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경에는 미래에너지원과 관련 수소에너지의 기술에 대한 모든 것이 결정되고 연구와 개발에 관련한 가부간의 결정이 판가름 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고유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미래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는 수소에너지에 관해 에너지경제연구원의 부경진 박사의 생각은 자못 신중하다.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가격과 수급, 그리고 정책의 방향과 대안을 제시해 온 국내 유일의 에너지 정책·경제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 소속 신재생에너지 연구실의 수장을 맡고 있는 부경진 실장.
수소경제를 준비하는 정부 정책에 대해 너무 이르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는 “수소·연료전지 부분은 에너지 분야를 넘어선 모든 사회·경제적인 부문을 아우르는 대변혁을 예고하고 있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준비해야한다”고 말한다.
현재 수소·연료전지기술의 원천인 대부분의 스택 등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획기적인 기술개발 없이는 수소에너지 사용이 빠른 시간 내에 보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부 실장은 “기술개발을 통한 현재 개발 중인 제품에 대한 단가 인하가 무엇보다 선행돼야 수소 경제사회로 가는 초석을 다질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고 있다.
그는 초창기 에너지사업에 대한 기반조성을 위해 진행됐던 지난 2005년 수소경제 마스터플랜 발표와 관련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짧은 시간에 2040년을 목표로 장기계획을 수립한다는 것은 솔직히 어려울 일이다. 좀 더 시간을 두고 계획을 진행했더라면 새로운 이슈발굴과 심도 깊은 시나리오 분석, 충실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갖는 부 실장은 현재 전철을 되밟지 않도록 노력하며 3차 기본계획을 세우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비용과 경제성을 따져 합리적 방안 강구
현재 정부가 전체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투자하는 예산 중 35%가 수소·연료전지 분야다.
이와 관련해 그는 “국내 수소·연료전지에 관한 투자는 선진국에 비해 지원을 많이 받는 편이며 GDP 규모로도 결코 적지 않은 수준”이라고 강조하며 수소·연료전지에 국한된 에너지정책은 다소 지양하면서 미래에너지원의 다양한 가능성을 따져 봐야 한다고 말했다.
부 실장은 현재 수소 관련 부문 중 자동차와 같은 수송용 분야가 가장 큰 경쟁력을 갖는다고 설명한다. 반면 가정용, 발전용, 휴대용 분야도 현재 사업확장 및 기술개발이 한창이긴 하지만 다른 에너지원들과의 비교 분석을 통한 미래 효용성에 대해 보다 진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물론 제가 수소·연료전지 분야에 관한 계획 및 정책 연구에 참여하고 있지만 기술력, 경쟁력, 타 에너지원과의 비교를 통해 보면 모든 분야에서 수소에너지로 가기에 힘이 부치지는 않을 것”이지만 “이와 관련해 다각적인 정책차원에서 각 분야에 맞는 타 에너지원에 대한 투자와 연구도 꾸준히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과거 및 현재 진행 중인 보급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전략수립과 추진이 필요하며 여건과 실정에 맞는 신재생에너지원을 선택해 집중 투자함으로써 효과를 극대화하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결국 “다른 국가들이 가는 길을 무조건 따라가는 것은 에너지안보와 관련한 구시대적 발상으로 비용과 경제성을 비교해 합리적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국가는 물론이고 정책을 연구하는 모든 기관 또한 국민들에게 무조건적으로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만 내세워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다.
끝으로 부 실장은 수소경제가 도래할 시점에서는 원자력의 위험성 등으로 인해 환경론자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겠지만 대량생산과 사용을 위해서는 석탄수소와 원자력 수소가 가장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개발되는 에너지원이 어떻든지 간에 수소경제 사회는 반드시 도래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지만 차세대 에너지 활동에 있어서는 하나의 에너지가 주도하는 에너지시대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시대적 흐름과 정세를 잘 읽는 것도 중요한 기술력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부 실장은 “정책 수립 등에 있어서도 초전도체 기술이나 핵융합 같은 획기적 기술을 비롯해 연구와 개발이 진행되는 각각의 신재생에너지가 균형을 맞추며 각 분야별로 쓰임새 있는 상호보완적인 에너지개발의 역할론이 필요하다”며 연구개발의 편중을 지양할 것을 권고했다.
이제 우리는 부경진 실장의 대국적인 정책 수립에 대해 국민들과 함께 획기적인 국내 에너지기술의 개발로 세계를 주도해 나가는 우리의 미래에너지 정책에 대한 장밋빛 청사진을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