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우리나라의 월드컵 열기는 그 어느 나라 못지않게 뜨겁다는 것은 새삼 놀라운 일이 아니다.
4천만 붉은악마들의 함성이 뒤덮였던 2006년 6월의 축구 경기장... 비록 독일에서 개최되어 직접 경기장에서 선수들을 보며 응원할 수는 없었지만 축구팬이라면 누구나 경기장이며 일반운동장이며 할 것 없이 응원의 재미에 흠뻑 취했다.
하지만 당시 산업용가스 업종에 발을 담그고 있는 기자의 눈에는 응원에 쓰이는 대형 애드벌룬들과 형형색색의 헬륨풍선들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다.
경기장 여기저기 떠다니는 대형 애드벌룬과 풍선수의 방대함 만을 알 뿐 사람들 대부분은 그것에 들어가는 헬륨에 대해 생각해 보진 않을 것이다.
경기장 응원에 사용되는 풍선과 애드벌룬에 헬륨이 들어가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기자의 생각엔 ‘올해는 월드컵 때문에 헬륨을 공급한 업체가 다소 호황이었겠다’는 생각이 문득 머릿속을 스쳤다.
헬륨시장의 고성장을 예고하는 듯 3월에 열린 월드베이스볼 클래식을 비롯해 6월의 월드컵까지 유독 많았던 국제스포츠 경기는 상반기 까지 분명 2006년 헬륨시장의 청사진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전세계 헬륨생산량 1억6천만㎥
미국 내무부 산하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2006년 말 현재 지구상에 매장되어 있는 헬륨은 총 397억㎥로 추산된다.
세계최대 헬륨생산국이자 소비국인 미국 영토 내에 약 85억㎥(정부비축분 8억7천만㎥ 포함)의 헬륨이 매장되어 있고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 약 311억㎥의 헬륨이 존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세계 헬륨매장량을 나타낸 [표-1]을 보면 올해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카타르에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100억㎥의 헬륨이 있으며 미국과 알제리가 각각 84억㎥, 러시아 67억㎥, 캐나다 20억㎥, 중국 11억㎥, 폴란드 2억8천만㎥ 등의 순으로 매장량이 많았다.
그러나 이렇게 매장되어 있는 헬륨 중 막대한 설비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을 만큼의 상업성을 갖춘 대규모 천연가스전의 비중이 높지 않아 실제 인류가 활용 가능한 헬륨의 량은 전체의 30%에도 미치지 못한다.
구체적으로 미국이 전체 매장량의 43%인 36억㎥, 알제리와 러시아는 각각 23%, 25%에 불과한 헬륨만이 상업적 가치를 띄고 있어 생산 및 활용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처럼 상업성을 갖춘 헬륨소스의 대부분이 미국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전세계 헬륨생산량의 약 85%를 점유하고 있고 나머지 15% 정도를 알제리, 카타르, 러시아, 폴란드, 캐나다, 중국 등이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전세계 헬륨시장이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다.
카타르의 RAS Laffan헬륨플랜트(연산 1천6백60만Nm3)와 호주의 Darwin플랜트(연산 4백15만Nm3)가 올 상반기 가동되는 등 대형 신규 헬륨플랜트들의 등장으로 미국의 생산·공급비중이 조금씩 약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현상은 기존 Orenburg플랜트에 더해 시베리아 최대의 천연가스매장지인 이르쿠츠크 지역에 Kovykta 플랜트 등 여러 신규 헬륨플랜트의 건설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러시아의 거센 도전으로 인해 미국의 의존도는 앞으로 크게 낮아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러시아정부는 신규 헬륨플랜트들에 힘입어 2030년경에는 러시아산 헬륨이 전세계 헬륨수요의 35%~40%를 담당하게 되어 최대의 헬륨생산 강국으로 변모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앞서 말한 Ras Laffan 헬륨플랜트의 가동으로 미국산 헬륨의존도를 낮추고 수입 선을 다변화하는 데에 큰 기대를 가지고 있다.
미국이 수출한 헬륨의 절반이사이 아시아 국가들에게 공급된 것만 보더라도 수입선 다변화가 아시아 국가들에게 얼마나 필요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2006년 3분기까지 국내 헬륨소비량 5백10만7천㎥
최근 무역협회와 관세청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1,2,3분기동안 국내에 수입된 헬륨은 총 810톤(5,107,227㎥)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3/4분기 동안의 687톤(4,334,248N㎥)과 비교해 17.8%의 증대가 나타난 것으로 4/4분기 실적을 제외한 현재 전 세계 헬륨시장 평균성장률(5~6%)의 3배에 달하는 탁월한 실적이다.
또한 수입량에서 수출량을 제외한 실제 국내시장 공급량도 전년도 420만㎥에서 올해 492만㎥로 뚜렷한 증가세를 유지했다.
분기별로 살펴보면 1/4분기 273.5톤(1,723,585㎥), 2/4분기 290톤(1,832,915㎥), 3/4분기 246톤(1,550,726㎥) 등으로 나타나 전년도와 마찬가지로 4/4분기를 빼더라도 전분기에서 2백톤 이상의 헬륨이 수입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2/4분기의 수입량이 전년도에 비해 30%가까이 확대되면서 전체 시장성장을 이끌었다.
한국산업가스(주)(이하 KIG), 대성산업가스(주)(이하 DIG), 프렉스에어코리아(주)(이하 PKC), (주)비오씨가스코리아(이하 BOCK), 에어리퀴드코리아(주)(이하 ALK), 메싸MS가스(주) 등 국내 헬륨수입 6개사는 올 3분기까지 국내 헬륨시장에 주목할 만한 수요증대요인으로 2/4분기 월드컵 특수와 탁월한 시장 확대의 일등공신으로 지난해 본격 가동에 돌입한 삼성전자 탕정공장과 LG필립스 파주공장의 반도체 및 전자산업을 꼽았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 상반기도 삼성탕정과 LG파주공장의 신규설비 투자와 헬륨공급업체의 헬륨컨테이너 공급시스템 확충 증가 효과 및 2/4분기에 열린 독일월드컵의 영향으로 헬륨사용 증가가 이루어졌고 광섬유업계의 침체 또한 완화된 것이 헬륨수요의 증가를 촉진 시켰다.
실제로 올 1,2,3분기 수입된 헬륨을 컨테이너 단위로 환산하면 같은 시기 2005년 150대와 비교해 30여대가 늘어난 180대 정도로 추산돼 월평균 20여대의 헬륨컨테이너가 국내에 수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별 헬륨수요 비중에 있어서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전자·반도체 부문이 액체헬륨이 쓰이는 의료용(MRI, NMR)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이같이 전자·반도체 부문의 수요가 늘어나는 데에는 국내 전자·반도체 기술이 세계적이라는데 기인하는 것으로 전 세계적으로도 용접용, 퍼지용, 부양용 등을 제치고 전자·반도체 부문에서의 헬륨 수요비중 1위를 차지하는 것은 드문 현상이다.
하지만 하반기에 들어서면서부터 헬륨수입사들의 헬륨수급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수입사들은 타개책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형국이다.
3분기까지의 수입량만을 놓고 본다면 지난해에 비해 시장이 성장한 걸 알 수 있지만 3분기 마지막 달인 9월 하순부터 헬륨수입량이 크게 줄어 하반기 국내 헬륨시장은 정체의 늪에 허덕이고 있다.
이 같은 헬륨시장의 정체의 근본적인 원인은 미국 내 헬륨 관리를 맡고 있는 토지관리국에서 유가 상승과 부대비용 증가를 이유로 미국 산 헬륨수입 단가를 올린다는 방침 때문에 국내 수급상황이 크게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미국 쪽 헬륨 생산라인의 보수작업이 진행됐던 9월 하순부터 일방적으로 헬륨수출을 줄인 것도 큰 영향을 끼쳤다.
한편 수입량을 기준으로 한 지난 3/4분기까지 국내 헬륨시장은 KIG가 약 45%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선두를 굳건히 지켰고 PKC, DIG, AK가 각각 약 18%, 14%, 10%로 2~4위권을 형성했으며 BOCK 8%, 메싸MS 5% 순으로 나타났다.<i가스저널 추정치>
특히 DIG 같은 경우 자체 수입루트(린데)를 확보한 후 실질적 헬륨수입사로서 맞은 두 번째 해에 보다 단단한 입지를 구축했다.
신 헬륨시대 개막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올 한해 헬륨시장의 가장 큰 변화로는 미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했던 헬륨수입 의존도를 조금이나마 개선한데 있다.
아직까지도 미국산 헬륨이 90%를 웃돌 정도로 절대적이긴 하나 지난해 99%로와 비교해 보면 수입량이 늘긴 했지만 그 비중은 주춤 한 것을 알 수 있다.
앞서도 밝힌 바와 같이 세계 최대의 헬륨매장량을 지니고 있는 카타르 및 중동 국가들의 신규플랜트의 등장 영향으로 국내 헬륨시장에는 조심스럽게 수입 선의 다변화가 일고 있는 상황이다.
일단 카타르산 헬륨이 많은 양은 아니지만 ALK, BOCK, PKC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수입되고 있고 알제리 측의 헬륨수입을 늘리고 있는 ALK 등 운송기반 확충으로 인한 배송기간 단축을 어느 정도 이뤄내 수년 안에 미국산 헬륨 수입량과 대등해 질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헬륨수급 문제로 힘든 하반기 헬륨시장 상황을 놓고 보면 아직까지 미국산 헬륨의존도에 따라 국내 수급상황이 좌지우지 될 만큼 그 영향력은 아직까지 막대하다고 볼 수 있다.
수입선 다변화가 외적인 부분에서 올해 국내 헬륨시장의 특징이라면 내부적으로는 하이닉스반도체의 신규라인(M-10)에 헬륨공급을 시작한 KIG의 선전이 눈에 띤다. 컨테이너 박스 기준으로 월 1.5대분의 헬륨공급을 맡고 있는 KIG측에 따르면 아직까지도 월 1대분 정도에 머물고 있는 LG필립스 파주공장에 비교하면 M-10라인의 수요량은 엄청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삼성전자 탕정공장과 함께 국내헬륨시장의 최대 수요증대요인이던 LG필립스 파주공장의 예상밖 부진이 하반기 들어 심화된 것도 큰 이슈가 됐다.
LG필립스 파주공장을 구심점으로 시장영향력 확대에 나섰던 DIG 측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탕정 같은 반도체 공장은 화황을 누리고 있지만 파주 LCD공장은 현재 극심한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DIG 관계자의 말처럼 탕정과 함께 최대 시장 효과를 냈던 파주공장의 부진과 미국산 헬륨 수입 차질은 하반기 헬륨시장 최대 불황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침체기를 맞고 있다.
현재 국내헬륨시장은 4분기 상황이 지나봐야 정확히 알 수 있겠지만 당초 헬륨수입사들이 말했던 20%성장이 이뤄 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다음 달 정도면 시장 상황이 어느 정도 정상화될 것이란 수입사들의 전망이 위안이 되고 있지만 매년 지속적인 성장세가 계속되던 헬륨시장의 판도 변화에 모든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편 액체헬륨시장은 주로 ‘높은 확산율’과 ‘고도의 투과성’ 그리고 ‘극초저온’의 특성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
헬륨의 가장 대표적인 시장인 MRI, NMR(핵자기 공명 진단장치)를 비롯, 초전도 자기장 검출기, 분석용 센서 및 검지기, 고자기장 분리장치 등의 운용에 필수불가결한 가스로 자리매김했으며 핵융합·아원자(亞原子) 입자물리학, 저온물리학, 초전도 자기학 등 학문적인 쓰임새도 계속 넓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