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애의 자연환경을 갖춘 국내 최고의 관광휴양지 ‘제주도’.
항공편을 이용하면 서울에서 1시간 거리에 불과하지만 4면이 모두 바다로 둘러싸인 섬지역인 탓에 제주도는 자연은 물론 언어, 산업 등 거의 모든 측면에서 ‘육지’(제주도에서는 내륙지방을 육지라고 표현한다)와는 다른 독특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 점에 있어선 산업용가스 시장 역시 결코 예외가 될 수 없다.
인구 55만명, 산업경제주체인 4만1천여개사의 사업체가 존재하는 제주도는 이미 상당한 규모의 산업용가스 시장이 형성되어 있지만 섬이라는 자연환경은 유통구조, 시장 및 영업환경 등을 육지와는 사뭇 다른 이채로운 모습으로 변화시켰다.
□ 산업용가스 업체 현황
현재 제주도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산업용가스 충전소는 새한가스공업(舊관동산소), 한진기업, 대광산소, 평화가스공업, 제주종합가스 등 총 5개사.
이중 새한가스(대표 이상훈)는 제주도 최초의 산업용가스 충전소로 창립한 관동산소가 올해 노후화된 충전.저장설비를 전면 교체하면서 분위기 쇄신 및 제2의 도약을 꾀하기 위해 사명을 변경한 업체로 최초라는 수식어답게 그동안 쌓아온 관록과 노하우가 최대의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이 회사는 액체가스의 공급, 유통이 어려웠던 섬의 특성에 맞게 최초 설립시 내륙에서도 2~3개 뿐이었던 기체플랜트를 자체적으로 설치, 운용해 왔다는 사실은 특이할 만한 이력이다.
현재 새한가스는 제주도내 최대의 공업단지인 화북공업단지내에 20톤 산소 저장탱크 1기와 13톤 산소 탱크로리 1대를 갖추고 산소(O2), 질소(N2), 아르곤(Ar), 탄산(CO2), 수소(H2), 헬륨(He), 특수가스 등의 산업용가스를 취급하고 있다.
한진기업(대표 오공수)은 당초 새한가스와 같은 산업용가스 충전소였지만 지난 1999년 경에 지금의 평화가스공업에 관련설비, 영업권 등을 매각한 후 서귀포시 토평공업단지에 감귤과 화훼, 원예 등에 탄산을 공급하는 충전소로 재탄생했다.
한진기업이 변신을 시도할 당시에만 해도 제주도내에서 탄산가스의 저장.충전설비를 갖춘 업체는 단 한곳도 없었으며 모든 업체들이 실린더에 충전된 완제품을 육지에서 공급받아 유통시키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고 전한다.
이에 한진기업은 탄산저장탱크 1기, 탄산탱크로리 1대, 충전설비 등을 갖추고 탄산이라는 틈새시장을 적극 공략하며 탄산전문충전소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반면 대광산소(대표 주용해)는 산소저장탱크와 산소탱크로리를 보유한 산소전문 충전소이다. 화북공단내에 사업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폐차장 사업과 연계한 절단, 용접 등과 인근 양식장에 산소를 주로 공급하고 있다.
한진기업의 사업부문을 인수한 평화가스공업(대표 심강선)은 화북공단내에 제주지역 산업용가스 충전소중 가장 큰 부지와 산소저장탱크, 산소탱크로리, 암모니아 충전설비 등을 갖춘 사업장을 마련하고 적극적인 영업을 펼쳐나가고 있다. 특히 제주권역의 의료용산소 시장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이다.
최근 화북공단에 사업장을 마련, 본격적인 영업을 개시한 제주종합가스(대표 박준걸)는 새내기임에도 불구하고 보유설비나 취급아이템 등에서 기존업체들의 수준을 뛰어넘고 있어 향후 제주도내 산업용가스시장의 판도변화를 주도할 다크호스로 꼽히고 있다. 제주도내 충전소중 유일하게 산소와 탄산저장탱크를 동시에 보유하고 있으며 제주시와 서귀포 등 광범위한 활발한 영업력을 갖추고 있다.
한편 이들 5개 충전소로부터 산업용가스를 공급받는 판매업소는 제주시 3개사, 서귀포시 3개사, 북제주군 3개사, 남제주군 2개사 등 총 11개사가 존재한다.
□ 산업용가스 시장 환경
이미 언급했듯이 제주도의 산업용가스 시장환경은 많은 부분에서 육지와는 다른 특이한 점이 눈에 띈다.
육지의 충전소들이 O2, N2, Ar, CO2 등 기본적으로 3~4기의 저장탱크를 설치하는 것과 달리 제주 충전소들은 O2 또는 CO2 저장탱크만 보유하고 있을 뿐 N2, Ar의 저장탱크를 갖춘 업체는 전무한 실정이다.
그나마 O2와 CO2 저장탱크를 함께 보유한 제주종합가스가 출현하기 이전에는 4개 충전소 모두 단 1종류의 저장탱크만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는 N2나 Ar의 경우 저장탱크의 설치가 필요할 만큼 충분한 수요가 없는데다 탱크로리는 물론 저장탱크도 구입 및 설치비용 전액을 충전업체가 부담하는 제주업계의 특성상 단순 이미지 상승을 위해 상당한 비용부담을 떠안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공급방식과 관련 제주도내에 유통되는 모든 산업용가스는 선박을 통해 육지로부터 해상운송되며 O2(새한.대광.평화.제주)와 CO2(한진.제주)는 탱크로리, 여타 산업용가스는 전량 실린더 및 초저온용기(LGC)로 공급된다.
이와 관련 충전소의 한 관계자는 “고가의 특수가스일지라도 과도한 비용을 지불해가며 항공운송을 선택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제주지역 충전소들은 태풍 등과 같은 자연재해로 인해 부득이하게 장기간 해상운송로가 막힐 경우에 대비, 평상시에도 공급여유분을 비교적 충분히 보유하고 있는 편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유물량이 바닥을 드러내거나 긴급주문이 발생하면 여유물량이 있는 인근 충전소나 판매업소에서 구매하여 공급하는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다.
이외에도 제주도에는 현재 민간 고압용기 재검사장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용기재검장 민간이양이후 육지 충전소들에게는 이미 아련한 추억이 되어 버린 한국가스안전공사의 관영 용기재검장이 제주도에서는 지금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당연히 재검비용 상승, 재검장 허가남발, 과도한 재검장 설비기준, 출혈경쟁, KOLAS 인증 의무화 등 민간이양 과정에서 불거진 다양한 논란들은 제주지역 충전소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저 먼 나라의 이야기일 뿐이며 아직도 부담없는(?) 가격으로 재검을 받고 있다.
단지 바다와 인접해 있다는 지리적 특성으로 말미암아 스틸용기들의 외피(外皮) 부식이 육지에 비해 매우 빨리 일어난다는 점이 고민거리라면 고민거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