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56호에서 언급했듯이 산업용가스 유통(공급)구조가 액체가스에서 기체가스로 급격한 전환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도 액체가스 신규 공급(유통)업체의 지속적인 증가로 현재 충전.판매업계를 비롯한 유통업계는 절대절명(絶代絶命)의 위기에 놓여있다.
더욱이 최근 액체생산에 대한 원가부담의 증가를 이유로 액메이커의 가격인상안이 확정된 가운데 충전업계는 수요처에 대해 이를 반영하지 못하는 등 수요감소와 경제적인 부담의 이중고로 수심이 깊게 드리워진 입장이다.
우리나라 가스의 유통구조는 오랫동안 제조.유통.수요의 3단계로 거래관행을 유지해 오고 있었으나 제조업체들의 생산방식의 급격한 전환(액체→기체)의 여파로 각 단계별 유통구조도 직거래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현재는 중간단계의 유통을 줄이는 등의 형태로 변화되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직거래처(저장탱크 설치거래처)의 꾸준한 수요확보로 높은 차액이 발생, 부가적인 이득을 취한 업체도 있지만 대부분 상대적인 박탈감과 함께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실질적인 이익마저도 감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충전업계에서도 빈부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이를 시기하고 사촌이 땅을 사면 배아프다는 식으로 업체간 신뢰도의 급격한 하락과 함께 경쟁의식이 강화돼 거래처 확보를 위한 무차별적인 경쟁양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가스업계의 사업 목적도 여타 사업과 마찬가지로 이익추구에 있다지만 같은 지역내 무수히 많은 동종업체들 사이에 무차별적인 거래처 확보경쟁보다는 상도의를 기본 바탕으로 한 적정수준의 마진율 확보와 상대업체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 등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충전업계의 경우 최근에 진행된 액메이커의 가격인상안 통보가 원가산정과 유통마진 등을 재정립한 선진정책의 일환이라는 기준으로 볼 때 이제는 충전업계에서도 시장공급에 대한 적정가격의 재검토를 거쳐 새로운 공급가격을 영업일선에서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일부 충전업체가 원료공급처(액메이커)의 가격인상에 대한 불만만 목청껏 높이고 있는 행위도 공급.유통업체간 상호 입장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자신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조원가 조정 및 공급가 인상안이 중간 유통업체에게 경제적 부담만 전가하고 있다는 판단을 할 수도 있지만 현재 충전업계의 상황에서는 동종업체간의 경쟁속에서 눈치를 보면서 그나마 유지해 왔던 가격 고수를 표명하면서 구태여 앞장서서 경쟁사의 타깃이 되지 않겠다는 입장만 나열하는 게 충전업계의 현실이다.
이같은 판단은 아무리 충전소가 자사의 공급기준에 맞는 가격으로의 환원내지는 인상안을 요구할 경우 이 때를 틈탄 약삭빠른 경쟁사가 대폭적인 저가 공세를 펼치는 탓에 가격현실화에 앞장선 업체만 공공연히 피해를 봐왔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충전업계의 공급가격형성은 액메이커의 생산.공급원가의 산정방법과는 달리 액메이커 등의 공급처로부터 매입한 단가에 단순히 최소한의 유통마진만을 덧붙여 공급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충전업계는 어떻게든 동종 경쟁사보다 저가공략을 펼치며 방어적인 사업을 추구해 왔던 터라 십수년동안 가격 현실화를 이루지 못하는 중요한 원인이 되어왔고 지금까지 정상적인 유통가격대가 어느 정도인지 모호한 상태로 정립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산업용가스를 비롯해 모든 가스업체의 경우 위험물을 취급하고 있기 때문에 공급가격 안에는 안전관리비와 정상적인 유통을 위한 비용이 부가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모든 공사를 시행함에 있어서 ‘부실’이라는 불명예를 떠 안고 진행되어 왔다는 것은 모두가 잘 알 고 있다. 이는 계약단계에서부터 최저가 낙찰위주로 공사가 진행되면서 원청은 물론 수직하향식의 하청과 하청으로 이어지면서 자재 및 각종 부대비용 등에서 공사비를 최소투입하면서 마진을 챙겨왔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마진을 뽑아내기 위해서 ‘안전’은 등한시되고 오로지 이득만 챙기려는 일부 몰지각한 기업들의 의식수준 때문에 교량 및 건물 등이 붕괴돼 아무런 관계도 없는 불특정 다수에게 물적, 인적인 피해를 안겨주는 원인이 되었던 것이다.
이를 거울삼아 가스라는 위험물을 취급하면서도 사고예방과 안정적인 사업유지를 위해 가스업계는 최소의 마진율 안에 공급원가, 물류비, 인건비, 용기 및 설비 등에 대한 감가상각비, 사업이익 등은 물론 안전관리비가 포함된 상황에서 단가를 책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반대로 동일한 공급조건속에서 동종업체간의 저가출혈경쟁을 벌이는 것은 자사의 이익은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챙기면서 종업원과 소비자의 안전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무시된 채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이런 현실속에서 겉보기에는 매출신장으로 나타나지만 속으로는 밑지는 장사가 되고 있다는 업계의 넋두리도 충분히 이해되는 대목이긴 하다.
그렇지만 수십년간 밑져왔던 기업이 무너지지 않고 버텨오고 있다는 사실은 그동안 원료를 부실하게 공급해 왔거나 회사가 대단한 자금력을 겸비(?)했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액메이커 및 자가플랜트 보유업체 등 산업용가스 제조.공급업체들의 가격조정은 물류비, 전기료 등 원가상승요인이 발생되는 시점에서 무조건적으로 실행에 옮겨지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는 단가조정요인의 변화에 대해 상대적으로 대응속도가 빠른 제조업체와는 달리 충전.판매 등 유통업체들이 대기업을 상대하기보다는 중소수요처와 매번 사투에 가까운 가격조정을 해야하는 현실성을 감안해 최대한 조정시기를 늦춰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가뜩이나 각 기업체의 체감경기는 지난 IMF관리시절보다 경제사정이 더 악화되었다는 입장이고 보면 수요처에서도 공급처의 입장을 전적으로 수용하지 않을뿐더러 충전업계의 요구사항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과 반발만 덧붙여질 수밖에 없다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단순히 가격인상만을 이유로 공급처 변경을 단행하는 수요처들은 없다.
거래처를 변경하는 이유는 대부분 거래처 관리 부실이나 좋지 못한 감정개입과 불신에 따른 조처일 거라고 생각된다.
물론 이같은 이유의 대부분이 가격문제와 연관이 있는데 이는 가격협상에 대한 적절한 설명이 부족하고 타 수요처와의 비교견적에 따른 가격불신 등이 주요 포인트가 되고 있다.
충전업계의 주된 영업품목인 액체가스 생산.공급의 단가는 앞으로 점진적이긴 하지만 기체가스로의 급진적인 전환에 따라 현재의 시중가격에 대비해 대폭적인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제조업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럴 경우 수요처가 이해하고 쉽게 받아들이기만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에 충전업계는 심각하게 고민하고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공동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가장 단순한 방법은 지난번에도 언급했듯이 실익이 없는 일에 억지로 매달릴 필요없이 자신의 이익을 우선하면서도 차별화된 품목의 추가, 철저한 사전.사후서비스를 통한 수요처를 찾는 방법이다.
그것도 갑과 을이라는 기존 계약방식인 수직선상이 아닌 상호 필요에 의한 수평선상에서 평등계약이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현실적이지 않은 이상적인 논리라고 치부해 버릴 수도 있지만 앞으로는 당연하게 이뤄져야할 거래방법이어야 하고 반드시 추진돼야할 생존방법의 일환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그에 합당한 영업전략에 따라 경영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 충전업계와 판매업계가 액체가스 유통업체로서 짊어져야 할 과제인 셈이다.
유통업체들도 사업을 통한 이익창출에 목적이 있다면 제조비에 대한 원가분석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에 합당한 가격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충전업계가 가야할 사업목표는 액체가스 유통에만 매달려서는 도태의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액메이커 공급분야의 틈새시장을 찾아 혼합가스를 포함한 특수가스나 장비 등 부가가치가 높은 부분을 연구, 개발하고 의료용, 공업용, 식용 등에서 세분화된 전문성을 갖는 것도 차별화를 이룰 수 있는 하나의 방법으로 미래지향적인 사업에 적지 않은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