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원부가 지난 1월17일 발표한 ‘2008년 주요 산업별 전망’에 따르면 2008년에는 고유가 지속,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 불리한 대외여건 전망 속에서도 대부분 업종이 양호한 생산증가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됐다.
석유화학업종 역시, PE(39만2천톤), PP(27만톤) 등 설비 증설과 중국 올림픽 특수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3.7% 증가했던 생산증가율이 올해는 8.0%까지 대폭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한 최근 한국석유화학공업협회가 발표한 ‘2008년 세계 석유화학산업 전망’에 따르면 세계 에틸렌 수급은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생산능력은 2007년 대비 5.5% 늘어난 1억3천1백90만톤에 달하는 반면 수요는 1억2천60만톤으로 4.3%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의 경우 5월 롯데대산유화의 35만톤, 6월 호남석유화학의 3만톤 등 NCC(납사 분해 센터) 신증설이 눈에 띈다.
하지만 이같은 생산증가 소식에도 불구하고 수요량 감소로 인해 올해 국내 석유화학 부문은 큰 고전이 예상되고 있다.
그동안 호황을 구가해온 세계 석유화학산업이 중동 신증설 등 공급 증가로 국내 석유화학이 2008년부터 하락할 것이란 전망들이 나오면서 새해벽두부터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이는 최근의 고유가 충격에 따른 실적 부진도 문제지만 중동 석유 완제품의 국내 상륙이 미칠 파장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일머니를 통한 중동 산유국들은 최근 수년 간 ‘소비지 정제주의’라는 세계 정유업계의 상식을 깨고 직접 시설투자를 가속화해 왔다. 그 결과 중동 지역의 대규모 석유화학 증설 프로젝트가 연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다.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유화 제품들이 연말부터 중국, 한국 등 아시아시장에 쏟아지며 국내 제품과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전문기관들은 2008년 중동에서만 약 4백43만5천톤의 에틸렌이 신규 생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07년 신증설분인 95만5천톤에 비해 무려 4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그중 사우디아라비아의 알부베일 석유화학 단지는 국내 최대의 유화단지인 울산·여천공단을 모두 합친 것보다 10배나 큰 규모로 알려져 있다. 사우디는 현재 연산 8백만톤인 에틸렌 생산규모를 2012년까지 1천9백만톤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는 연간 19억명 이상의 인구가 쓸 수 있는 엄청난 규모이다.
이란도 2005년부터 본격적인 석유화학 신·증설에 나서 국영석유화학 회사 MPC 등이 최근 2년 새 1백만톤 이상의 굵직한 콤플렉스 공사를 여러 건 벌이고 있으며 쿠웨이트와 카타르도 몸집 불리기에 한창이다.
ICIS에 따르면 쿠웨이트올레핀(年産 85만톤), 사우디에틸렌&폴리에틸렌(年産 1백만톤), 주베일셰브론필립스(年産 30만톤), 샤크(年産 1백30만톤), 얀부내셔널페트로케미칼(年産 1백30만톤)등의 중동 프로젝트가 올해 본격 가동될 것으로 보여 공급량 증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석유화학경기는 2007년부터 내리막길을 걸을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그동안 중동 신증설 프로젝트의 잇단 연기로 인해 수급타이트가 지속돼왔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2009년에는 중동에서만 5백94만톤, 아시아 2백60만톤 등 세계적으로 8백90만톤의 신증설 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보여 시황 악화를 부채질할 전망이다.
결국 삼성엔지니어링 GS건설 등 국내 플랜트 업체들이 중동의 각종 석유화학 플랜트사업에 참여해 이뤄놓은 성과물들이 부메랑이 돼 국내 석유업계를 어둡게 만든 것으로 풀이된다.
김성환 산은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중동의 석유 완제품 수출 본격화로 인해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채산성이 급격히 떨어짐은 물론 관련 업계의 구조조정도 불가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호남석유화학·삼성토탈 등 유화업체, 중동 및 중국 투자를 통해 위기 타개 움직임
한편 이같은 중동 제품의 시장 공급 예상으로 어두운 2008년 석유화학 시황을 극복하기 위한 국내 업체들 미리부터 중동투자를 통해 적과의 동침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지난해 주력제품인 에틸렌글리콜(EG) 가격이 급등하면서 실적 부진 우려를 말끔히 씻어낸 호남석화의 행보가 눈에 띈다.
호남석화는 올해 자회사인 롯데대산유화와의 합병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어서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호남석유화학은 올해 매출 목표를 2조3천4백억원으로 정하고 시장 다변화와 고부가가치 특수제품을 전략적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중국을 포함해 역외시장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해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할 계획이다.
특히 호남석화는 중국 내 영업·판매망 강화 추진 뿐 아니라 지난해 카타르 페트롤륨의 자회사인 ‘카타르 인터미디어트 인더스트리 홀딩스(QH)’와 공동으로 카타르 메사이드 공업단지 내 석유화학콤플렉스의 합작 기본계약(HOA)을 체결하는 등 중동투자를 통해 향후 불어 닥칠 중동세를 준비하고 있다.
향후 호남석화는 향후 유럽과 미주 쪽으로로 사업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특히 롯데대산유화가 올해 설비 증설을 추진할 방침이어서 이에 따른 마케팅에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현재 에틸렌 기준 연산 65만톤인 롯데대산유화는 NCC 생산규모를 1백만톤으로 확대할 계획이이며 PE PP 등 다운스트림 역시 생산규모가 확대된다.
호남석유화학과 함께 국내 에틸렌옥사이드(EO)시장을 책임지고 있는 삼성토탈 역시 올해 신규 시장 확보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