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잠재적인 수요시장으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받았던 중국의 산업용가스 시장이 놀라울 만큼 변화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13억+∝의 인적자원에서 파생될 무궁무진한 잠재력과 수요시장의 거대함은 더 이상의 편견을 가질 수 없을 정도로 우리에겐 도전해 볼만한 가치를 충분히 주고 있다.
중국의 인구대비 산업용가스업종에 종사하는 인원을 1%로 추정해 보더라도 1천3백만명으로 우리나라 전체인구의 1/4을 차지하는 현실이고 보면 산업용가스의 수요시장은 4조원(플랜트 가동에 따른 추정액)을 훨씬 웃돌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본지는 중국의 발전상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국내 산업용가스 액메이커, 설비, 장비업계 관계자들과 함께 지난 9월13일부터 17일까지 4박5일간 중국 북경의 농업무역전시장에서 개최된 ‘제8회 국제산업용가스전시회(IG China ’2006)’를 참관했다.
액메이커, 설비, 장비 등 산업용가스 전시회 참관단은 아침 일찍 인천국제공항에서 조우, 간단히 상호간의 인사를 마치고 짧은 기간동안의 동행에 부푼 기대를 가지고 2시간의 비행길에 올랐다.
대부분의 참관단 일행은 해외 시찰이 처음인 탓에 다소 긴장하기도 했지만 기내에서 바라본 중국 대륙의 신기함과는 별도로 한국을 대표한다는 민간외교사절로서의 굳은 일념으로 짙은 안개가 가득한 북경수도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현지관계자의 안내를 받으며 전시장에 들어선 참관단의 눈에 비친 것은 예상보다 적은 규모의 전시장과 인원동원에 다소 실망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전시회의 질적인 부분에서는 매년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는 생각이 전시장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동안 빗나가지 않고 있었다.
전시장 규모는 지난해와 엇비슷한 수준으로 에어프로덕트 차이나, 에어리퀴드, 로타렉스, 북경천해고압용기 등과 산업용가스 다국적 기업들을 비롯 중국내 산업용가스 충전설비 및 장비업체 1백여사들이 자사의 제품을 출품하고 있었다.
전체적인 규모면에서는 국내 시찰단을 만족시킬만한 수준은 아니었으나 한국, 대만, 인도, 미국 등을 대표하는 업계 관계자들의 각국 시장에 대한 포럼은 성황이었고 행사진행에 따른 분위기는 한층 고조된 듯한 모습이었다.
따라서 그동안 아시아·태평양 산업용가스 제조자협회의 창설을 주도하고 목표을 눈앞에 두고 있는 중국공업기체공업협회의 아시아 유일의 산업용가스 전시회 개최는 근거리에 위치하고 시장의 거대함이라는 이점으로 우리에겐 여간 반가운 행사가 아닐 수 없다.
본지 시찰단들은 주로 공기분리장치(ASU), PSA, 저장탱크, 고압용기 및 초저온용기 등의 장비와 충전설비 등에 많은 관심을 표명하고 통역을 곁에 두고 관련업체 담당자들과 진지한 대화를 주고받기도 했다.
이번 전시회에 국내 업체의 전시회 참가는 중국 진출에 성공한 NK가 남양이라는 이름으로 수소 튜브트레일러를 출품,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으나 대부분 중국 현지 업체들과 다국적 기업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아쉬움을 남겼다.
참관단 일행은 이번 전시회 참관의 결과로 거대한 중국대륙으로의 진출이 사업적으로 매우 중요하긴 하지만 여건 조성이 미흡하고 기술보다는 가격면에서의 경쟁이 떨어져 손쉽게 넘볼 수 없다며 역수입을 통한 국내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중국 전시회 참관단은 전시회의 참관과 더불어 중국 진출을 위한 시장정보 수집, 협력사 물색은 물론 동종설비에 대한 깊은 관심을 표명하며 사전답사를 겸한 시찰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더욱이 참관단 일행중 일부는 중국의 경제사정에 비춰 장비나 설비부분에서 우리나라와 비교해 상당히 뒤처져 있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전시장을 둘러봤으나 전시형태의 빈약함과는 달리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제품도입은 놀라울 정도로 높은 수준이었다는 평가를 먼저 내렸다.
따라서 ‘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전국시대 손자의 지적처럼 대(對)중국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중국 산업용가스업계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가장 첫 걸음이 될 것이다.
한편 중국공업기체공업협회(CIGIA)의 Sun Guomin 비서장은 “중국산업용가스 업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첫째 산업용가스 활용기술에 대한 적극적이고 대대적인 R&D투자가 선행되어야 하며 둘째 전문화, 사회화, 집약화, 액화(liquefying), 파이프라인 등에 대한 개발 그리고 셋째 관련업계의 성장.발전을 위한 CIGIA의 지원 등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ASU 제조기술 보유…자가 포함 3천4백여기 가동
특수가스 포함해 산업용가스업종 성장률 매년 12~15%수준
현재 중국에는 시간당 5백~7만㎥의 생산능력을 지닌 산업용가스 플랜트만 전국 각지에 총 3천4백여기가 가동중에 있다.
특히 이러한 플랜트들이 매년 경제활동을 통해 형성하는 시장규모만 국내 산업용가스 전체시장규모(자가플랜트 包)의 4배에 달하는 무려 31억달러(약 4조원)에 달하고 있으며 충전소와 장비, 설비업체들을 포함할 경우 관련시장은 집계조차 어려울 정도로 더욱 확대된다.
이중 다국적기업의 중국내 법인이나 조인트벤처 등 해외기업(1백개 이상)이 매출액기준 65% 그리고 중국 자체 기업(3천3백개 이상)이 35%의 비율로 시장을 분할하고 있다.
물론 국토가 넓은 탓도 있겠지만 이처럼 웬만한 국가들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플랜트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중국 산업용가스 시장의 저력을 충분히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중국내 산소 생산능력은 몇몇 소형 플랜트를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의 물량을 일본이나 舊소련에서 수입에 의존했을 만큼 중국의 산업용가스 시장은 매우 취약한 수준에 불과했다.
이같은 상황은 지난 1956년 중국이 자체적으로 ASU(공기분리장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되면서 비약적으로 발전, 2000년 현재 총 6백93기의 중대형 ASU를 생산해냈음은 물론 이를 통해 시간당 총 3백66만2천1백85㎥의 산소생산량을 기록하고 있다.
중국내 ASU 생산량에 따른 산소생산능력의 변화는 최근 10년간 1백69만㎥/hr라는 엄청난 양적 증가를 보였으며 이는 중국 전체 산소생산량의 46.22%를 차지하는 규모이다.
특히 여느 국가와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철강 및 제강업계가 보유한 자가플랜트의 산소생산능력이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 업계에서 중국 전체 산소 생산량의 60%이상을 담당하고 있으며 과거는 물론 현재에도 산소산업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00년 한해동안에만 중대형 ASU 19기, 소형 ASU 52기, 질소발생장치 17기, 아르곤발생장치 6기, 초저온 액화장치 28기 등 총 1백22기의 ASU 및 액화장치를 제조했다.
또한 초저온 액화저장 및 운송장치에 있어서도 99년대비 1백28기가량 증가한 총 6백53기를 제작했다.
이러한 흐름속에서 HOPM社(Hangzhou Oxygen Plant Manufactory)를 비롯한 Kaikong社, SASPG社, Hayang社, HYAL社 등 중국내 주요 ASU제조업체들은 보다 발전된 제작기술들을 습득하게 됐고 3만㎥/hr이하의 ASU제조에 주력하면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중국내에서 가동중인 ASU중 수입제품의 비율은 19.05%에 불과하다.
물론 아직까지 대형 ASU의 경우에는 에어리퀴드, 린데, 에어프로덕트, 일본 기업 등 선진국의 제조업체들로부터 수입되고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방식으로 수입된 ASU의 산소생산능력은 전체 생산능력의 38.71% 정도를 점유하는데 그치고 있다. ASU에 있어서는 핵심기술의 미비로 거의 100%를 수입하고 있는 국내 상황과는 상당부분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중국 산업용가스업계는 공기분리플랜트 및 관련설비의 매출로 1억3천1백만달러(2000년 발표자료)에 이르렀으며 이중 5.7%인 7백58만달러는 수출을 통해 거둬들이는 성과도 올렸다.
이제 중국의 입장에선 ASU분야에 한해서만은 3만㎥/hr이상의 대형 ASU와 이와 관련한 각종 신기술 및 테크닉을 개발하는 것만이 미개척지로 남아있는 상황인 것이다.
또한 중국은 2002년을 기점으로 희귀가스, 고순도가스, 특수가스의 생산량이 매우 빠른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CGCRI(China Guangming Chemical Research Institute)는 이미 지난 70년대부터 특수가스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으며 80년대 약 4백만달러 이상의 특수가스를 수입했던 중국이지만 최근 10년간 대형 에틸렌 플랜트와 비료생산플랜트들이 지어진데 힘입어 현재 특수가스의 수입의존도를 점차 줄여나가고 있는 추세이다.
이는 중국 에틸렌관련 산업체들에서만 약 6백20만달러 규모의 특수가스를 소비함에 따라 자국내 특수가스 생산플랜트 건설이 확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수입 석유화학제품 라인(line)에서는 중국업체들이 생산한 소량의 특수가스를 사용하기보다 수입제품을 선호하고 있다는 점은 넘어서야 할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기반으로 전문가들은 중국 산업용가스업계가 향후에도 매년 12~15%의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같은 수준의 성장률은 중국 GDP(국내총생산) 평균 성장률 7.9%의 1.5~1.9배에 이르는 수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