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탐구정신과 개발정신으로 무장한 인류는 유사이래 수백만 아니 수천만가지 이상의 새로운 물질(상품)들을 창조해냈다.
특히 산화(酸化), 합성, 분리, 증류, 추출 등 모든 물리화학적 법칙을 동원할 수 있는 화학분야에 있어 인류의 필요에 의해 새로이 만들어진 물질들은 이루 헤아릴 수조차 없을 만큼 무궁무진하다.
이러한 인간의 능력은 가스분야에서도 빛을 발해 자연상태에서 극미량에 불과한 가스들을 공업적으로 대량 생산해내거나 자연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물질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일례로 인류는 물(H2O)을 분리하여 수소(H2)와 산소(O2)를 만들어내고 산소(O2)와 질소(N2)를 합성하여 아산화질소(N2O) 및 일산화질소(NO)를 얻어내고 있다.
좀더 복잡한 과정을 거치기는 하지만 NF3, SiH4, SiCl4, CF4 등 고가의 특수가스들도 바로 이같은 물리화학적 처리를 거쳐 생산되어진 화합물의 하나로 볼 수 있다.
특히 가스의 경우 분자나 원자, 전자가 하나 더해지거나 제거되는 미세한 차이만으로도 전혀 다른 물성을 지니게 되며 각각의 물성차이에 따라 산업적으로 활용되는 용도도 천차만별이다.
현존하는 최상의 멸균.소독용 의료용가스인 산화에틸렌(EO, Ethylene Oxide, C2H4O) 또한 에틸렌(C2H4)에 산소원소(O) 하나가 덧붙여진 물질이지만 에틸렌과는 상당한 물성의 차이가 나타난다.
이에 살균가스로서 관련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EO가스의 국내 생산제조현황 및 관련시장동향, 특성, 제조법 등에 대해 좀더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국내 EO 생산량.소비량]
국내에서 EO(산화에틸렌)가 생산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79년 10월 호남석유화학이 EO/EG(Ethylene Glycol) 공장을 준공, 가동하면서부터 이다.
이후 무려 12년동안 호남석유화학은 국내 독점 EO 공급업체의 지위를 누리며 관련시장을 오로지 했다.
호남석화의 이러한 독점체제는 삼성종합화학(現삼성아토피나)이 지난 91년 10월 EO 플랜트를 준공하면서 이원공급체제로 전환됐으며 95년에는 현대석유화학까지 EO시장에 진출, '호남석화-삼성종화-현대석화'의 3강 체제를 갖추게 됐다.
그러나 지난해이후 매각이 추진됐던 현대석유화학이 올해 7월 호남석화-LG화학 컨소시엄에 매각이 최종 결정되면서 국내 EO시장은 8년만에 다시 양자구도로 돌입하게될 전망이다.
아직 공식결정된 사항은 아니지만 공정위원회가 현대유화의 분리인수를 조건으로 매각을 승인한 것과 관련 LG화학는 현대석화의 SM(스티렌모노머) 제1공장, 호남석화는 EG를 생산하는 제2공장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어 별다른 변수가 없는한 현대석화의 EG/EO설비는 호남석화의 차지가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공정위 또한 국내 EG수요의 절반정도가 아직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호남석화가 현대의 EG설비를 인수한다해도 독과점 폐해는 없는 것으로 결론 내린바 있다.
□ 국내 EO 생산량 및 생산공정
현재 국내 3개 EO생산업체의 최대 생산량은 3개의 플랜트를 보유한 호남석유화학이 약 36만톤, 현대석유화학 32만톤, 삼성아토피나(舊삼성종합화학) 22만톤 등 총 90만톤 규모이다.
하지만 최종생산물인 EG와 MEG(모노에틸렌글리콜) 등의 자가공정에 쓰여진후 실제 출하되는 HPEO(고순도 EO)는 2003년 현재 호남석화 3만6천톤, 삼성아토 2만톤, 현대석화 2만톤 등 약 7만6천톤 수준이다.
전체 생산가능량의 약 10%가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중 EO시장의 선두주자인 호남석화는 12만톤 규모의 EO/EG 제1공장에 더해 지난 91년말 생산능력 8만톤의 제2공장을 건설하면서 HPEO의 생산량도 1만2천톤에서 2만톤으로 8천톤 가량 증가했다.
이어 97년 6월 제3공장 가동과 함께 지금과 같은 3만6천톤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호남석화는 수율 및 안정성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진 에틸렌 직접산화법, 그중에서도 산소(O2)를 반응물로 사용하는 일명 'Shell 공정'을 채택해 EO를 생산중이다.
현대석화의 경우 EG공장을 처음 가동했을 당시에는 시장성 등을 이유로 EO를 생산하지 않은 채 EG만을 공급해왔다.
한동안 EO시장 진입시기를 저울질하던 현대는 지난 94년 석유화학시장의 호황을 빌미로 드디어 EO생산에 뛰어들었고 설비 증설 등을 거쳐 현재 2만톤의 EO를 생산한다.
생산방법은 호남석화와 같은 에틸렌 직접산화법이지만 ‘Scientific Design 공정’을 채용함으로서 반응물이 산소가 아닌 공기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삼성아토피나는 91년 대산공장에 건설한 연 3만톤규모의 EO설비에서 ‘Scientific Design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해내고 있다.
한편 EO는 -17.8℃이상이면 발화가 가능하고 가연성.폭발성을 지니고 있어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수입되지 않고 있으며 같은 이유로 수출 또한 태국, 방글라데시 등 일부 후진국가에 머물고 있어 국내에서 생산된 EO의 99% 이상이 국내에서 자체 소비되고 있다.
□ 국내 EO 소비량 및 수요시장
EO는 기본적으로 MEG를 비롯 EOA(에톡시레이트).EA(에탄올아민).GE(글리콜에테르). PEG(폴리에틸렌글리콜).PPG(폴리프로필렌글리콜) 등 EO유도체, 소독 및 살균제, 전분 및 셀룰로오즈 등에 사용된다.
이중 국내에서 생산된 EO의 90% 정도가 MEG 제조에 사용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EOA를 필두로한 EO유도체 시장에서의 수요도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EO제조업체들이 EO/EG 생산설비에 MEG, EOA 등의 생산까지 가능하도록 일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EO는 자가소비의 비중이 매우 높다.
국내 EO 수요량은 MEG를 포함했을 경우 96년 31만9천톤, 97년 44만1천톤, 98년 64만1천톤 등으로 매년 급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단지 MEG를 원료로 사용하는 폴리에스테르 산업이 침체에 빠진 2002년에는 전년대비 약 2~3%의 수요확대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MEG를 제외한 순수 EO시장은 90년대 후반까지만해도 별다른 수요증감이 나타나지 않은채 연간 5~6만톤 규모를 유지하고 있었으며 최근 몇년간 EOA 등 EO유도체 시장의 확대로 인해 수요가 늘어나고는 있지만 연간 10만톤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감안하면 의료용 살균 및 멸균에 사용되는 산업용가스로서의 EO시장은 수요량 측면에서 볼 때 국내 전체 EO시장중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지난 2002의 국내 EO시장 점유율은 호남석화 41%, 삼성종화 36%, 현대석화 23% 등이다.
[산업용가스로서의 EO가스]
화학산업에서의 용도를 배제하고 산업용가스 업계의 입장에서만 보면 EO는 내시경류, 마취장비, 인공호흡기 및 부속품, 수술기구, 체온계 등을 멸균.살균.소독할 때 사용하는 의료용 산업용가스이다.
이러한 EO가스는 해당기기에 어떠한 손상을 주지 않으면서 현존하는 모든 종류의 미생물을 박멸할 수 있고 여타 살균가스들과 달리 고온, 다습, 고압 등의 조건을 필요로 하지 않다는 점에서 기존 스팀멸균법에 비해 비용부담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병.의원들은 물론 의료기기 제조업체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EO가스는 의학기술의 발달로 의료기구들이 섬세하고 세밀해지면서 각종 플라스틱 및 고무재질 제품, 카테터(혈관삽입관), 내시경 등 열(heat)과 습기에 예민해 가열멸균이 불가능한 의료기구들을 위한 최상의 소독가스로 평가된다.
EO가스를 활용한 멸균법은 크게 별도의 EO가스멸균기를 사용하거나 비닐 등과 같은 용기 속에 의료기구를 넣고 EO가스를 주입해 일정시간 밀폐하는 방법 등이 있다.
완전멸균에 필요한 시간은 EO가스의 농도에 따라 달라지는데 밀폐된 공간내에 리터당 450~1000㎎ 농도의 EO가 존재하고 있을 때 3~7시간 정도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EO가스가 박테리아의 세포벽에 침투하여 파괴하는데 가장 적당한 습도는 40~60%이며 이보다 습도가 낮을 경우 미생물의 저항력이 강해지고 지나친 습기는 EO가스의 침투작용을 지연시킬 수 있다.
작업시 주의할 점은 EO가스가 인화성.폭발성이 강하고 피부자극 및 화상의 위험이 있는 가스이기 때문에 멸균기를 환기가 잘되는 장소에 보관해야함은 물론 소독완료후에도 약 5분가량 멸균기의 문을 개방하여 잔여 가스가 배출되도록 해야한다.
또한 소독물품이 EO가스에 오래 노출되었을수록 소독후 일반공기중에 노출시켜주는 시간도 늘려줘야 한다.
일반적으로는 온도 50~60℃ 상태에서 8~12시간, 실내온도에서는 24시간 가량 노출시키는 것이 안전하다.
마지막으로 멸균효과를 지속시키기 위해 소독된 기구 및 물품은 고온다습한 환경을 피하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 보관해야 한다.
이와관련 서울대학교 보건연구실은 연구보고서를 통해 작업자들에게의 EO가스 노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멸균기, 멸균물품 저장소, EO가스저장소 등을 작업공간과 격리시키고 멸균기의 도어(door) 윗부분과 배기하수구 통로 등에 배기장치를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하고 있다.
[EO가스 제조방법]
□ 산소법
산소법은 에틸렌(C2H4)을 공기 또는 산소(O2)와 접촉.반응시켜 산화에틸렌(EO)을 발생시는 방법으로 일본 미쓰이화학, 미쓰비시석유화학 등 상당수의 업체들이 이러한 방식으로 EO를 제조하고 있다.
원료로 사용되는 에틸렌은 고순도이어야만 하며 요구되는 반응조건은 온도 230~315℃, 압력 8.4~21기압, 에틸렌농도 3~5% 등이다.
구체적으로 고순도에틸렌, 압축공기, 순환가스 등을 혼합하여 반응열 조절을 위한 다관식 반응탑으로 투입한다. 반응을 마친 물질은 세정, 분리, 추출 등의 공정을 거쳐 정류공정에 들어간다.
이러한 정류공정에서 정류탑의 상단부에서 고순도 EO를 분리해낼 수 있으며 별도의 불활성가스를 충전시킨 저장탱크에 EO를 저장하면 된다.
이같은 산소법은 에틸렌 100부에서 125부 이상의 산화에틸렌을 얻을수 있다.
□ 가수분해법
가수분해법은 에틸렌클로로히드린(HOCH2CH2Cl)을 가수분해한후 중화시키는 방법으로 EO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먼저 역류콘덴서가 부착된 반응기에 입구온도 96℃, 출구온도 102℃, 압력 60~80㎜Hg의 조건을 만든후 과잉의 석회유를 투입한다.
이렇게하면 물 70%, EO 26%, 이염화에틸렌 3%, 기타부생물 1%의 가스가 생성되는데 이를 다시 냉각 및 가스분리를 통해 증류시켜 이염화에틸렌을 분리해내야 한다.
이 공정에서 증류탑의 상부에서 순도 98~99%의 EO가 추출되며 EO 1㎏ 생산을 위해 순도 98.8%의 에틸렌 0.8㎏, 전해염소 2㎏, 100%의 석회 4.6㎏이 소모된다.
이러한 가수분해공정은 EO의 수율이 85%에 달하고 투자비도 적게 들어간다는 장점이 있지만 높은 제조원가와 낮은 EO 순도로 인해 현재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는 방법이다.
특히 EO 생산량과 비교해 원료 염소(Cl)의 투입량이 2배에 이르고 있어 별도의 염소 생산시설이 요구된다는 점도 가수분해법을 기피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 직접산화법
직접산화법은 에틸렌을 산소 또는 공기로 직접 산화시켜 EO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거의 모든 신규 EO 제조설비들이 채택하고 있는 공정이다.
직접산화법은 다시 기술을 개발해낸 업체들의 이름을 빌려 산소를 반응물로 사용하는 'Shell 공정', 공기를 반응물로 사용하는 'Scientific Design 공정' 등으로 구분된다.
두가지 공정 모두 EO의 수율은 70% 수준으로 유사하지만 'Shell 공정'은 전체 제조설비의 규모를 소형화할 수 있다는 잇점이 있다.
반면 폭발의 위험성 때문에 부반응인 에틸렌의 연소에 따른 CO2의 생성반응을 일정수준까지 진행시켜 에틸렌의 분압을 낮추어야 하며 산소플랜트 설비가 필요하다는 점은 다소 번거로운 부분이다.
'Scientific Design 공정'의 경우 공기중의 질소(N2)가 일종의 희석제의 작용을 하는데 어느 공정에서건 반응온도제어가 가장 중요하므로 끓는점 범위가 좁은 유기증류물을 냉각제로 사용한다는 부분이 특징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