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인 헬륨 공급파동 사태로 인해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한 애드벌룬이나 풍선 등에 폭발성 가스가 주입돼 자칫 대형사고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는 미국, 알제리, 러시아 등에서 수입되는 헬륨의 공급량이 현격하게 줄어든 상황에서 LCD, 광섬유 등 전자·반도체와 의료용(MRI) 등의 수요는 꾸준히 증가함에 따라 국내 공급사들도 이들 산업에의 공급을 우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공급가격의 폭등은 불가피한 사정으로 전개되는 것은 물론이고 이벤트 업체들은 물량확보를 위해 선금을 주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일부 공급업체의 재고량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에어프로덕트, 에어리퀴드, 프렉스에어, 린데 등 제조·공급사는 미국정부의 전략물자로 분류된 헬륨에 대해 불가항력 조항을 내세워 대대적인 공급제한을 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단기적으로도 향후 10년 이내에는 이번 파동사태가 수습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각종 축제현장과 분양광고를 위한 애드벌룬 부양은 실질적으로 어려운 실정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으나 과거 헬륨 대신 수소를 불법적으로 주입해 왔던 관행이 또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과거에는 헬륨대비 가격이 10%에도 못 미치는 수소를 사용함으로써 10배 이상의 부정이윤을 남겨왔던 상황에 비춰보더라도 제품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애드벌룬이나 풍선에의 수소주입은 당장 손쉬운 방법이 될 수 있다.
산업용가스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같은 부양기구에의 수소충전은 마진율 상승의 목적도 있겠지만 헬륨이 부족한 상황에서 구하기 쉬운 저렴한 제품을 선호하는 것이 더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안전성보다 가격을 중시하는 고객이 존재하는 한 공급업체들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수소충전의 유혹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와 함께 일부 부양기구 제작.공급업체들이 눈속임과 함께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수소와 헬륨을 혼합하기도 하지만 과거의 사고사례를 보면 수소와 헬륨을 혼합한 애드벌룬이 폭발해 주민이 화상을 입었던 사고처럼 폭발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한다.
이에 더해 대다수의 산업용가스(수소)가 가스에 대한 지식을 조금이라도 갖춘 산업체 및 연구기관 등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과 달리 부양기구는 가스지식에 무지한 일반대중의 접근이 용이하다는 점도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는 요인이다.
이처럼 시민들의 안전이 심각히 위협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애드벌룬이 옥외광고물법의 적용을 받고 있는 탓에 한국가스안전공사 등 산업용가스 담당부처들은 “이벤트 및 행사홍보업체들은 수소·헬륨 등 고압가스를 직접 취급·보관할 수 없다”는 원론만을 내세울 뿐 이를 관리·감독·단속하지 않고 있어 사고발생 이전의 예방조치가 전무한 실정이다.
따라서 법제도에 대한 의지나 단속도 중요하지만 공급자는 사용용도를 파악한 후 공급해야 함은 물론이고 사용자는 자신도 위험할 수 있다는 기본적인 의식을 가지는 것이 틀에 맞춰져야할 것이다.
<헬륨 파동의 원인>
전세계 헬륨생산량 1억6천만㎥…매장량의 30% 활용 가능
미국에 절대적 수입의존, 불가항력 조항 내세워 공급제한
미국 내무부 산하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2006년 말 현재 지구상에 매장되어 있는 헬륨은 총 3백97억㎥로 추산된다.
세계최대 헬륨생산국이자 소비국인 미국 영토내에 약 85억㎥(정부비축분 8억7천만㎥ 포함)의 헬륨이 매장되어 있고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 약 3백11억㎥의 헬륨이 존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세계 헬륨매장량을 살펴보면 지난해 아시안게임이 열렸던 카타르에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1백억㎥가 있으며 미국과 알제리가 각각 84억㎥, 러시아 67억㎥, 캐나다 20억㎥, 중국 11억㎥, 폴란드 2억8천만㎥ 등의 순으로 헬륨이 매장돼 있다.
그러나 이렇게 매장되어 있는 헬륨 중 막대한 설비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을 만큼의 상업성을 갖춘 대규모 천연가스전의 비중이 높지 않아 현재 인류가 활용 가능한 헬륨의 량은 전체의 30%에도 미치지 못한다.
구체적으로는 미국이 전체 매장량의 43%인 36억㎥, 알제리와 러시아는 각각 23%, 25%에 불과한 헬륨만이 상업적 가치를 띄고 있어 생산 및 활용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처럼 상업성을 갖춘 헬륨소스의 대부분이 미국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전세계 헬륨생산량의 약 85%를 점유하고 있고 나머지 15% 정도를 알제리, 카타르, 러시아, 폴란드, 캐나다, 중국 등이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전세계 헬륨시장이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헬륨생산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전개되면서 전략적인 차원에서 생산·공급량을 축소하기에 이르게 된 것이다.
카타르의 RAS Laffan헬륨플랜트(연산 1천6백60만N㎥)와 호주의 Darwin플랜트(연산 4백15만N㎥)가 지난해 상반기부터 가동되는 등 대형 신규 헬륨플랜트들의 등장으로 미국의 생산·공급비중이 조금씩 약화되고 있기는 하지만 이들 플랜트들을 통한 급격한 증산은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러시아가 기존 Orenburg플랜트에 더해 시베리아 최대의 천연가스매장지인 이르쿠츠크 지역에 Kovykta 플랜트 등 여러 신규 헬륨플랜트의 건설이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져 원활한 헬륨 공급의 기대치를 다소 높이고는 있으나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