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경기침체로 인해 기자가 만난 취재원 중 일부의 목소리는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이미 ‘포기’라는 단어가 가슴깊은 응어리로 베어 있었다.
지난 97년 외환위기로 비롯된 약 8년간의 국내 경제상황은 이들의 경제.정신적인 어려움을 짐짓 짐작할 수 있게 했지만 향후 회복의 기미조차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 작금의 현실에서 더더욱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과연 이들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무턱대고 현실비판과 체념 그리고 도피만을 생각하고 있을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노력을 해 보았을까?라는 물음을 던져보지만 오히려 무엇을 했어야 했는가?라는 안타까운 반문만 되돌아올 뿐이었다.
원인은 이러한 반문이 나올 수밖에 없게 만든 현실속에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전개되고 있는 국내외 정세가 갈수록 엉킨 실타래가 되어 가는 상황에서 소외된 계층에 대한 무관심이 날로 깊어지고 소위 상류층에 대한 인권상승만이 빤히 보이고 있기 때문에 내뱉어지는 넋두리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10년동안 월 1백만원의 적금을 들어도 집 한 채 구하기 어려운 우리네 현실이 이들의 눈에는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깊은 골을 자아내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우리는 지난 70년대 정부의 경제개발 계획에 따라 잘 살아보자는 운동, 다시말해 새마을 운동을 전개한 댓가가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는 다름아닌 경제적인 어려움을 땀으로 극복해 내고 그에 대한 결과물을 수확해 냈다는 확신과 자신감의 회복이었다.
여기서 우리는 그 때와 지금의 상황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아야할 필요성이 있다.
배고프고 어려운 시절일수록 앞뒤 가릴 것 없이 일만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었지만 끼니를 굶을 정도가 아닌 지금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이익을 우선한 상태에서 앞뒤를 재면서 일거리를 찾고 있다는 상황적 차이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생각만이라도 예전의 우리 모습으로 되돌아가야 할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우리의 현재 모습을 ‘포기’보다는 ‘노력’에 근거한 생활자주권 확립에 중점을 두고 노력의 대가가 기대치 이상으로 나타날 수 있도록 남은 정열을 쏟아 부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는 바이다.
다시한번 경제나 현재의 사회적 상황이 어렵다고 느껴질수록 더욱더 강한 면모를 나타내는 우리의 민족적 근성이 현 시점에서 적절히 표출됨으로써 위기극복의 차선책이 아닌 최선의 방책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