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가스업계는 수요처에 남김없이 주고도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산업용가스업계의 동향을 살펴보면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는 표현으로 분위기를 설명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수요처가 요구하는 상황이 도를 넘어서 공급가격마저도 좌지우지할 정도로 수요처와의 거래관행이 수직관계를 나타내고 있다.
물론 수요처의 요구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만 하는 상황을 스스로 빗어낸 것이기는 하지만 도가 지나치는 더 이상의 관행은 자생을 위해서라도 뚜렷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자유경제체제하에서 사업의 목적은 이윤추구는 당연한 산물이다.
그러나 가스업계에서만은 사업의 목적이 다소 변질돼 마치 감정싸움과 거래중인 수요처의 유지관리가 더 중대한 목적이 되고 있다.
물론 영업관리적 측면에서 수요처에 대한 관리는 필요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아무리 가스를 공급해도 이득이 되지 않지만 다른 경쟁사에는 빼앗기지 않겠다는 경쟁심리가 나타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현재 충전업계가 제조업체로부터 공급받는 가격이 150~200원/ℓ이라고 가정할 때 일부에서는 수요처에 120~180원에 재공급함으로써 원가는 물론 물류비와 감가상각 등을 계산한 250~300원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있다.
이같은 원인은 결과적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경쟁사에게 수요처를 내줄 수는 없다는 감정적인 경쟁심리가 무조건 개입돼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수요처의 공급요청에 대해 무자비할 정도로 덤벼드는 충전·판매업계의 내부도 수요처에 끌려가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공급처 2~3곳을 수배해 놓고 개별적인 가격협상을 한번만 벌이는 것으로 모든 구매업무를 끝내는 수요처도 있다는 사실에서 부연설명을 필요없게 한다.
이는 가스업계 스스로 원가 계산도 할 정신없이 무조건 따고 보겠다는 심리로 최저가를 제시하고 그 안에서 또 다시 가각하락을 유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터에 시간이 지난 원가이하로 공급하는 업체와 계약을 끝내면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공급협상에서 최저가 입찰로 변질해 수요처의 비웃음을 받는 상황이 되고 있다는 것은 이 문제를 더 이상 논할 가치도 없이 무조건적인 자성의 필요성이 절실히 요구된다.
아무리 철저한 원가분석과 수요처와의 수평적인 관계를 통해 정상적인 가격으로 거래를 잘 유지했다고 하더라도 수요처의 입장에서는 품질 등이 동등했을 때 서비스 보다는 가격적인 측면이 우선될 수밖에 없는 탓에 경쟁공급사의 견적제시는 구미가 당기는 대목이다.
결국 이러한 경우에는 수십년간 좋은 관계로 거래를 지속해 왔더라도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경쟁사의 공급을 선택하게 되고 기존 공급사에 대해서는 그동안의 누적된 이익부분을 모두 토해내라는 민·형사상의 소송으로까지 이어지게 하기도 한다.
이와 함께 월간매출이 5백만~1천만원에 불과한 수요처에 수천만원에 해당하는 저장탱크의 무상임대는 물론 추가로 수천만원이 소요되는 각종 배관 및 설비공사를 자비로 공급하는 관례가 굳어지고 있다는 사실도 가스업계의 사업목적을 의심하도록 한다.
설비 및 장비 등에 대한 초기투자비에 대해서 최소한 3년 이내에 수익이 발생될 수 있도록 감가상각을 마쳐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투자범위나 규모 등의 수익구조로는 10년이 지나도 제자리 걸음을 걷는 것은 물론 행여나 빼앗길 것을 걱정해 영업관리에만 전전긍긍하는 꼴이 되고 있는 형상이다.
따라서 이러한 유통관행속에서 수요처는 무조건 값싼 공급처를 찾게 되고 무상 설비보조 공급처를 우선적으로 협상의 대상으로 찾게 될 수밖에 없다.
산업용가스업계는 결국 동종업계간의 출혈경쟁으로 인해 자승자박(自繩自縛)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례는 부도 직전의 수요처가 가스공급을 요청해도 쌍코피 터지는 경쟁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인해 설명할 수 있다.
수천만원을 들여 수요처에 배관 및 설비공사를 마치고 가까스로 가스공급을 시작한 이튿날 완전히 부도 처리되는 어처구니없는 사실도 비일비재(非一非再)하다. 닭 쫓던 개 지붕만 쳐다보는 형상인 이 경우는 어디가서 하소연하기도 어렵다.
아니 시쳇말로 쪽 팔리는 상황을 업계 스스로 연출하고만 결과인 셈이다.
그러나 아무리 출혈경쟁을 하고 원가이하의 공급을 하더라도 현재로서는 가스업체의 도산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은 생각하면 할수록 깊은 의구심을 갖게 하기도 한다.
역으로 생각해 보면 수년간 지속돼 온 관행이 한 쪽에서 손해를 볼 경우 다른 쪽에서 손실을 보전하는 형태로 사업을 벌여온 탓에 표면적으로는 사업체가 굴러가는 듯하지만 속으로는 골병이 들고 있으며 이제는 곪을 대로 곪아 있어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시각이다.
선진외국 아니 국내 진출 산업용가스관련 외국기업의 경우만 보더라도 공정한 거래 및 유통구조의 유지를 위해 철저한 원가분석을 통해 자신들이 이윤추구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미련없이 과감하게 공급을 포기하는 것을 종종 목격한다.
이는 이윤추구를 목적으로하는 기업대 기업으로 수요처와의 동등한 입장에서 굳이 산업발전을 위해 자원봉사(?)하는 미련함을 갖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산업용가스업계가 터무니없는 폭리를 취하자거나 도둑질을 모의하자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최소한 기업의 운영과 유지를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시장 질서를 유지하고 출혈경쟁을 자제하자는 것은 당연한 요구가 될 수 있지만 당연한 것조차 실행하지 못하는 것이 경제발전을 역행하는 것이라는 판단이다.
결과적으로 우리 업계가 공동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화합하는 긴 안목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은 과거 전례를 통해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실정에서 이제는 경제상황을 탓하는 수구적인 한탄보다는 최소한 자기 자신의 안위를 위한 목적으로라도 저자경쟁은 자제하고 이윤추구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각자가 보여줄 수 있기만을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