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매의 경우 6~8월 3개월 동안 전체 수요의 50%이상이 집중되고 있으며 탄산 및 드라이아이스도 여름 성수기의 수요량이 비수기에 비해 40% 가량 늘어나는 등 더위의 강도와 매출이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탄산이나 드라이아이스가 수요의 차이는 있지만 1년내내 사용되는 것과 달리 냉매의 최대 소비원(消費原)인 에어컨은 오로지 여름이 다가와야만 쓰임새를 발휘한다는 점에서 수백종의 산업용가스중 냉매를 여름 아이템의 첫번째 자리에 올려놓는데 주저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이러한 냉매는 지난 몇년간 덥지 않은 여름이 이어진데다 경기마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여름아이템으로서의 위용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여기에 환경규제 강화, 경쟁심화, 가격하락 등이 이어지며 국내 냉매업계는 위기감마저 느끼고 있다.
더욱이 CFC의 대체물질인 HCFC 및 HFC 시장에서 현재 나타나고 있는 심각한 해외수입의존도는 머지않아 국내 냉매시장이 외국업체에게 완전히 종속되는 최악의 상황까지 예견케 하고 있다.
각 업체들이 94년이후 10년만의 불볕더위가 예상되는 올해에 큰 기대감을 표명하며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한층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본격적인 냉매 시즌을 맞아 CFC, HCFC, HFC 등 불화탄소계 냉매를 중심으로 국내 냉매시장 전반을 살펴보고 향후 냉매업계가 나아가야할 방향 등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냉매는 냉각작용을 일으키는 모든 물질을 말하지만 산업적 의미의 냉매는 냉동장치, 열펌프, 공기조화장치 등 특정 사이클(cycle)기관의 내부를 순환하며 증발기 및 응축기를 거치면서 주위의 열을 흡수해 방출하는 작동유체(作動流體)를 뜻한다.
즉 냉매는 얼음처럼 자체적으로 차가운 성질을 띠고 있다기 보다는 증발과 응축이라는 사이클을 반복하며 주변의 열을 빼앗는 매개물질인 것이다.
이에따라 냉매는 기본적으로 열흡수와 열방출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증발 또는 응축이 이루어져야만 하며 응축과 증발시의 온도차이가 최소한 10℃이상이 되어야 사용목적을 이룰 수 있다.
또한 누출에 대비해 대기압이상의 압력에서 증발하고 상온에서는 저압에서 액화되며 높은 임계온도와 낮은 응고온도의 특성을 갖추면 좋다.
독성, 부식성, 인화성, 폭발성이 없어야 함은 물론 누출시 악취를 풍기지 않고 발견이 용이해야 한다.
아울러 동일 냉동능력에 대한 냉매가스 용적은 작을수록 좋으며 저렴한 가격도 빼놓을 수 없는 조건중 하나이다.
이러한 냉매의 효시(嚆矢)는 1800년대 중반 냉동기계의 제작에 사용됐던 에테르(CH3CH2OCH2CH3)를 꼽을 수 있다.
이는 에테르가 기화할 때 다량의 열을 빼앗는 성질이 있음을 활용한 것이었지만 높은 휘발성으로 인해 폭발의 위험이 높아 지금은 냉매로 사용하지 않고 있다.
1850년을 전후하여 에테르를 대체할 새로운 냉매의 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며 이 과정에서 암모니아(NH3), 이산화탄소(CO2), 아황산가스, 염화메틸, 이소부탄 등 무수한 물질과 혼합물들이 시험대상에 올랐다.
현대적 의미의 냉매는 1930년 제너럴모터스(GM)社의 화학자였던 Thomas Midgley와 Henne이 미국 듀폰社의 의뢰로 최초의 CFC계 냉매인 ‘R-21(CFC-21)’을 개발해냄에 따라 비로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같은 이유로 일부에선 이 때를 냉매의 효시로 보기도 한다.
당시 기적의 화합물이라 불렸던 CFC 냉매는 듀폰社가 1931년 ‘프레온(Freon)’이라는 상품명으로 전세계에 판매를 시작하면서 암모니아가 주종이었던 기존 냉매시장을 대체하며 최근까지 ‘냉매의 왕’으로 군림해왔다.
[냉매의 종류 및 분류]
현재 사용되고 있는 대부분의 냉매는 CFC계, 탄화수소계, 유기화합물계, 무기화합물계 등 크게 4가지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이외에도 제조방식이나 물질특성 등에 따라 자연냉매와 인공냉매, 단일냉매와 혼합냉매, 공비혼합냉매와 비공비혼합냉매, 구냉매와 신냉매, 기존냉매와 대체냉매, 규제물질과 비규제물질 등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여기에서는 위에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불화탄소계 냉매를 기준으로 CFC, HCFC, HFC 등으로 종류를 분류했다.
일반적으로 CFC를 프레온이라고 칭하는 경우가 있지만 프레온은 탄소(C), 불소(F), 염소(Cl), 브롬(Br), 수소(H)로 구성되는 탄소수가 1~3개인 화합물의 총칭이므로 HCFC, HFC 등도 프레온의 일종이다.
냉매(Refrigerant)의 표기법은 영문이니셜 ‘R’을 인용해 ‘R+번호’ 형태로 표시하는데 최근에는 규제물질과 비규제물질과의 구분을 위해 R 대신에 CFC, HCFC, HFC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 CFC
CFC(chlorofluorocarbon, 염화불화탄소)계 냉매는 염소(Cl), 불소(F) 및 탄소(C)로 구성된 물질로 R-11, R-12, R-113, R-114, R-115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비등점 및 임계온도는 R50→R40→R30→R20→R10 등과 같이 염소(Cl) 수가 증가할수록 상승하며 R10→R11→R12→R13→R14 등 염소가 불소(F)로 치환될수록 낮아진다.
또한 가연성은 R-14를 정점으로 수소(H)의 수가 많을수록 높아지고 독성과 마취성은 R-10, R-20과 같이 염소의 수가 많을수록 강해진다.
이러한 CFC계 냉매는 지난 50여년이상 전세계 냉매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지만 오존층파괴, 지구온난화 등 지구환경에 심각한 위해(危害)를 끼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지난 87년 체결된 몬트리올 의정서에 의해 선진국은 96년, 우리나라를 포함한 개도국은 2010년까지 사용량을 전폐(全廢)해야 하는 실정이다.<표-1><표-2>
이에 우리나라도 현재 정부가 매년 CFC의 국내생산량 및 소비량을 확정, 고지하고4 있으며 지난 2000년 1월부터는 CFC를 포함한 특정물질들의 수출입 허가제를 시행하고 있다.
□ HCFC
HCFC(Hydrochloroflurocarbon, 수소화염화불화탄소)계 냉매는 CFC의 구성원소 중에 수소(H)가 하나이상 포함된 것을 말하며 HCFC-22, HCFC-123, HCFC-124, HCFC-141b, HCFC-142b 등이 이에 속한다.
원래 HCFC는 규제물질인 CFC를 대체하기 위한 목적에서 개발되었지만 90년대들어 HCFC 또한 CFC와 함께 규제의 대상으로 생산.소비.수출 등에 제한이 가해지고 있다.
CFC에 비해서는 오존파괴지수(ODP)가 낮지만 HCFC에도 핵심 오존파괴물질인 염소(Cl) 성분이 CFC의 10%정도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지난 92년 코펜하겐의정서에서는 당초 2030년까지였던 선진국의 HCFC 사용 전폐시기를 2020년으로 앞당겼으며 개도국의 규제일정도 새로 정하여 2016년부터 2015년 수준으로 소비를 동결한후 2040년까지 전폐키로 결정한바 있다.
이에따라 현재 HCFC는 CFC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냉매로 넘어가기 이전단계의 중간대체물질 개념에서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상황이다.<표-3><표-4>
□ HFC
수소(H2), 불소(F), 탄소(C)로 구성된 HFC(Hydroflurocarbon, 수소화불화탄소)계 냉매는 CFC나 HCFC와 달리 오존층에 위해를 가하지 않는 친환경 냉매의 선두주자이다.
HFC-32, HFC-125, HFC-134a, HFC-404a, HFC-407c, HFC-410a 등이 대표적인 HFC계 냉매이며 이들 모두가 CFC 및 HCFC를 대체할 최종 대체물질로 인정받고 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중간대체물질인 HCFC가 전체 냉매시장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반면 미국, 유럽(EU),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HFC로의 이전이 급속하게 진행중이다.
예를들어 냉장고 냉매용 CFC-12는 이미 HFC-134a로 대체되고 있으며 에어컨용 냉매도 기존 HCFC-22를 HFC-407c나 HFC-410a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이후 출고되는 자동차의 에어컨용 냉매 또한 HFC-134a로 전량 대체가 이루어졌다.
이와관련 HFC는 기존 냉매와 비교해 소량으로도 동등한 냉각능력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양적인 증가율은 연간 5% 미만에 머무르고 있지만 가격이 CFC 대비 약 7배, HCFC 대비 2배이상 비싸기 때문에 매출 측면에서는 탁월한 성장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HFC-134a(R-134a)와 HFC-32의 경우 이미 수요량이 생산량을 역전한 상태로 공급물량 확대를 위한 메이저업체들의 생산설비 증설이 잇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 자연냉매
HFC를 제외하고 차세대 친환경 대체냉매로서 가장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 바로 자연냉매(natural refrigerant)이다.
CFC나 HCFC는 물론 HFC조차 미약하나마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어 결국 자연상태에 존재하는 물질을 냉매로 활용하는 자연냉매가 궁극적인 최적의 대체냉매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자연냉매로는 물(H2O), 암모니아(NH3), 질소(N2), 탄산(CO2, R-744), 프로판(R-290), 이소부탄(R-600a) 등이 있으며 이중에서도 메탄, 에탄, 프로판, 부탄, 이소부탄, 프로필렌 등 탄화수소계 냉매에 대한 관심이 높다.
물론 이들 자연냉매는 CFC계 냉매가 개발되기 이전에 이미 사용됐던 것으로 가연성(탄화수소계), 독성(NH3), 냉동장치 소형화의 어려움(CO2) 등을 이유로 CFC에 밀려났었지만 환경규제가 계속 심화되면서 이러한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노력이 잇따르고 있다.
독일이 지난 97년부터 자국에서 유통되는 모든 냉장고 및 냉동고에 탄화수소계 냉매를 사용하고 있으며 북구유럽협의회(Nordic Council) 5개국과 스위스, 네덜란드 등 일부 유럽국가들도 가정용 냉장고 및 소형냉동장치 등에 자연냉매를 채용했다.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오는 2005년경에 이르면 대체냉매 시장이 본격화되면서 전세계적으로 약 21만톤~28만톤의 수요가 발생할 것이며 국내수요도 연간 7천톤(약 1천억원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불화탄소의 용도]
CFC, HCFC, HFC 등 불화탄소의 용도는 냉동공조장치용 ‘냉매’를 필두로 ‘발포(發泡)’, ‘세정’, ‘분사’ 등 크게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표-4>
이중 사용량이나 매출규모면에서 최대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은 역시 냉매 분야이다.
냉매용도로만 보면 전세계적으로 자동차 에어컨용 수요가 가장 많으며 가정용 및 산업용 에어컨, 냉장고, 공조기기(열펌프 등) 등의 순이다.
발포용도의 경우 프레온의 낮은 열전도 특성을 살려 우레탄폼, 스티로폼 등 각종 단열재용 플라스틱 재료들의 발포제로 사용된다.
단열재 재료 속에 프레온을 기포로 밀폐하면 열기의 출입을 차단하는 효과가 탁월해져 우수한 단열성을 지닌 제품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냉장고나 건물의 단열재, 자동차 핸들 및 시트, 범퍼 등에 쓰이는 경질 우레탄폼이 바로 이러한 프레온 발포공정을 거친 제품이다.
또한 강한 침투성, 불연성, 무취 및 무해성 등의 성질을 지닌 프레온은 10여년전 부터 세정제로도 상당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비점이 실온보다 조금 높기 때문에 액체로 분사한후 신속하게 기화되며 낮은 표면장력을 지녀 미세부품의 틈새에 쉽게 침투할 수 있어 정밀기계부품의 세정용 용매로 유리하다.
분사제로서 프레온은 제2차세계대전 당시 말라리아 살충제에 CFC를 사용한 것을 시작으로 헤어스프레이, 탈취제 등에 채용되며 상당기간 커다란 시장을 형성했었지만 분사제용 프레온이 오존층 파괴의 핵심주범으로 몰리면서 시장정체가 이어지고 있다.
HCFC-22, HFC-152a, HCFC-141b 등 중간대체물질 및 최종대체물질로 이전이 마무리되고 있으며 프레온을 대신해 LPG, 디메틸에테르(DME)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세계시장 1백50만톤…국내시장 1천5백억원]
하나경제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2003년말 현재 전세계 불화탄소(CFC, HCFC, HFC 등) 시장은 미국 약 55만톤, 서유럽 약 40만톤을 포함해 총 1백50만톤 규모로 추정된다.
지난 74년 80여만톤의 시장규모를 보인이후 6~7년간 물량감소가 이어졌으나 87년 1백만톤을 돌파한뒤 현재에 이르고 있다.
연간 1백50만톤의 시장중 HCFC-22가 약 45만톤, HFC-134a가 약 15만톤의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장구도는 선진국의 일부 메이저급 업체들이 주요 제품의 제조.생산.혼합기술 등을 독점, 특허권의 보호아래 전세계 시장을 독과점 형태로 장악하고 있으며 이를통해 가격이나 공급물량 등에서 막강한 시장지배력을 과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구체적으로 북미지역 시장은 듀폰社가 시장점유율 34%로 선두를 유지하고 있고 하니웰(28%), 아토피나(19%) 등 상위 3개사가 전체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유럽 역시 아토피나(31%), 솔베이(20%), Ausimont(16%) 등 3개사와 Ineos Fluor社에 의한 과점양상을 띄고 있으며 일본도 다이킨, 아사이글라스, 미쓰이-듀폰 등 3사가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불화탄소 시장은 약 1천5백억원 규모로 6월에서 8월까지 3개월여간 전체 수요의 50% 이상이 집중적으로 소비된다.
주요업체로는 후성그룹 계열사로 울산화학(제조) 및 후성물산(수입) 제품을 판매하는 퍼스텍(舊후성테크)이 약 1천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체 시장의 65%를 점유하고 있고 ㈜화인텍(약 1백80억원, 12%), 삼광가스테크(약 1백20억원, 8%), 한강가스(약 1백20억원, 8%) 등 4개사에 의해 주도되는 모습이다.<표-5>
용도별로는 에어컨, 냉장고, 공조장치 등 냉동공조 산업이 전체 수요의 60%를 차지하며 발포, 세정, 분사 등 기타시장이 약 40%의 점유율을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관련 퍼스텍은 모기업인 후성그룹과 국내최대 완성차 제조업체인 현대.기아자동차를 보유한 현대그룹과의 밀접한 관계에 힘입어 국내 자동차 에어컨 냉매시장의 약 70%를 점유하고 있다.
한편 울산화학이 생산하는 각종 CFC계 제품과 HCFC-22, HCFC-141b, HCFC-142b 등HCFC 3종을 제외하면 국내에서 유통되는 모든 제품은 100% 수입품이다.
□ CFC
CFC는 국내수요 전량을 울산화학이 생산, 퍼스텍이 판매하는 구조이다.
이로인해 퍼스텍이 연간 5천여톤의 국내시장을 독점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발포 및 교체.보충용 냉매수요를 중심으로 약 2백억원의 시장이 형성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CFC는 규제물질로서 친환경 신냉매로의 대체가 급속히 진행됨에 따라 시장축소가 불가피한 아이템이다.
관련업계에서는 CFC 시장이 이미 지난해를 기점으로 눈에 띄는 수요감소가 나타나 향후 1~2년내에 영향력의 상당부분을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CFC수요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차량 에어컨 보충용 시장도 CFC 사용차량의 감소, 자동차 성능향상에 따른 보충주기 향상, 경기침체로 인한 보충수요 급락 등으로 된서리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CFC 시장에서 발견되는 특이할만한 점은 저가의 규제물질인 CFC가 상대적으로 고가의 중간대체물질인 HCFC보다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같은 국내만의 기형적인 현상은 HCFC가 중국산 제품의 대량유입으로 치열한 출혈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반면 CFC는 퍼스텍이 독점적 지위를 누리며 고가정책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 HCFC
연간 3만5천톤 규모(약 7백~8백억원)의 HCFC 시장은 울산화학이 몇몇 제품을 생산하고는 있지만 국산제품 비중이 20%미만에 불과하며 수입산이 대부분의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실제로 CFC대체물질의 수입동향을 보여주는 <표-6>를 보면 CFC, HCFC, HFC를 통틀어 국내최대인 연간 1만5천톤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HCFC-22의 경우 지난해 수입량이 1만3천톤에 달해 수입의존도가 88%에 이르고 있다.
90%이상이 발포제로 쓰이는 HCFC-141b는 지난해 3천6백74톤이 수입되어 전체 7천톤 시장의 약 50%를 수입산이 점유했다.
수입제품의 62%는 중국산이며 일본산 24%, 미국 및 프랑스산 14% 등의 순이다. 99년이후 중국산 유입이 가속화되면서 울산화학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되고 있어 수입비중이 계속 상승하고 있는 추세이다.
발포제용 CFC-113의 중간대체물질로 연간 4백톤의 수요가 발생하고 있는 HCFC-142b 또한 국내수요의 약 7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수입국가는 프랑스(아토피나) 68%, 중국 31% 등이다.
연간 시장규모 3백여톤의 HCFC-123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하니웰 등 미국산 37%를 비롯 캐나다산(듀폰) 15%, 중국산 48% 등 3개국 제품이 국내시장을 삼분하고 있다.
HCFC는 냉매시장 중 가장 큰 규모를 형성하고 있는데다 중국산 제품이 대량 유입되면서 국산과 외산과의 경쟁은 물론 수입업체들 사이의 출혈경쟁도 심각해 시황이 매우 혼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 HFC
대체물질인 HFC시장은 HFC계 냉매의 대표주자인 HFC-134a(약 6천톤)을 중심으로 지난해 약 5백억원의 시장을 형성했다.
이 또한 수입제품이 전체물량의 80%를 점유하고 있으며 일본산(다이킨, 아사히 등)과 미국산이 대부분이다.
울산화학은 현재 HFC-32, HFC-116, HFC-218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HFC-134a의 경우 후성테크를 통해 수입, 가정용 에너컨 냉매로 공급하고 있다.
아직까지 HFC시장은 물량면에서 CFC나 HCFC에 크게 뒤쳐져 있지만 가격이 고가(高價)인 탓에 금액적 측면의 시장규모는 HCFC의 60~70%선에 육박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높은 가격이 HFC의 시장증진을 가로막는 가장 중요한 요인의 하나이지만 선진국을 중심으로 도입이 확대되면서 최근 국내시장에도 이와유사한 분위기가 대두되고 있다는 관련업계의 분석이다.
일례로 일본과 유럽은 가정용 및 상업용 에어컨 냉매제로 쓰이는 HCFC-22의 단계적 폐지를 결정하고 HFC-32 주축의 혼합냉매인 HFC-410a(HFC-21 50%, HFC-125 50%)와 HFC-407c(HFC-32 23%, HFC-125 25%, HFC134a 52%)로 대체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와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CFC시장이 눈에 띄게 약화되고 있지만 HFC와 HCFC 등이 그 자리를 대체하면서 전체 시장규모는 큰 변동이 없다”며 “특히 최근들어 에어컨 냉매를 중심으로 HFC의 상승조짐이 일고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국내외적 분위기를 반영하듯 울산화학 또한 기존 HCFC-22 설비의 HFC-32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범정부적 표준화 노력 시급]
국내 냉매시장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문제점은 자체 생산이 아닌 외산제품의 수입에 치중하고 있다는 부분으로 수입비중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사양산업으로 쇠퇴의 길을 걷고 있는 CFC를 제외하면 HCFC와 HFC의 수입의존도는 이미 절대적인 수준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머지않아 국내 냉매시장을 외국의 기업들에게 완전히 내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더욱이 국내유일의 제조업체인 퍼스텍(울산화학)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국내 불화탄소계 냉매 공급업체들은 변변한 소분(小分)설비조차 갖추지 못하고 완제품을 수입, 판매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다보니 관련업체들의 경쟁력은 오로지 가격으로 모아진다.
여기에 중소업체들의 난립과 경기불황, 냉동공조 등 수요산업의 침체 등이 겹치면서 출혈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HCFC보다 CFC의 유통가격이 비싸게 형성되는 이상현상도 극단적 출혈경쟁의 산물이다.
결국 외형적인 시장규모는 그대로지만 업체들의 마진폭은 매년 하락세를 면치 못하며 사업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국내업체들의 국산화 의지 박약(薄弱)이나 기술력 부족이 아닌 일부 다국적 기업들의 담합과 같은 ‘보이지 않는 손’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수년전부터 국내에서도 수년전부터 테크노켐 등의 업체들이 친환경 대체냉매 및 자연냉매의 국산화에 성공, 의욕적으로 관련시장에 뛰어들었지만 AS산업이나 보충용 시장에서 일부 활용되고 있을 뿐 수요업체들로부터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삼성, LG, 현대 등 국내 거대 냉매수요업체 대부분이 수출위주의 사업을 펼치고 있어 주요수출지역인 미주나 유럽 등지에서 표준화된 냉매를 채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국내업체들은 아무리 좋은 제품과 탁월한 기술력, 높은 가격경쟁력을 구현한다해도 국제표준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상 산업적 활용성은 거의 없는 셈이다.
반면 듀폰, 하니웰, 아토피나, Ausimont 등 다국적 불화탄소 제조업체들은 GE, 캐리어 등 역시 다국적 불화탄소 소비업체들과 전략적으로 연계하여 손쉽게 국제표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현재 최종 대체물질로 고정화되고 있는 HFC-134a, HFC-410a, HFC-407c, HFC-404a 등도 이러한 과정을 거친 제품이다.
또한 듀폰 등은 이렇게 표준으로 인정받은 제품들의 제조기술, 혼합비율 등을 철저히 국제특허화 함으로서 후발주자들의 추격을 원천봉쇄하고 있음은 물론 가격 및 공급량 제어를 통해 개발의지 자체를 꺾어놓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90년대에 울산화학이 KAIST와 함께 HFC-134a의 개발에 성공한바 있지만 당시 해외 메이저업체들이 국내 공급가격을 절반가량 낮추면서 생산포기를 유도한 사례가 있다.
올해초에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 산학연 협동으로 친환경 혼합냉매를 국산화했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했지만 주요 수요업체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했다.
결국 현 상황에선 해외업체들이 기술이전을 해주지 않는 이상 국내 불화탄소계 냉매시장은 앞으로도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거나 HFC-32처럼 HFC계 혼합냉매(410a, 407c)의 원료물질 공급 정도에 국한될 소지가 매우 다분하다.
이와관련 업계전문가들은 “정부나 국가연구기관들은 막대한 연구자금을 투입 또는 지원함으로서 대체냉매를 개발해내는 것 만으로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국산 대체냉매들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우수한 제품 개발과 함께 범정부차원의 표준화 노력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냉매의 표기법]
냉매를 표기할 때 CCl4, CBrClF2, CCl2FCCl2F, CH3CH2CH3 등 화학식을 사용하면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 제시한 방식에 따라 각 냉매별로 특정한 번호를 붙여 사용한다.
번호 앞에 냉매(Refrigerants)의 첫글자를 인용, ‘R+번호’ 방식으로 표기하는 것이다. 물론 프레온 22 등과 같이 상품명에 냉매번호를 붙이는 사례도 있지만 공식적 명칭은 아니다.
좀더 자세하게 살펴보면 메탄.에탄 및 프로판계 냉매는 ‘R+△○□'과 같이 세자리로 표현한다.
각각의 숫자는 냉매에 포함된 원소의 숫자와 관계가 있는데 백단위인 △은 탄소원자의 수에서 1을 뺀 숫자이며 십단위인 ○은 수소원자의 수에 1을 더한 숫자이다. □는 불소원자의 수를 적으면 된다.
이와관련 메탄계 냉매는 백단위 숫자가 0(zero)이기 때문에 냉매번호가 두자리 숫자이며 에탄계 냉매는 백단위 숫자가 항상 1이다.
예외적인 경우로 R13B1 등이 있는데 R13B1의 분자식은 CBrF3으로 브롬 원자 1개를 포함하고 있다.
또한 에탄계 냉매에서 수소 원자를 할로겐 원소로 치환하면 물성치가 다른 이성체(isomer)가 존재하기 때문에 치환한 할로겐 원소의 안정도에 따라 냉매번호 오른쪽에 a나 b 등을 붙이기도 한다.
400번대로 표시하는 비공비혼합냉매는 혼합냉매를 이루고 있는 구성냉매의 번호.질량조성비를 명시하며 관례적으로 비등점이 낮은 냉매부터 먼저 명시한다.
반면 공비혼합냉매는 500번대로 표기하는데 개발된 시기의 순서에 따라 R500, R501, R502 등으로 번호가 매겨진다.
마찬가지로 유기화합물냉매가 600번대를 사용하며 유기화합물냉매 중 부탄계가 R60△, 산소화합물 R61△, 유기화합물 R62○, 질소화합물 R63○ 등으로 개발순서에 따라 일련번호를 붙인다.
암모니아, 물, 탄산 등과 같은 무기화합물냉매는 700번대로 십자리와 일자리에 화합물의 분자량을 쓴다.
마지막으로 프로필렌(R1270)이 속하는 불포화 유기화합물 냉매는 1000번대이며 100단위 이하는 할로겐화탄소 냉매와 동일한 방식으로 표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