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말하는 ‘3대 거짓말’이다. 악의가 전혀 없는 이른바 ‘선의의 거짓말’까지 포함한다면 삶을 영위하고 있는 전세계 60억 인구중에 거짓말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오직 나 자신만의 이득을 취하기 위해 행하는 거짓말이라면 그 어떤 미사여구(美辭麗句)를 동원한다해도 사회적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우리 산업용가스 업계의 고질적 병폐중 하나 또한 바로 이러한 이기적 의미의 거짓말이다. 사업적 비밀유지를 위한 부득이한 거짓말(?)들은 차치(且置)하고라도 눈앞의 이익과 잠깐의 눈속임을 위한 자기중심적 거짓말이 난무하면서 협력하고 발전해야할 업계종사자들간에 불신의 골이 깊어만 가고 있다.
수 시간에 걸쳐 합의한 내용을 하루도 지나지 않아 번복하거나 몇 시간 뒤에 밝혀질 일을 끝까지 잡아떼기도 한다.
경기악화와 무한경쟁이라는 호재(?)가 닥친 요즈음에는 오히려 거짓말이 마치 하나의 당당한 영업전략이며 업계의 관행인양 치부되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전개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고압가스공업협동조합 연합회의 출범이후 각 지역조합 및 회원사들간의 유대가 강화되면서 예전과 같은 무차별적인 혼란은 다소 잦아들었지만 그만큼 회원사와 비회원사, 기존업체와 신생업체들 사이의 신의부재(信義不在)는 우려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최근 전라도 모지역의 충전소 A社의 한 책임자는 신규충전소 B社의 임원과 만나 자사의 거래처인 C社를 상대로 가격인하경쟁을 펼치지 않는다는데 합의했다.
그러나 추가 물량주문이 끊긴 것을 이상히 여긴 A社의 책임자가 며칠 후 C社를 방문했고 현장에서 납품을 위해 찾아온 B社의 임원과 정면으로 맞닥뜨리는 당혹스런 경험을 했다.
A社의 관계자는 “거짓이 드러난 이후에조차 실무자는 사장의 명령을 앞세워 힘 없음을 항변하고 사장은 실무자의 뒤에 숨어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이 우리업계의 현실”이라며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하다”고 토로했다.
이외에도 경쟁입찰과 관련해 입찰에 참가하지 않겠다던 업체가 입찰현장에 나타나 상식이하의 낮은 가격으로 응찰한다거나 출혈경쟁을 자제키로 합의하여 경쟁사들을 안심시킨 후 최저가(최고가)를 적어내 낙찰받는 등 영업이라는 대의명분아래 서로 속고 속이는 행태가 다반사로 이어지고 있다.
지금도 엄연히 존재하는 지역별 앙숙관계의 대다수가 이러한 거짓과 불신으로 인한 해묵은 감정의 찌꺼기이며 매번 경쟁업체간에 문제가 발생하면 대화보다 실력행사가 우선시 되는 것도 ‘상대방을 믿으면 나만 손해’라는 경험적 판단이 뇌리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사연없는 무덤이 없듯이 불신을 조장한다고 지적받는 업체들에게도 나름대로 변명거리는 있다. 기존의 많은 업체들도 이같은 방식을 통해 지금의 위치에 올라섰으며 생존을 위한 피치 못할 선택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계승하고 발전시켜야할 전통(傳統)과 하루빨리 버려야할 폐습(弊習)은 엄연히 다르다. 거짓은 거짓을 낳고 불신은 불신을 잉태할 뿐이다.
거짓말은 당장의 상황을 회피할 아이디어가 될 수는 있겠지만 신뢰를 잃은 사업가는 결코 장사꾼을 넘어설 수 없음을 잊지 말아야한다.
출혈저가경쟁 근절, 용기.저장탱크 대여료 실시 등 우리 업계 모두가 바라는 대다수 숙원들을 실현할 첫걸음도 바로 ‘신의 회복’이라는 네 글자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