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은 북한의 핵실험 관련 소식과 관련하여 국민 모두가 불안감에 휩싸였던 한해였다.
연일 터지는 북한 관련 소식을 접할 때마다 국민들은 전쟁에 대한 불안감에 걱정을 하면서도 과연 북한이 핵실험을 정말 실행했는가에 모든 촉각을 기울일 때 일각에서 제논과 크립톤 등의 희귀가스 검출 문제가 회자 됐던 것을 필자를 비롯한 산업용가스 종사자들은 기억할 것이다.
이처럼 정부와 미국이 북한 핵실험 진상 규명을 위해 인공위성을 비롯한 각종 방법과 함께 산업용가스 중에 하나인 제논·크립톤 등의 희귀가스 검출에 주목했던 이유는 핵실험을 하게 되면 크립톤이나 제논이란 물질이 나와 잔사하고 있기 때문에 그 물질의 잔사 여부로 인해 핵실험의 실행여부를 판단하게 되는 중요한 단서가 됐기 때문이다.
일반 국민들에게 크립톤은 영화에서 인류의 영웅인 수퍼맨의 유일한 약점으로 쓰인 초록색 행성으로만 기억될 것이다. 제논 또한 군대에서 사용되는 제논탐지 등이나 써치 라이트의 원료라는 사실만 들어봤을 법한 아주 생소한 가스 중 하나다.
이런 크립톤(Kr)과 제논(Xe)은 헬륨(He), 네온(Ne), 라돈(Rn222) 등과 같이 지구 대기 중에 극소량만이 존재하는 산업용가스 중 하나인 희귀가스(Rare Gas)라고 불린다.
이런 희귀가스의 용도는 과거 전구, 의료, 우주항공 등 특정분야에만 쓰이는 제한적 용도로 인해 관련시장이 큰 성장을 거두지 형성하지 못했다.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산업구조를 위시로 다른 물질과 쉽게 반응하지 못하는 비활성 성질이 희귀가스의 활용성을 높여주는 장점으로 작용해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그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본지는 시간이 갈수록 그 용도와 수요가 늘어나는 희귀가스 중 대표격인 네온, 제논, 크립톤을 중심으로 국내외 수요 및 공급현황 및 시장동향을 살펴봄으로써 희귀가스에 대한 보다 정확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 희귀가스의 특성
일반적으로 희귀가스는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비활성 기체에 속한다. 그중에서도 크립톤과 제논은 아르곤이나 네온, 헬륨 등에 비해 비활성 정도가 굉장히 높은 특징을 갖는다.
핵실험과 관련하여 핵폭발이건 핵발전소에서 일어나는 잘 조절된 핵반응이건 간에 핵분열이 일어나면 원자번호가 92인, 즉 원자핵에 양성자가 92개 들어있는 우라늄이나 94인 플루토늄이 두 조각으로 갈라진다.
이때 흔히 생기는 조각 중에는 56번의 바륨, 36번의 크립톤, 그리고 54번의 제논이 있다.
바륨은 고체인데 반해 크립톤과 제논은 기체이기 때문에 공기 중으로 퍼져나가게 되는데 이때 방사능을 띠는 크립톤과 제논은 극히 미량만으로도 검출이 가능하다.
여기서 핵폭발의 결과로 얻어진 크립톤과 제논이 공기 중에서 다른 물질과 반응을 해서 사라진다면 핵실험 여부를 판정하는 방편으로 사용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크립톤과 제논은 반응성이 전혀 없는 비활성 기체이기 때문에 이런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영국의 화학자 램지에 의해 발견된 크립톤, 네온, 제논은 같은 비활성 기체로서 무색·무취·불연성 가스의 성질을 갖는다.
우선 사람이 헬륨을 마시면 목소리가 심하게 높아지는 현상이 있는 것과 반대로 마시게 되면 목소리를 낮게 하는 특성을 지닌 크립톤은 공기보다 3배 정도 무겁다.
상업적으로는 액화공기를 분별 증류하여 소량 생산하는 크립톤은 저압에서 크립톤이 들어 있는 유리관에 전류를 통하면 푸른색을 띤 백색광이 나온다.
크립톤은 오랫동안 반응성이 없다고 생각 되어져 왔으나 1960년대 초 플루오르와 직접 결합하여 화합물 이플루오르화크립톤(KrF2)을 만들고 그밖에 극소수의 크립톤 화합물이 존재한다는 보고가 전해져 오고 있다.
제논은 대기 중 0.0000086% 또는 건조한 공기 부피의 0.1ppm 정도의 극소량이 존재하는 기체로써 단원자분자로 이루어져 있다.
물이나 페놀 등과의 클라스레이트화합물이 오래 전부터 알려졌으며 1962년 N.바틀렛이 합성한 율플루오르화백금크세논(XePtF6)을 비롯해 많은 화합물이 만들어지고 있다.
크립톤과 제논의 검출로 핵실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비활성 기체가 있는 반면 네온은 같이 같은 비활성 기체이긴 하지만 검출 여부만으로 핵을 관련지을 수 없다.
공기보다 가벼운 성질을 갖는 네온은 헬륨보다 3.5배 정도 양이 많지만 대기중에 0.0018% 밖에 없는 희귀가스 중 하나다.
지구보다 우주에 더 많이 있다는 네온은 낮은 압력에서 전류를 통하면 밝은 주홍색 빚을 낸다.
네온 또한 액화공기를 분별 증류하여 얻는데 액화공기 가운데 가장 휘발성이 큰 부분이 바로 헬륨·네온·질소의 혼합기체이다. 이 혼합기체의 압력을 높이고 온도를 내려 응축시킨 후 차게 식힌 숯에 흡착시키면 질소가 제거되고 나머지 기체를 낮은 온도에서 활성탄에 선택적으로 흡착시키면 헬륨이 분리되어 네온만 남는다.
즉 1,000리터의 액화공기를 이와 같이 처리하면 0.11리터 정도의 네온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크립톤과 제논은 대부분 희귀가스와 기타가스와의 혼합가스로서 제조·유통되는데 혼합가스는 산소(O2)플랜트에서 부가물로서 생산된다.
하지만 모든 종류의 플랜트에서 희귀가스의 생산은 불가능하며 별도의 분리·정제 컬럼을 추가적으로 부착해야만 하고 아울러 최소 50,000N㎥/hr급 이상 돼는 ASU플랜트의 규모의 한계로 인해 현재 우리나라는 제논, 크립톤, 네온을 100% 수입에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 희귀가스 수요시장 전망
현재 희귀가스 시장은 과거 메이저 산업용가스 기업들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었던 것과 달리 생산 및 시장이 단편적, 다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전세계 시장을 포괄하는 정확한 시장 데이터 분석이 힘든 실정이다.
주요 수요시장 전망
아직까지 희귀가스의 최대수요처는 단연 전구 분야라고 할 만큼 희귀가스를 생산하는 업체 대부분이 전구업체들의 기술개발 동향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관련업계에서는 전세계 크립톤과 제논 수요량의 50%, 네온 수요의 약 20% 정도를 전구 산업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전한다.
특히나 최근 들어 에너지 절감을 위한 최신 기술의 고효율·고휘도 램프와 LED(발광다이오드) 및 소형 형광램프의 개발로 인해 크립톤, 네온, 제논의 수요량이 늘면서 향후 수년간 희귀가스의 수요량이 30% 증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과거 Display 산업에서 희귀가스 수요증대의 큰 원천이 될 것이라 평가받던 PDPs(Plasma Display Panels)가 LCD에 밀려 주춤하고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시장에서의 타격은 아직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할로겐과 혼합되어 엑시머 레이저로 쓰이는 레이저 산업 또한 희귀가스 수요의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과거의 안과수술이나 초정밀 수술, 혈관조형술 등 의료분야에 집중된 사용처가 열처리나 반도체의 도핑(doping)공정과 도예 분야 활용 까지 기술의 발전을 통한 레이저 산업의 확대와 맞물려 희귀가스 수요확대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레이저 산업에서의 수요 증대치를 5% 내외로 보고 있지만 전자·반도체 업계에서의 활용도에 따라 고성장을 바라볼 수도 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건설기술의 발달로 인한 고급 아파트나 건물들의 등장으로 이중창 및 단열창에 대한 수요 증대로 인해 크립톤, 제논, 아르곤 등의 수요 증대에도 한몫을 담당하고 있다.
이는 과거 건조한 공기로 채워졌던 이중창 및 단열창 등에 크립톤을 비롯한 희귀가스를 사용 탁월한 단열능력이 확인되면서 에너지 절감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는 국내 실정과 맞물려 향후 지속적인 수요확대가 예상되고 있다.
이밖에 저위도 인공위성, 통신위성 산업의 확대와 X-Ray, CT Imaging 및 마취제 등의 의료분야에서의 제논의 사용 증대 또한 무시하기 힘든 거대 수요처 중 하나이다.
이중 통신위성 산업의 확대와 더불어 이온엔진, 제논 플라즈마 자세제어분사기(Thruster) 등 첨단장비를 필요로 하는 우주항공 분야는 향후 성장성이 뛰어난 시장으로 평가 받고 있다.
* 국내 희귀가스 시장동향
100% 해외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희귀가스 시장에서 정확한 연간 수·공급량 및 수요비중 등 전체적인 시장규모를 파악하는 방법에는 아직까지 한계점이 있지만 일단 국내 희귀가스 수입량을 기준으로 시장변화를 간접적으로나마 도출해 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연초 관세청이 발표한 자료를 토대로 작성한 <표 1>에서 <표 4>는 지난 2006년의 크립톤, 네온, 제논 국내 수입량을 나타낸 것이다.
표를 보면 지난 몇 년간 국내 희귀가스 수요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네온) 연간 수입물량 17억원 규모
구체적으로 지난 2002년 월드컵 당시만 해도 4.7톤에 불과했던 국내 네온 수입량은 2005년 20톤을 넘어선데 이어 지난해는 전년도 3배가 넘어서는 64톤을 기록하며 최고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국내 수입가를 기준으로 할 때 연간 15~17억 규모(1달러 950원 기준)의 네온가격은 2005년에는 kg당 73불 정도였지만 지난해에는 평균 27불 정도의 수입가격이 형성됐다.
국내 네온 수요의 대부분이 네온사인과 같은 전구산업에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한데는 신규수요 발달과 전국 각지에 조성된 대규모 산업단지의 영향이 컸을 것으로 판단된다.
국가별 수입비중은 미국이 2005년과 비교해 4배 가까이가 늘어나 지난해 전체 네온수입량의 95%를 담당하며 주요 수입국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고 그 뒤를 우크라이나와 독일, 일본, 프랑스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제논) kg당 6백50달러 수입
제논의 수입량 또한 03년 1.8톤, 04년 2.8톤, 05년 4.9톤에 이어 지난해 전년대비 32% 가량 늘어난 6.5톤을 기록하며 매년 꾸준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현제 네온은 크립톤의 5배, 네온의 20배 수준에서 가격이 책정되고 있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제논시장 규모는 연간 5톤 수준으로 지난해에는 6.5톤(수입가 4백만불 한화 약38억원)이 수입 돼 전년대비(4.9톤, 약33억원) 32% 성장을 보였다.
앞에서도 밝혔듯이 제논은 제논헤드라이트 등의 전구산업의 수요 증대 뿐 아니라 X-Ray 및 혈류측정, CT Imaging 등의 의료분야에서 수요 증대가 성장의 결정적 요인으로 분석된다.
마찬가지로 국가별 수입비중에서 미국이 81%의 수입비중을 차지하며 절대적 수입국임을 확인시켰다.
(크립톤) 미국, 프랑스, 러시아에서 100% 수입
한편 현재 국내 크립톤 시장은 프랑스의 에어리퀴드와 미국의 프렉스에어 및 러시아 등 3개국에 수입을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크립톤의 수입량은 네온의 1/14, 제논과는 비슷한 수준인 전년대비 29% 감소한 4.3톤, 4억7천만원(수입가 기준)을 기록하며 수년간 이어오던 성장세가 주춤했다.
그러나 연간 3천억원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백색 LED 사업과 더불어 광주에 세계적인 발광다이오드(LED)벨리 조성 계획으로 인해 이 같은 크립톤의 단기적 주춤세는 조만간 해소될 전망이다.
전세계 70여개 LED업체가 이 산업단지에 들어서게 되면 국내 조명산업에 큰 성장이 예고돼 관련 희귀가스 시장이 동반 성장이 가능 하다.
뿐만 아니라 차세대 발광소재 물질인 산화아연계 LED개발을 비롯해 실내외 간접조명이나 자동차 전조등에 응용되는 2천5백 루멘급 백색조명용 LED 광원모듈을 국내 최초로 개발에 성공하는 등 LED분야에서 잇따른 개가를 올리고 있어 향후 국내 희귀가스 수요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국내 희귀가스 수요량과 동시에 전세계 수요량 또한 상당 수 높아질 것을 우려 전문가들은 수년 내 수급불균형 현상이 올 것이라 예측하고 있어 수입에 절대적 의존율을 보이는 국내를 비롯한 각 국가들의 대응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