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여를 끌어왔던 한보철강의 매각이 AK캐피탈의 인수대금 확보실패로 인해 또다시 무산됐다.
이에 따라 AK캐피탈측과 지분출자 형태로 한보철강 A지구 플랜트의 장기임대 방안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진 MS가스 컨소시엄의 계획도 사실상 좌초됐으며 올해 하반기 산업용가스 업계를 뜨겁게 달궈왔던 한보철강 잉여가스의 향방은 다시한번 미궁속으로 빠져들었다.
한보철강은 지난 19일 “AK캐피탈이 법원의 최종 매각대금 납부마감시한인 18일까지 인수대금을 납부하지 못해 매각이 사실상 무산됐다”며 “정밀실사를 위한 당진공장의 일시 가동중단과 관계인 집회 개최 등 19일에 예정됐던 일정도 모두 취소됐다”고 밝혔다.
지난 7월과 8월 두차례나 납입기한 연기를 요청했던 AK캐피탈은 18일까지도 총 인수대급 4천2백54억원 중 6백44억원을 마련하지 못했으며 담당재판부인 서울지법 파산4부에 세번째로 오는 25일까지 1주일간 납입기한 연장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디케이트론에 참여키로 했던 일부은행이 갑작스레 불참의사를 통보해오면서 AK캐피탈이 대금확보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당초부터 철강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펀드회사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이 매각 무산으로 연결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산업용가스 업계 파급효과
이유야 어찌됐든 한보철강이 잉여가스를 공급할 수 있는 자가플랜트 보유업체라는 점에서 이번 매각 무산은 자의반타의반 국내 산업용가스 업계에도 직간접적인 파급효과를 미치고 있다.
실제로 경영정상화 이후에 출하될 잉여가스를 획득하기 위해 중원산업가스, 한국특수가스, 기암가스공업, 서진산업가스 등 기존의 잉여물 인수업체들은 물론 액메이커와 충전소를 막론하고 업계내에 영향력을 보유한 업체들 대부분이 한보의 문턱을 넘어섰다.
또한 AK캐피탈이 A지구 열연공장과 B지구 냉연설비의 재가동을 추진하고 있다는 언론보도로 B지구 산소플랜트 3기의 활용가능성이 한층 높아지면서 AK측 인사와의 줄대기가 극에 달했으며 플랜트의 향방을 놓고 매각설, 아웃소싱설 등 갖은 루머가 난무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7월경에는 ㈜비오씨가스코리아가 A지구 1호기 및 2호기를 인수하면서 최종 승리자가 될 듯 보였지만 8월에 이르러 ㈜MS가스, 태경화학㈜, 신일가스㈜ 등 5개 기업의 컨소시엄이 AK에 지분을 투자해 A지구 플랜트를 장기임대할 것으로 알려지는 등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혼미한 상태가 이어졌다.
업계관계자들에 따르면 BOCK로의 매각이 초읽기에 돌입했던 상황에서 MS가스 컨소시엄으로의 장기임대 쪽으로 급격히 방향이 선회된 것은 AK캐피탈이 인수자금 부족분을 지분투자를 통해 조금이라도 채워보려 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AK캐피탈의 입장에서 보면 자금부족으로 인수자체가 불투명해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인수후 매각보다는 인수전 지분투자가 더욱 매력적으로 보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과론적 측면에서 AK캐피탈과 MS가스 컨소시엄의 이러한 시도는 최종단계에서 결국 수포로 돌아갔으며 호사가들 사이에서 조심스레 예견됐던 5번째 액메이커의 탄생도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나게 됐다.
□ 향후 전망
한보철강은 부도이후 두차례의 공개입찰 유찰과 두차례의 매각무산이라는 불명예스런 기록만을 남기고 원점으로 돌아왔다.
향후 채권단의 공식 대책이 마련되겠지만 이미 지난 6년동안 4번이나 매각실패를 겪은 한보철강에 또다른 매수자가 나올 가능성이 희박하고 협상능력도 사실상 상실해버린 만큼 당분간 법정관리를 통해 경영정상화에 주력하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묘수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현 상황에서 급하게 매각 재공고를 내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다만 시기가 문제일 뿐 한보철강의 재매각이 추진된다는 사실에는 변동이 없을 전망이다.
최근 철강경기가 호조를 보이고는 있다해도 외환위기의 주범으로서 6조7천억원대에 달하는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는 한보철강의 자력회생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산업용가스 업체들의 잉여가스 수주전도 잠시 물밑으로 가라앉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새로운 인수업체가 나타나고 재매각이 급물살을 타게되는 시점에서 한보철강이라는 불씨는 다시 한번 산업용가스업계의 뜨거운 감자로서 더욱 거세게 타오를 것임이 틀림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