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혈연, 지연, 학연 등으로 이어지지 않았더라도 평생을 살아가면서 사귈 수 있는 인연은 무수히 많기 때문에 대인관계로 인한 희노애락(喜怒哀樂)은 불가피한 상황이 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미워하는 것도 정(情)을 가지고 있다는 ‘미운 정(情)’의 발생빈도가 ‘고운 정’과 똑같은 횟수에도 불구하고 눈에 띨 정도로 많게 느껴지는 것은 고운 정이 갖는 애절함보다도 더 기억에 남는 탓이다.
그렇다고 눈에 가시처럼 느껴지는 인연에 대해서 무조건 기피하고 멀리하는 행동도 바람직하지 만은 않다.
군대에 다녀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생각했을 법도 한 제대후의 상상은 생각과 현실이 너무도 상이하다는 부분보다는 자신이 겪는 하나의 문제에서 탈피하는 데 만족감을 갖는데 있다. 결국 그다지 현실적인 걱정거리없이 무던히 시간만 보내면 됐던 군대와는 다른 문제들을 망각하고 있기 때문에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다.
따라서 현실속에서 내게 가시같은 존재만 사라진다면 행복할 것이라는 판단의 오류는 또 다른 현실적 문제가 다가오고 있는 것을 미처 판단하지 못하는 인간적 사고 때문일 것이다.
‘무엇이든 간에 늦었다고 판단될 때가 가장 빠르다’는 격언처럼 생각하거나 느낄 수 있을 때 실천하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중략) 있을 때 잘해! 그러니까 잘해! … 이번이 마지막 기회야 …”란 노래가사는 이런 의미에서 잘 전달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가사의 전체적인 내용은 애정을 표현하며 옆에 있을 때 잘해주라는 의미를 전달하고 있지만 그에 빗대어 현재 자신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없을 때 후회하지 말고 있을 때 조금이라도 더 생각해주고 챙겨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내가 미워하는 다른 사람과 어떤 이유에서든지 이별을 해야 할 때 아쉬워하고 슬퍼하기 보다는 문제가 해소됐다는 희열만 느끼려고 하는 것은 또 다른 사람이 내가 떠날 때 그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야 할 부분이다.
내가 좀 잘해준다고 해서 손해 볼 것은 사실 적다. 마음만 좀 더 열어주면 될 법도 한 관계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에 이러한 것들을 못하는 데서 발생되는 손해는 물질보다 마음으로 더 클 수 있다.
백년도 못 살면서 천년의 근심이 왜 필요한지 단편적으로는 모르겠지만 우주의 역사속에서는 순간에 지나지 않고 먼지보다도 작은 우리의 삶을 굳이 애증(愛憎)으로 채우려고 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먼저 내 주변에 있을 때 잘해야 할 것들이 무엇이 있는가를 둘러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자. 그리고 무조건 실천에 옮기는 변형적인 생각을 가져봄이 어떨는지 제안해 본다. 없어진 다음에 후회하지 말고 당장은 쉽지 않겠지만 우선 오늘은 마음과 생각을 이용한 용서와 화해로 나의 손길을 기다리는 곳에 시선만이라도 보내도록 노력해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