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이었던 친구의 아들이 10여년의 세월을 보내고 어엿한 청년이 돼서 어릴적 약속을 지키겠다며 내 앞에 나타났을 때 온몸에 전율을 느끼게 했다.”
최근 모업체 사장을 인터뷰 하는 과정에서 그 당시의 느낌을 전달받은 필자도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느낌에 감정을 주체하기가 어려웠다.
약속! 우리는 살아가는 과정속에서 무수히 많은 크고 작은 약속을 한다. 때론 지키지 않을 목적으로 건성인 상황과 반드시 지켜야한다는 맹목적인 상황에서 벌어지는 맹세 등 경중(輕重)이 서로 다른 분명한 약속에 대해 자신은 물론 타인과 새끼손가락을 걸고 있다.
이중에서도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며 완전한 신뢰를 구축하는 형태의 약속은 지금처럼 불신과 배신이 만연한 사회 속에서는 우리가 가져야할 아주 중요한 모토여야 한다.
어릴 적 우리는 누구와 어떤 약속을 했을까? 아마 모르긴해도 무수히 많은 약속을 남발했을 것이다. 그리고 제대로 지키지 못한 약속들이 아무 생각없이 기억속에서 잊혀지고 있을 것이다.
먼 옛날 우리 조상들은 ‘약속’이란 것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놓을 수 있을 정도로 소중히 생각해왔다. 방금 뱉은 말도 돌아서면 뒤집어 버리는 오늘에 비하면 실로 바보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그래도 밥 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으니까.
저물어가는 갑신년 한해동안 우리는 어떤 것을 지켰고 무엇을 지키지 못했는가에 대한 되새김이 필요할 때다. 이것이 새해를 시작하는 마당에서 새로운 각오를 다지자는 의미로 전달될 수 있지만 인생을 마감한다는 자체가 연말연시처럼 시작과 끝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것이라면 굳이 되새김을 시작하는 시기를 따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늦었다고 생각되는 때가 가장 빠르다는 옛말처럼 지금부터라도 약속의 의미를 되새기고 결코 후회하지 않는 삶을 영위하는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까마득하게 잊고 있던 10여년전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어린 녀석이 청년이 돼서 나타났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제 청년이 된 어린 친구는 10여년의 세월동안 아버지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무수한 노력을 했다. 그리고 비로소 자신에 대한 신념이 굳혀졌을 때 당당함으로 그것을 무기로 전선에 뛰어 들었다. 이를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가히 대견스러울 따름이다.
약속을 지킨 덕분에 녀석은 든든한 지원군을 배경에 두고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동시에 약속을 실천하는 자랑스러움에 스스로 뿌듯함을 느끼지만 결코 만족하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이 지금까지 준비해 온 더 많은 것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이 남아 있으니까.
약속은 모든 만물에 적용되는 하나의 불문법이다. 자연은 계절을 순환하는 약속을 지키고 동물들은 나름대로의 틀안에서 혼란없는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결국 약속을 지키지 않음으로 인해 혼란이 발생된다는 사실을 근거로 약속의 소중함이 깨달아지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