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월 29일 한승수 국무총리와 11개 부처 장관을 공식 임명하고 15개 부처 차관까지 임명함으로써 새 정부 내각의 큰 틀이 잡혔다.
일단 정부부처 군살을 빼고 불필요한 기능중복을 없애기 위해 18부 4처 정부조직을 15부 2처로 줄이는 개편을 단행해 산업자원부가 지식경제부로, 행정자치부가 행정안전부로 바뀐 것을 비롯해 41년간 국내 과학기술 행정을 책임졌던 과학기술부가 교육부와 합쳐지며 교육과학기술부로 개편되는 등 새 정부의 조직개편이 마무리 됐다.
과학기술부 교육부와 통폐합, 교육과학기술부로 재탄생
그동안 과학기술 행정을 전담해온 과학기술부 업무가 교육과학기술부를 중심으로 지식경제부, 기획재정부, 환경부 등으로 분산 이관된다.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각 부처별 세부 직제개편 조직도(안)에 따르면 과학기술부는 교육인적자원부와 결합, ‘2차관 4실 5국 11관 71과’의 거대 조직으로 재탄생한다.
과학기술 행정을 담당할 제 2차관 산하에는 과학기술정책실, 학술연구정책실 등 2개실과 국제협력국, 원자력국이 설치돼 그동안 과학기술부에서 수행해오던 업무와 함께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수행해오던 학술연구 업무를 흡수, 수행하게 된다.
과학기술정책실에서는 과학기술정책기획관, 정책조정기획관, 거대과학지원관을 통해 과학기술 정책 및 전략, 문화, 정보, 조정, 주자분석, 연구성과 관리, 정책자문, 우주정책 및 개발, 핵융합 연구 등의 행정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또한 과학기술 인력양성업무는 제 1차관 산하 인재정책실로 배정됐다. 제 1차관은 영어교육강화추진단, 교육분권화추진단을 통해 새 정부가 공약한 영어 공교육 혁신, 교육분권화를 수행하는 한편, 인재정책실을 통해 과학기술 및 산업 인력 양성과 함께 영재교육 등을 관장하게 된다.
기존 과학기술혁신본부에서 수행해 오던 정부 R&D예산조정 및 배분기능은 기획재정부로 이전된다. 이와 함께 산업관련 주요 R&D사업 및 평가 업무는 지식경제부로 이관된다. 이에 따라 약 2조 6천억 원의 과기부 R&D 예산 중 5천1백억 원이 지식경제부로 이전된다.
26개 출연연구소 중 13개 출연연구소의 관리 업무는 지식경제부로 이전된다. 지식경제부는 산업기술연구회에 소속돼 있던 생산기술연구원, 전자통신연구원, 식품연구원, 기계연구원, 전기연구원, 화학연구원, 국가보안기술연구소, 안정성평가연구소와 공공기술연구회에 소속돼 있던 철도기술연구원, 에너지기술연구원, 지질자원연구원, 건설기술연구원 등 13개 출연연구소를 관할하게 된다.
R&D특구기획단 업무도 지식경제부로 이관된다. 현행 대통령령의 ‘과학기술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에 따르면 ‘대덕연구개발특구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과학기술부에 연구개발특구기획단을 두도록 하고 있었는데 정부조직개편과 함께 기획단 업무가 지식경제부로 이관됐다. 기상청 업무는 환경부로 이관된다.
지식경제부, ‘2차관 5실 16관 3좌’로 재탄생
지식경제부로 재탄생하게 된 산업자원부는 과기부와 산자부의 산업기술개발기능을 산업기술정책관으로 변경해 산자부와 정통부의 성장동력 발굴·육성 기능을 통합했다. 아울러 무역투자실에 투자정책관을 신설해 외국인투자 유치기능을 강화했다.
지식경제부의 새 조직도에서 눈여겨볼 만한 부서는 성장동력실로 평가받고 있다.
산업별 발전단계를 구분해 재료, 소프트웨어, 정보통신, 반도체·디스플레이, 로봇, 섬유담당과 등이 속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신성장동력 발굴 주문을 주로 담당할 조직이기도 하다.
성장동력실 아래에 신산업정책관, 정보통신산업정책관, 주력산업정책관 등 3명의 정책관이 배치된다. 정보통신산업정책관은 정보통신 정책을 총괄하면서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를 담당하고 신산업정책관은 바이오·나노, 소프트웨어, 디자인브랜드, 로봇 등 분야를 다룬다.
에너지 관련조직은 기존 에너지자원실이 ‘기후변화에너지정책관’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특임장관 지휘권 통한 총리의 독자적 업무 구축 예상
이명박 정부에선 대통령과 총리의 역할 분담도 예전과는 상당히 다른 양상을 띨 것으로 전망된다. 한승수 새 총리는 내각조정과 대통령 보좌라는 총리 고유업무 외에 국제경험을 바탕으로 에너지 자원 확보를 위한 대외활동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한 총리는 신설되는 특임장관 2명에 대한 지휘권을 새롭게 부여받은 만큼 이를 통해 총리의 독자적 업무영역을 구축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특임장관 1명은 정무장관 구실을 하더라도 나머지 1명은 일상적 국정에는 관여하지 않고 해외자원 개발, 투자 유치, 대북 창구 역할 등과 같은 별도의 독자적 국책과제를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통령 본인이 국정은 물론 외교, 여론, 민생현장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어 한 총리의 정치적 위상은 다소 약화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공기업 구조조정 불가피
대대적인 정부부처 조직개편과 함께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공기업 구조조정을 대대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민영화 대상 공기업을 분류한 뒤 통폐합 필요성과 구조조정 여부 등을 종합 검토할 예정이며 대통령 취임사에서 밝힌 공공부문에 경쟁을 도입에 촉각이 맞춰져 있다.
특히 정부는 지난 5년간 24개 주요 공기업 부채 규모가 약 54조6천억원(74.2%) 늘었는데 직원은 오히려 3만3천여명(63.6%)이 증가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공공부문 경쟁 도입은 공기업 지주 회사제 도입, 중요 경영사항 공시 및 의사록 공개 등 경영투명성 제고 등의 조치와 같은 여러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단순 인원감축 뿐 아니라 경영 효율과 투명성 제고를 위한 조치들이 병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공기업 지주 회사제 도입은 현행 공기업 경영구조의 큰 틀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민영화 및 통폐합과 관련해선 민영화 1순위는 우리은행, 대우조선해양, 대우인터내셔널, 쌍용건설,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이 될 전망이다.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이고 자체 수입이 85% 이상인 한국전력, 가스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 부산항만공사, 인천항만공사 등 시장형 공기업도 민영화 대상이다.
한전 민영화는 남동발전 등 6개 자회사를 증시 상장을 통해 순차 매각하는 방식 등이 예상된다. 발전부문은 2009년 12월 말 매각해야 한다는 전력산업구조개편 관련 특별법이 살아 있어 법 개정도 필요 없다. 가스공사도 분할 매각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력, 가스 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공기업의 일방적 매각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중론과 함께 해당 공기업 노조와 노동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구조조정 추진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