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7년 이후부터 피부로 느껴질 만큼 깜박거렸던 한국경제의 경고등은 이제는 아예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의 대화 화두가 올해 상반기에 정점을 지난 경기가 하강세를 지나 내년에 본격적인 침체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이야기부터 경제 성장 동력 자체가 약화되고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고 실정이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는 ‘2006년 하반기 및 2007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경제성장률이 4.3%(올해 예상치 4.8%)로 둔화되고 경상수지 적자폭도 45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같은 예상은 정부가 추산하는 잠재성장률 4.8%와 비교하면 0.5% 이상 차이가 나는 결과로 경제전망 자체를 한층 어둡게 하는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경상수지의 적자 예상은 97년 83억달러 적자폭 이래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흑자로 돌아선 이후 10년 만에 적자 국면이다.
더욱이 경제체질이 저성장기조로 바뀌면서 자칫 만성적자 속의 경기침체 장기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라 전체 경제계뿐만 아니라 가깝게는 산업계를 수요처로 두고 있는 산업용가스업계 관계자들 또한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우선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년도 환율을 900원에서 960원 사이로 잠재가치보다 크게는 100원이상 고평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원화의 고평가가 지속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처럼 내년 경제지표가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로 삼성연구소는 대외(세계)경기 악화를 꼽고 있다.
연구소에 따르면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은 3.3%로 올해 3.7% 보다 둔화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경기가 올해 하반기 이후 그 동안의 고성장세를 접고 감속 성장세로 전환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국내외 경기 불황 전망에 삼성연구소는 올해 4분기를 기점으로 자동차, 조선, 정보통신, 석유화학 등 주요 산업별 업종의 경기 기상도 또한 크게 바뀔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연구소는 자동차업계가 내년에 정체상태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용접, 분위기 가스 등으로 공급되는 산업용가스의 수요마저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긴 하지만 고유가추세가 지속됨에 따라 국내업체들이 경쟁력을 보유한 LNG선, 해양플랜트 등 에너지관련 선박의 수주호황이 점쳐져 양업계간의 호환적인 가스수요로 답보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006년 선박안전기준 강화로 특수를 맞았던 유조선의 경우에는 신규발주 물량의 감소가 불가피해 가스수요물량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당분간 두고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반도체산업의 변화에 따른 산업용가스업계의 수요시장이 큰 폭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반도체산업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 비스타 출시와 D램반도체에 대한 수요증가속에 올해의 성장세가 내년에도 계속 이어져 수출 증가율이 15%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에 수요되는 산업용가스의 공급량 또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특수가스시장은 현재 소디프신소재, 울산화학 등이 NF3시장에 대한 설비투자 신증설로 인한 생산량 증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최근 한국산업가스의 NF3 공장건설 추진으로 업체간 경쟁은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나 수출과 동반된 내수물량의 증가로 시장전망은 비교적 밝게 나타나고 있다.
이와 함께 세계적인 반도체기업인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가 다시 8세대, 9세대를 건설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져 질소의 파이프라인 공급을 비롯한 특수가스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환율하락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어서 특수가스 수입업자들은 꾸준한 이윤이 예상되나 수출에 대한 부담감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같이 특수가스시장의 밝은 전망과 반도체와 LCD관련산업, 조선분야에서의 선전이 이뤄진다 해도 전체적인 산업용가스 시장은 자동차 산업의 부진이 예상됨에 따라 성장 폭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높아질 수는 있으나 전체적인 분위기는 침체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봐야할 실정이다.
수치상으로는 올해 4분기 자동차부문은 생산과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5%와 14.8% 증가하고 반도체와 선박 수출도 각각 19.9%와 15.1%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전자(생산증가율 1.7%), 석유화학(3.5%), 건설업(0%) 분야는 경기 부진이 예상됐다.
그러나 2007년에는 이같은 업종별 수출량은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다는 분석이다.
이는 자동차의 성장세는 올해 4분기에 마감하고 내년에는 내수 침체 및 국내 완성차 업체의 해외생산 확대로 생산과 수출증가율이 병합돼 올해 수준(4%)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생산과 수출이 모두 퇴조한 정보통신은 신규 서비스이용자의 확산 및 휴대폰과 PC의 교체 수요 확대로 생산과 수출이 각각 4.8%와 6.5% 늘어난 밝은 전망이 기대된다.
석유화학은 신규 설비의 본격 가동으로 생산량이 증가하고 중국의 수요증가로 수출신장률이 8.5%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밖에 건설경기나 유통 등 서비스산업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파이프라인 등을 보유한 산업용가스 제조업체의 경우는 고정적인 수요확보로 예년과 비슷한 수준의 성장세를 구가할 것으로 보이나 예하 충전·판매업계는 소비시장의 위축에 따른 경제활동 부진의 영향으로 답보상태는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불안심리는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처럼 총제적인 국가산업별 경제 전망을 보면 2007년에 이어질 한국경제의 모습이 그리 밝지 않아 보인다.
경상수지가 일단 적자로 돌아서면 이를 되돌리기가 여간 어렵지 않을 뿐 아니라 부진한 성장의 발목을 잡으면서 고용 및 소비를 위축시키는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볼 수 있다.
즉 이상태가 계속 된다면 투자와 고용, 소비가 모두 감소하면서 아예 성장기반을 상실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내년 말에 예정된 대선 또한 한국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권말 레임덕 현상과 정치적 혼란에 따른 경제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방만한 정부조직 및 재정 운영에 따른 재정적자 위험도 커질 것으로 보여 이래저래 한국경제가 사면초가에 처해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의 침체 폭을 줄이고 소득 2만 달러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일단 정부가 경제 낙관론을 벗어나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해야 함과 동시에 경기부양책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김범식 연구위원은 “감세정책을 통해 소비여력을 늘리는 동시에 가능한 범위 안에서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급격한 금리인상은 자제해야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무엇보다 투자를 촉진하고 고용 및 소비를 확대하는 데 주안점을 둔 특단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수출과 내수의 선순환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 동력을 발굴할 수 있는 유망산업의 육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