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냉매시장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문제점은 자체 생산이 아닌 외산제품의 수입에 치중하고 있다는 부분으로 수입비중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사양산업으로 쇠퇴의 길을 걷고 있는 CFC를 제외하면 HCFC와 HFC의 수입의존도는 이미 절대적인 수준이다.
특히 수입 의존도에서 중국산이 확대되면서 머지않아 국내 냉매시장을 중국의 기업들에게 완전히 내줄 수도 있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국내유일의 제조업체인 후성(울산화학)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국내 불화탄소계 냉매 공급업체들은 변변한 소분(小分)설비조차 갖추지 못하고 완제품을 수입, 판매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다보니 관련업체들의 경쟁력은 오로지 가격으로 모아진다. 여기에 중소업체들의 난립과 경기불황, 냉동공조 등 수요산업의 침체 등이 겹치면서 출혈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현상이 국내업체들의 국산화 의지박약(薄弱)이나 기술력 부족이 아닌 일부 다국적 기업들의 담합과 같은 ‘보이지 않는 손’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수년전부터 국내에서도 테크노켐 등의 업체들이 친환경 대체냉매 및 자연냉매의 국산화에 성공, 의욕적으로 관련시장에 뛰어들었지만 AS산업이나 보충용 시장에서 일부 활용되고 있을 뿐 수요업체들로부터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삼성, LG, 현대 등 국내 거대 냉매수요업체 대부분이 수출위주의 사업을 펼치고 있어 주요수출지역인 미주나 유럽 등지에서 표준화된 냉매를 채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국내업체들은 아무리 좋은 제품과 탁월한 기술력, 높은 가격경쟁력을 구현한다고 해도 국제표준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상 산업적 활용성은 거의 없는 셈이다.
반면 듀폰, 하니웰, 아토피나, Ausimont 등 다국적 불화탄소 제조업체들은 GE, 캐리어 등 역시 다국적 불화탄소 소비업체들과 전략적으로 연계하여 자사의 제품을 손쉽게 국제표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현재 최종 대체물질로 고정화되고 있는 HFC-134a, HFC-410a, HFC-407c, HFC-404a 등도 이러한 과정을 거친 제품이다.
또한 듀폰 등은 이렇게 표준으로 인정받은 제품들의 제조기술, 혼합비율 등을 철저히 국제특허화함으로서 후발주자들의 추격을 원천봉쇄하고 있음은 물론 가격 및 공급량 제어를 통해 개발의지 자체를 꺾어놓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90년대에 울산화학이 KAIST와 함께 HFC-134a의 개발에 성공한바 있지만 당시 해외 메이저업체들이 국내 공급가격을 절반수준으로 낮추면서 울산화학은 수익성을 이유로 생산을 포기해야 했다.
2004년 초에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 산·학·연 합동으로 친환경 혼합냉매를 국산화했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했지만 주요 수요업체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했다.
결국 현상황에선 해외업체들이 기술이전을 해주지 않는 이상 국내 불화탄소계 냉매시장은 앞으로도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거나 HFC-32처럼 HFC계 혼합냉매(410a, 407c)의 원료물질 공급 정도에 국한될 소지가 매우 다분하다.
이와 관련 업계전문가들은 “국산 대체냉매들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우수한 제품 개발과 함께 범정부차원의 표준화 노력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 냉매의 표기 방법
냉매를 표기할 때 화학명을 그대로 쓰면 너무 복잡하고 불편하기 때문에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 정하는 방법에 따라 번호를 부여하고 냉매(Refrigerants)의 머리글자를 따서 'R+number'의 형태로 표기한다. 때로는 '프레온22'와 같이 제조회사의 상품명에 냉매번호를 붙이기도 하지만 공식적인 명칭은 다음과 같은 방법에 따라 표기하는 것이 원칙이다.
(1) 메탄, 에탄 및 프로판계 냉매
R+xyz의 세 자리수로 나타내며, 각각의 숫자는 냉매내의 원소의 숫자와 상관이 있다. 100 단위 숫자인 x는 탄소 원자의 수에서 1을 뺀 값이며, 10 단위 숫자인 y는 수소 원자의 수에 1을 더한 값이고, 1 단위 숫자인 z는 불소 원자의 수를 나타낸다. 따라서 탄소, 수소, 불소 및 염소의 네 가지 원자로 구성된 냉매의 경우, 염소 원자의 수는 (2x-y-z+5)가 된다.
메탄계 냉매의 경우 100단위 숫자 z가 0이 되므로 이를 무시하여 냉매의 번호가 두 자리 숫자가 되며, 에탄계 냉매는 100 단위 수가 항상 1이 된다. 특별한 경우로 R13B1 등을 들 수 있는데 이것의 분자식은 CBrF3이며, 브롬 원자 1개를 포함하고 있다는 뜻이다.
에탄계 냉매의 경우 수소 원자 대신에 할로겐 원소로 치환하면 화학적 구성성분은 같으나 구조가 틀려 물성치가 다른 이성체(isomer)가 존재하므로 이 때 치환한 할로겐 원소의 안정도에 따라 냉매번호 오른쪽에 a, b 등을 붙인다.
(2) 비공비혼합냉매
400번대의 번호로 표시하며 혼합냉매를 이루고 있는 구성냉매의 번호 및 질량 조성비를 명시한다. 이 때 비등점이 낮은 냉매부터 먼저 명시하는 것이 관례이다.
(3) 공비혼합냉매
500번대의 번호로 표시하되 개발된 순서대로 R500, R501, R502 등의 일련번호를 붙인다.
(4) 유기화합물냉매
600번대의 번호로 표시하며 부탄계는 R60○, 산소화합물은 R61○, 유기화합물은 R62○, 질소화합물은 R63○으로 부르되 개발된 순서대로 일련번호를 붙인다.
(5) 무기화합물 냉매
700번대의 번호로 표시하되 뒤의 두 자리는 화합물의 분자량을 사용하며 암모니아, 물, 이산화탄소 등이 이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물은 분자량이 18이므로 R718로 부른다.
(6) 불포화 유기화합물 냉매
1000번대의 번호로 표시하되 100단위 이하는 할로카본 냉매의 번호를 붙이는 방법에 따른다. 예를 들어 프로필렌(Propylene)은 R1270으로 부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