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각적인 안전관리 강화 노력에 힘입어 지난 2002년도에 큰 폭으로 감소했던 고압가스 사고발생율이 지난해 다시 증가세로 전환되면서 관련업체들의 안전의식을 재무장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집계한 고압가스 사고현황 자료를 중심으로 지난해 국내 고압가스 사고를 분석한 결과, 사고건수가 2002년의 8건에 비해 62% 늘어난 총 13건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상반기에만 전년 동기대비 3배 가까이 많은 사고가 발생한데 따른 결과이며 이에따라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도 2002년 12명에서 지난해에는 16명으로 확대됐고 특히 사망자의 비율이 큰 폭의 증가를 나타냈다.
업계전문가들은 시장상황이 크게 악화되면서 매출감소라는 위기에 봉착한 업체들이 예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관리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이같은 결과를 초래한 최대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 사고발생빈도
지난해 1년간 발생한 고압가스 사고는 월평균 1건을 넘어서는 총 13건으로 전년대비 62.5% 증가했다.
안전공사의 집계에서 빠진 오징어잡이 선박 NH3 용기 폭발사고(9월17일)와 주차빌딩 소화용 CO2 누출사고(10월28일) 등을 포함할 경우 사고증가율은 87.5%로 치솟는다.
여기에 선박이나 사업장내에서 발생한 알려지지 않은 사고까지 더한다면 단순한 우려의 수준을 넘어 보다 적극적인 대처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사고의 종류는 가스누출이 4건으로 가장 많았고 화재와 파열이 각 3건, 폭발 1건, 산소결핍(중독) 1건, 전복 1건 등의 순이었으며 2/4분기와 4/4분기의 사고빈도가 높게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유달리 독성가스인 암모니아(NH3)와 관련한 사고가 많았다는 점이 특징적인 부분이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3월 대한특수가스의 모노실란(SiH4) 충전장 화재를 시작으로 4월에 제주 모업체의 냉각기 배관에서 NH3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어 5월에는 경기소재 모 업체의 액체염소 대기 방출, KAIST 실험실내 질소용기 폭발, 과충전에 따른 미검 탄산용기 파열 등 3건의 사고가 일어났으며 6월의 경우 부산에서 충전호스 파열로 인한 NH3 누출, 강원 강동산업 및 전남 K통상에서의 NH3 누출 등 NH3 누출사고만 3건이 잇따랐다.
하반기에 들어선 7월에도 사고가 이어져 전남 여수에서 질소중독 사망사고가 있었고 10월에는 다시 호남석유화학 고밀도폴리에틸렌(HDPE)공장 폭발, 수첨공정을 진행하던 SK 울산공장 리보일러 히터 화재, 이동식CNG충전트레일러 충전구 파열 등 3건의 사고가 이어졌다.
지난해의 마지막 사고는 새해를 이틀 앞둔 구랍 29일 울산고속도로에서 7중 추돌사고를 피하려던 액체탄산탱크로리가 전신주와 충돌후 전복된 사고였다.
전반적으로 감소일로에 들어섰던 고압가스사고가 지난해 다시 상향화된데는 최악의 체감경기 저하로 인한 투자감소의 영향이 상당부분 작용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분석이다.
생존 자체가 힘겨워진 상황에서 실적개선에 직접적 연관성이 없는 안전관리 등의 분야는 부득이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실제로 많은 기업 및 업체들이 극심한 경쟁과 매출감소 위기에 처하면서 신규투자는 물론 .공정의 개선, 안전관리강화 등에 투자할 여력을 갖출 수 없었으며 일부 여력을 갖춘 업체마저 대부분 경기회복 이후로 투자시기를 조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인명피해
기본적으로 사고빈도와 인명피해는 정비례하기 마련이지만 고압가스 사고의 경우 대형사고 1건만으로도 엄청난 인명피해가 발생할 개연성이 매우 높은 업종이다.
지난해의 인명피해 발생율은 사고건수 증가 등의 여파로 2002년 대비 33.3% 증가했으며 인명피해중 사망자의 비율도 전년도 9%에서 지난해에 무려 25%로 급증, 적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와관련 지난해 고압가스 사고로 인한 공식 인명피해는 사망 4명, 부상 12명 등 총 16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2년의 사망 1명, 부상 11명과 비교해 사망자와 부상자 모두에서 인명피해가 확대된 것이며 지난해의 사고건수가 13건임을 감안할때 사고 1건당 평균 1.2명의 인명이 부상당하거나 숨졌다는 의미이다.
2003년 최초의 인명피해는 5월13일의 KAIST 풍동실험실 용기폭발 사고에서 발생했다.
국정감사에서도 거론됐던 이 사고로 대학원생 1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입었으며 경찰 수사결과 질소용기에 수소를 충전하여 비롯된 어처구니없는 인재(人災)로 드러나 더욱 안타까움을 더했다.
6월에도 NH3 누출사고 3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1명이 숨지고 3명이 독성가스에 중독돼 치료를 받았다.
또한 저장탱크 개방검사중 질소배관을 공기배관으로 오인한 작업자 1명이 질소에 질식사했으며 전국 산업단지의 안전관리실태조사를 야기한 호남석화 사고로 1명이 목숨을 잃고 6명이 부상을 당했다.
지난달 29일의 탱크로리 전복사고에서도 운전자 1명이 부상했다.
이외에도 안전공사 집계에는 누락됐지만 9월의 오징어잡이선박 NH3용기 폭발로 사망자 1명을 포함해 총 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서울 삼성동의 모 지하주차장에서 일어난 소화용 CO2 누출로 2명이 질식, 이중 1명이 숨졌다.
위의 두 사고만 포함시켜도 지난해의 인명피해는 사망 6명, 부상 17명 등 총 23명으로 늘어나 지난 7년간 공식집계된 고압가스사고 인명피해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게 된다.
한편 안전공사는 최근 산업용가스 및 특수가스의 사용량과 용도가 확대되면서 사고빈도의 증대는 물론 대형사고 발생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판단, 올해 중에 산업용가스를 위한 보다 세부적인 안전관리시스템을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관련법을 재정비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