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CO2)와 천연가스를 맞교환해 에너지 생산과 환경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원리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실험적으로 입증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화학공학과 이흔 교수팀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지난 15일 해저 천연가스하이드레이트층에 이산화탄소나 배기가스를 반영구적으로 직접 저장하고 동시에 해저 1000m 깊이에 존재하는 고체 형태의 천연가스(메탄 하이드레이트)를 생산할 수 있는 자연 현상적 맞교환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미국 오리건주 해안에서 채집한 메탄 하이드레이트에 수심 1000m 환경과 맞먹는 온도와 압력에 맞춰 배기가스를 집어넣은 결과 이 가스의 이산화탄소와 질소 성분이 자연스레 하이드레이트 고체에 엉겨 붙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저명한 과학저널 미국과학원 회보(PNAS) 15일자 인터넷판에 실릴 정도로 그 가치가 큰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앞서 이 교수는 2003년 발표한 ‘연료와 이산화탄소의 맞교환’이라는 논문에서 이 기술을 처음 발표했으며 사이언스지 11월에도 소개돼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이번 후속 연구 성과는 무엇보다 여러 성분의 혼합 배기가스를 직접 해저에 가둘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데다 천연가스 회수율도 90% 이상으로 크게 높여 개발의 경제성 까지 높였다는 점에서 실용화에 바짝 다가섰다는 평가다.
종전 연구에서는 지구온난화가스 중 이산화탄소를 별도로 분리·압축해야 하는데 이 비용이 엄청난 규모여서 지구온난화 해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을 뿐 아니라 천연가스 회수율도 64%에 머무르는 한계점을 갖고 있었던 반면 이번 연구 결과는 모든 구조의 천연가스 하이드레이트층에 적용할 수 있으며 얼음 형태의 퇴적층으로부터 천연가스가 거의 대부분 회수될 수 있음을 밝혀낸 것이 특징이다.
또한 이번 연구 성과로 해저 천연가스는 대부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에너지로 사용하고 지상의 배기가스는 해저에 반영구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현재 선진국이 추진 중인 메탄 하이드레이트층 개발이 해저 생태계를 심각하게 파괴시킬 수 있는데 반해 이번 연구 성과는 하이드레이트층 내부의 천연가스가 이산화탄소와 질소로 대체되기 때문에 본래 층의 골격은 파괴되지 않아 환경피해가 거의 없다는 것도 개가로 평가 받고 있다.
이 교수는 “주요 연구 결과들을 미국과 일본 등지에 특허출원모두 마쳤다”고 밝히고 확보 된 원천기술이 실제 공정으로 구현 돼 실용화 하는 데에는 앞으로 9∼10년이 걸려 이르면 2015년경에는 하이드레이트 가스를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이번 발견에 따라 확보한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실용화를 진행할 경우 지구 온난화와 새로운 에너지원 활용에서 획기적인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탄 하이드레이트
전세계 저장량이 석탄과 석유 매장량의 2배가 넘는 메탄 하이드레이트는 해저 바닥에서 메탄과 물이 높은 압력 때문에 고체 상태로 얼어붙은 것이다.
지상에서 생물들이 외부 압력에 의해 부패하면서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석유가 되는 것처럼 깊은 바다에서도 미생물이 썩으면서 발생한 메탄가스가 물과 결합해 메탄 하이드레이트가 만들어진다.
동해에도 국내 천연가스 소비량 100년분에 해당하는 가스 하이드레이트가 매장 돼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