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우리생활을 대변할 수 있는 키워드를 선정한다면 ‘친환경’과 ‘웰빙’이라는 두 단어를 떠올릴 수 있다.
그중 ‘산소같은 여자’라는 광고 카피처럼 친환경과 웰빙의 선두주자인 산소는 우리에게 깨끗함의 상징으로 늘 신선한 이미지를 주고 있으며 아울러 인간 생명의 절대 충분요소로 인식 돼 왔다.
이번 호 에서는 인간 생명과 직결돼있는 산소의 중요성, 역할, 관련시장 동향 등을 살펴보고 산소시장 급성장과 관련, 산업용 가스업계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알아보고자한다.
우리가 매일 마시는 산소의 농도는 인체 건강과 직결돼 있는 만큼 산소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또한 증대되고 있다.
2006년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된 ‘공기 질 지수(air quality index)’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22개국 가운데 72위를 차지했고 ‘대기질 개선노력’ 항목에서는 120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결과는 서울 등 수도권 및 대도시 거주자들의 두통, 호흡곤란, 감기 등 공기오염에 대한 자각 증상이 심해짐을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라 할 수 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건강과 관련한 산업이 급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산소’가 의료용·산업용 등의 과거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생활 속으로 깊숙이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캔산소, 산소아파트 등과 같이 막연히 건강을 위해 고순도 산소를 제공하는 1차적 단계를 넘어서 철저한 연구자료를 근거로 미용, 숙취, 집중력 등에 산소를 활용하는 2차적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산소가 산업용가스, 의료용가스라는 장벽을 넘어 일반대중들에게 본격적으로 다가서기 시작한 것은 지난 97년 국내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산소방(O2 Bar)을 효시로 볼 수 있다.
물론 산소방은 몇 년간의 반짝 붐을 일으키며 역사속으로 사라져 갔고 기대만큼 산소시장 확대에 직접적인 기여는 못했지만 산소가 산업용, 의료용이라는 국한된 이미지를 벗고 건강가스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실제로 당시 모든 매스컴들이 산소방을 ‘현대판 봉이 김선달’로 표현하며 앞 다퉈 소개하며 숙취해소, 피로회복, 집중력 향상 등 산소의 효능을 자세히 전달하면서 수백억원 이상의 홍보효과를 가져왔다.
산소방이 산소산업 확대의 토대를 제공했다면 이를 일상속으로 끌어들여 소비자의 구매욕을 촉발시킨 것은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였다.
이 사고로 일반인들이 산소의 중요성을 실감하면서 산소캔 판매량이 급증했고 가정용, 차량용 산소 발생기가 개발되는 등 산소의 상품가치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와 관련 과거의 산소산업이 산소 자체를 파는 것에 주력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산소아파트, 산소에어컨, 산소음료(일반 음용수보다 5배 이상 산소가 많이 녹아 있음) 및 주류, 산소화장품, 산소찜질방 등 특정상품의 가치를 높여주는 부가물로서 산소를 활용하는 일명 ‘산소마케팅 형태’로 시장이 전개되고 있다.
‘산소의 역할’
Oxygen(산소)은 그리스어로 ‘신맛이 있다’란 뜻의 Oxy와 ‘생성된다’란 의미의 ‘gennao’의 합성어다. 산소와 결합한 뒤 생긴 생성물들이 산의 성질을 갖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산소는 눈에 보이지 않으며 색도 없고, 맛도 없고, 냄새도 없다. 하지만 생명을 살리고 죽일 수 있는 힘이 있다.
대기 중에는 약 21%의 산소가 포함되어 있지만 황사가 심한 봄철, 추운 겨울, 수면을 취하는 야간 등에는 환기가 잘 되지 않아 실내 또는 자동차 안의 산소농도가 이보다 더 낮아지게 된다.
산소가 부족할 경우 답답하고 머리가 어지러우며, 집중력, 사고력이 저하되고, 반대로 산소가 풍부한 곳에서는 머리가 맑아지고 신진대사가 원활해지며 피로회복 속도도 빨라진다.
산소는 30초 정도만 공급이 중지되면 뇌 세포가 파괴되며 2~3분이 지나면 뇌사가 시작된다. 또 공기 중 산소가 16% 이하로 떨어지면 생명체는 생존 위험에 빠진다.
호흡을 통해 폐로 들어온 산소는 입으로 섭취한 각종 영양소를 산화시켜 몸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든다. 이 과정에서 ‘활성산소(free radical)’가 발생한다.
적정한 양의 활성산소는 몸에 침입한 세균과 바이러스 등을 없애 몸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과도한 활성산소는 노화를 촉진시키고 아군과 적군을 구별하지 않고 무차별 공격해 각종 질병을 일으키기는 등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실제 신체가 정상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서 필요한 산소의 양은 1일 사람이 섭취하는 식사의 칼로리를 약 2천 Kcal로 볼 때 이를 체내에서 에너지로 환원하는데 소비되는 500 리터 이다.
지금까지 발표된 연구논문들에 따르면 산소가 지닌 가장 큰 효능(산업용·의료용 용도 제외)은 바로 대뇌활동 촉진이다.
많은 연구진들에 의해 산소가 단순히 머리를 맑게 하는 것 이상의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이러한 대뇌활동 촉진효과는 기억력과 사고력 증진에 기여해 학생, 교수, 연구원, 기획담당자 등 두뇌를 많이 사용하거나 창의적 사고를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단기간의 기억력보다는 장기적 기억력 향상에 보다 높은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산소는 지금까지 알려진 어떠한 상용제품보다도 음주 후 숙취해소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실험결과로도 음주 후 고순도 산소를 공급받은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혈중 알콜농도가 3배 이상 빨리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인들의 스트레스 해소에도 산소가 효과적이다. 음주나 흡연으로 인한 신체리듬의 불안정을 신속하게 해소할 수 있으며 업무효율도 증진시킬 수 있다.
여성들의 경우에는 피부미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나이가 들면서 혈관을 통해 운반되는 산소의 량은 30대가 25%, 50대 여성은 50%이상 감소하며 이는 피부호흡과 신진대사 과정을 늦추면서 궁극적으로 피부노화를 앞당기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다이어트, 유산소운동의 효과 증진, 숙면, 피로회복 등 산소는 다양한 효능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인체에 가장 적합한 수준의 산소농도는 어느 정도일까. 서울인근의 산소농도는 20.9% 정도이며 설악산 숲속이나 해안가 등의 산소농도는 약 21.8% 수준이다. 이러한 결과는 단 1%의 농도차이만으로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엄청난 상쾌함이 좌우됨을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대기중 산소농도가 약 22~25%일 때 사람들은 가장 쾌적함을 느낄 수 있으며 대뇌활동 촉진 등의 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농도가 25%를 넘어서면 산소양이 증가해도 쾌감의 증진을 느낄 수는 없다.
반면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지나친 고순도 산소의 공급은 산독증(酸毒症)을 유발하는데 일반적으로 산소농도 60%이상에서 10시간이상 노출되면 오히려 건강에 해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고순도 산소발생기 및 산소공급기는 최고 99.5% 순도의 산소를 공급하지만 흡입시 대기중의 공기와 혼합되면서 25%내외의 최적 순도로 떨어진다는 것이 제조사의 설명이다.
실례로 지난해 5월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의 간판 공격수 웨인 루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척골(발등 뼈) 부상을 당하며 월드컵 출전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으나 감독이 루니에게 ‘산소 텐트’에서 잠을 자게 하는 특별책을 내놓으며 전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텐트는 깨끗한 산소 공급으로 적혈구의 생성을 촉진해 루니의 부상 회복의 속도를 증가시켜 결국 월드컵 무대에 올릴 수 있었다.
또한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승엽 선수도 무릎 부상과 피로에 시달릴 때 산소캡슐을 직접 구입해 사용함으로써 컨디션을 끌어 올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