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배럴당 120달러에 육박하는 국제유가로 인해 전 세계가 들썩이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석유를 원료로 하는 각종 관련제품들의 가격인상이 불가피한 현실이 되고 있다.
지난 2004년만 해도 배럴당 50달러를 넘어서자 ‘고유가 시대’라며 어수선할 정도로 대책마련에 분주했던 것과는 달리 지금은 우리의 뜻과는 상관없이 초고유가의 경제현실을 체념하듯 받아들이는 상황이 되고 있다.
4월말 기준으로 휘발유는 리터당 1천8백원에 가까운 수치를 나타냈고 화물 운송비를 좌지우지하는 경유도 휘발유와의 가격 차이가 60~70원에 불과한 1천7백원를 넘어서고 있다.
하지만 고유가는 단순히 휘발유나 경유, LPG의 가격인상을 유발하는 것뿐만 아니라 경제전반에 걸쳐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는 석유가 모든 석유화학관련 제품의 근원이자 원재료가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가의 상승은 나프타 등 석유에서 추출하는 기초원료의 가격상승을 동반하면서 다시 나프타 등을 원료로 생산되는 프로필렌,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벤젠, 톨루엔, 크실렌, 카프로락탐 등 석유화학 원재료의 가격인상을 일으키고 있다.
따라서 이같은 원재료 가격의 고공상승은 합성고무·섬유·수지, 염료, 나일론 등 석유화학 원자재의 제조원가상승을 초래하고 결국 이같은 재료를 가지고 만들어지는 수많은 관련제품의 가격이 인상되는 끝없는 무한 연쇄반응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에 더해 각각의 단계에서 파생되는 원료나 상품들까지 포함한다면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제품들이 유가의 영향을 받는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산업용가스업계의 입장에서도 이같은 유가상승은 결코 달갑지 않은 현실이 되고 있다.
1차적으로는 물류운송비의 상승으로 생산원가 부담이 가중되는 것은 물론 수소(H2), 탄산(CO2), 아산화질소(N2O), 산화에틸렌(EO), 에틸렌(C2H4), 아세틸렌(C2H2) 등과 같이 화학물질 또는 석유화학공정 부산물을 원료로 제조되는 산업용가스들의 제조원가 상승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나프타분해(NCC) 공정의 부산물인 산업용 수소의 경우 나프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특히 수소메이커들이 상당한 원료비 상승 부담에 직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국내 생산되고 있는 나프타는 연간 1억8천8백70만배럴로 약 45%인 1억4천3백76만배럴이 수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수소원료의 70%가 나프타분해로 생산
현재 덕양에너젠, SPG산업(SPG케미칼), SDG, BOC가스코리아, 에어리퀴드코리아 등 국내 수소제조메이커 5개사가 공급하고 있는 산업용 수소는 시간당 약 10만N㎥ 내외의 규모로 파악되고 있다.
자체 플랜트를 통해 나프타분해로 수소와 CO를 생산하고 있는 에어리퀴드코리아를 제외하면 대부분 석유화학업체로부터 화학공정중 부산물로 발생한 96%가량의 저순도 원료가스를 공급받아 정제한 후 이를 수요처에 공급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가상승으로 인해 2004년 톤당 4백46달러가량 하던 나프타의 수입가격은 지난달 25일 기준으로 8백94달러로 200% 가까이 상승하면서 유화업체들도 원료수소의 가격을 잇달아 인상하는 상황에서 수소메이커들도 초비상 사태를 맞고 있다.
유화업체들이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은 나프타분해, 소금물분해, LPG크랙킹, LPG탈수소 등 다양하지만 자체 소비용과 부산물 공급용으로 분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공정상의 수소사용을 제외하고 연료(열원)나 스팀생산을 위해 별도의 수소부산물을 생산할 필요성이 적어지는 상황에서 산업용으로서의 수소 공급량도 부족해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동시에 원료가격 또한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유화업계의 입장이다.
따라서 국내에 유통중인 산업용수소의 70%(약 7만N㎥) 정도가 나프타분해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만큼 생산 감소로 인한 공급부족은 불 보듯 뻔한 사실로 예측되고 있다.
전체 수소원료 수급량 중 나프타분해 수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덕양에너젠 40%, SPG산업 43%, 비오씨가스 100%, 에어리퀴드코리아 100%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원료비 상승에 더해 수소메이커들을 더욱 옥죄고 있는 것은 유류비의 고공행진이다.
과거 10년전만해도 리터당 6백원 정도에 불과했던 경유가격이 올해는 1천6백원대로 올라서는 등 배송비 부담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일례로 부산지역에 위치한 산업용가스 제조플랜트에서 경인지역의 수요처까지 탱크로리를 통해 액체가스를 배송할 때 과거에 1백만원의 유류비가 들었다고 가정하면 현재는 2백만원을 훌쩍 넘어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각 수소메이커들은 배송비, 물류비, 원재료비 등의 상승부담을 어떻게 상쇄시킬 것인지를 놓고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으며 파이프라인을 통해 수소를 공급하고 있는 중대형 수요처들의 경우 만족스런 수준은 아니지만 이미 일정부분 가격인상을 관철시킨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