냉랭하거나 무관심한 것이 지금의 현실이고 보면 칼을 뽑아들긴 했지만 썩은 무도 제대로 썰어보지 못하게 될까 심히 걱정되기도 한다.
지금이라도 협·단체는 남의 것을 빼앗는 방법과 이기심을 가르치지 말고 협동과 단결 그리고 시장 질서를 유도하면서 타인을 돌아볼 줄 알고 상호 불신의 벽을 허무는 방안을 연구·노력한다면 또다시 처음과 같은 마음으로 일어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덧붙여 각 회원사들도 지금의 분위기를 봐서는 표시도 나지 않을 만큼 협·단체의 도움을 받는다고 여기겠지만 장기적으로 인적·물적인 이득이 반드시 되돌아온다는 생각으로 죽기아니면 까무러치기식 경쟁의식은 버리고 진정으로 업계 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