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업용가스협회(CIGIA, 비서장 孫國民) 시찰단 30여명이 국내 산업용가스 시장에 대한 정보수집과 양국 관련업계간 우호협력 증진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달 18일 한국을 방문했다.
중국내 유수의 플랜트제조업체, 특수가스제조업체, 충전소, 설비.업체 등으로 구성된 이번 중국시찰단의 방한은 지난해 본지가 국내 산업용가스 업계종사자 20여명과 함께 CIGIA 주최의 ‘IG China 2002' 전시회를 참관했던 것에 대한 답방 형식으로 이루어졌으며 약 일주일간의 체류기간동안 국내 관련업체 및 협단체 방문 등으로 바쁜 일정을 보냈다.
특히 이들은 국내 고압용기 제조.유통현황, 고압가스안전관리법 등에 높은 관심을 나타냈으며 방한 다음날인 19일에는 한국고압가스공업협동조합연합회와 가칭 ‘아시아태평양산업용가스제조업협회(APGMA)’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 한국탄산화학㈜
2시간여의 비행 끝에 1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CIGIA 시찰단은 동서울호텔에 여장을 풀고 본지측과 향후 일정을 협의하며 이튿날 오전부터 시작되는 공식행사를 위해 방한 첫날을 휴식으로 보냈다.
시찰단의 19일 오전 경기 시흥 소재 산업용가스 충전소인 한국탄산화학㈜(대표 유연채)를 방문하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당초 시찰단의 첫번째 공식방문지는 국내 고압가스 관련 관리감독기관인 ‘한국가스안전공사’였지만 아침 일찍부터 서두른 탓에 시간적 여유가 있는 상태에서 시찰단의 버스가 안전공사 인근에 위치한 한국탄산화학을 지나치면서 손국민 비서장의 요청으로 예정에 없었던 충전소의 방문이 이루어진 것이었다.
사전예고 없이 진행된데다 30분내외의 짧은 시간동안 허용된 방문이었기 때문에 별다른 행사나 체계적인 시찰은 아니었지만 대부분의 업체관계자들이 버스에서 내려 충전설비와 탄산펠릿 제조설비 등을 카메라에 담으며 질문을 연발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시찰단의 질문은 1차적으로 중국과는 다른 용기의 도색을 묻는 것에서 시작돼 용기별 재검사 주기, 제품순도, 충전설비 운영방법 등으로 옮겨져 갔다.
이와 관련 특이할만한 점은 용기별로 재검사 기간이 동일한 우리나라와 달리 중국의 경우에는 동일한 고압용기 일지라도 일반고압가스를 충전한 용기는 3년, 불활성가스를 충전한 용기는 5년으로 재검사 주기가 다르다는 것이다.
□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탄산화학을 나선 시찰단은 오전 10시로 예정된 한국가스안전공사(사장 박달영)의 방문을 위해 신속하게 발길을 돌렸다. 안전공사에 도착하자 ‘가스점검 행복점검’이라는 표어아래 홍보실 대외사업부 장석봉 부장이 현관에서 시찰단을 맞았다.
시찰단들이 안전공사의 현황보고를 받기 위해 강의실로 이동하는 동안 손국민 비서장, 량의 부비서장 등 CIGIA 대표자 3명은 임원실에서 김외곤 기술안전이사와 환담의 시간을 가졌다.
김외곤 이사는 먼저 신임 박달영 사장이 취임식과 업무파악 등으로 직접 환대하지 못한데 대해 양해를 구하고 “고압용기수입, CNG용기수출 등 가스산업분야에 있어서도 중국은 한국에게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며 “양국의 가스산업발전을 위해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손국민 비서장은 “중국의 입장에서도 한국은 협력의 대상인 만큼 필요하다면 산업용가스 분야는 물론 여타 가스분야에서도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하고 “이번 방문 또한 한국의 선진안전관리 시스템을 직접 보고 배워 양국 교류의 물꼬를 트고 위한 것”이라고 화답했다.
특히 손 비서장은 이 자리에서 가스안전공사측에 가칭 ‘아시아태평양산업용가스제조업협회(APGMA)’의 설립취지와 목적을 설명하고 동참해줄 것을 요청, 긍정적 답변을 얻어내기도 했다.
30여분간의 환담을 마친 일행은 강의실로 이동, 안전공사의 영상물을 시청하고 각종 현황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시간 동안 시찰단 관계자들은 국내 고압가스 관리.허가시스템은 물론 용기유통관리현황, 용기재검사 현황, 고압가스안전관리법의 주요내용 및 각종 규제사항 등에 대해 집중적인 관심을 나타냈다.
시찰단의 한 인사는 아세틸렌용기와 관련해 흡수제인 아세톤을 충전소가 항시 재충전해주고 있다는 안전공사측 설명에 놀라움을 표시하며 “중국은 대부분의 용기를 최종 소비자가 소유하고 있어 충전소들이 아세톤 충전을 해주려고 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고 부러워하기도 했다.
□ 대성산소㈜ 반월공장
시찰단은 이어 세번째 방문지인 대성산소㈜(대표 손무룡) 반월공장을 찾았다.
빠듯한 일정과 늦은 장마에 몸을 적신 시찰단은 우선 대성산소측이 제공한 다과를 들며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초저온연구소 박두선 박사가 주재한 반월공장 및 초저온연구소에 대한 현황 소개를 시작으로 대성산소의 참관에 들어갔다.
이때 대성은 별도의 중국프로젝트팀을 구성, 중국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중에 있는 업체답게 중국업체들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중국어 자료를 제공해 눈길을 끌었다.
현황소개에서 시찰단은 국내에 ASU(공기분리장치) 제조능력을 갖춘 전문업체가 없어 모든 플랜트를 수입하고 있다는 말에 다소 의아함을 내비치면서도 대성산소가 산소(O2), 질소(N2), 아르곤(Ar) 등의 제조는 물론 자체 연구소를 보유하고 각종 특수가스의 제조.정제.분석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설명에선 놀라움을 표시했다.
특히 박 박사가 “한국은 세계 최고의 반도체 제조국가로서 반도체용 특수가스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이 요구된다”며 “현재 대성산소는 가스 순도를 최고 99.9999%(6N)～99.99999%(7N)까지 높일 수 있는 정제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밝히자 거의 모든 중국측 관계자들이 감탄을 금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반월공장 및 초저온연구소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이 있은 직후 시찰단은 본격적으로 특수가스공장, 기계실 등 공장 내부를 둘러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프리젠테이션에서와 마찬가지로 시찰단의 관심은 특수가스공장에 몰렸으며 각종 정제.충전설비와 용기들을 어느때보다 세심하게 살펴봤다.
이들은 용기내면처리, 바코드시스템 운용 등에 대해 깊은 관심을 표명하면서 공장안내를 담당한 대성산소 관계자들에게 계속해서 궁금한 사항을 질문하기도 했다.
□ 한국고압가스공업협동조합연합회
이번 방한의 최대 하이라이트였던 한국고압가스공업협동조합(회장 박 열)과의 만남은 한국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한 고풍스런 가든에서 날이 저물어서야 이루어졌다.
CIGIA의 손 비서장은 방한 몇일전 본지를 통해 한국연합회에 가칭 ‘아시아태평양산업용가스제조업협회(APGMA)’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의사를 전달했고 이를 수락한 연합회측이 만찬(晩餐)을 겸해 마련한 자리였다.
시찰단이 도착하자 박 열 회장을 비롯한 연합회 관계자들이 반갑게 맞아 행사장으로 안내했고 곧 CIGIA와 연합회간의 MOU 체결식이 진행됐다.
양국 협회를 대표해 글로벌 협의체의 필요성을 재차 역설한 박열 회장과 손국민 비서장은 서로 사인한 양해각서를 전달하면서 아.태지역 산업용가스 업계의 공동발전에 상호협력키로 합의했다.
양국 협회 대표자들은 또 만찬이후 별도의 간담회 자리를 마련, APGMA 추진상황과 한중 교류증진을 주제로 보다 심도 깊은 논의를 벌였다.
특히 이 자리에서 중국측이 오는 11월 중국 광저우에서 CIGIA의 주최로 열리는 산업용가스 전시회인 ‘IG China 2003'에 참가협조를 요청하자 연합회 박열 회장이 대규모 참관단을 이끌고 방문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우의를 다졌던 양국 관계자들은 선물증정과 사진촬영을 끝으로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 엔케이
서울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부산으로 이동한 중국측 시찰단은 지난달 21일 국내 최대의 고압용기 제조업체인 ㈜엔케이(대표 박윤소)를 방문했다.
시찰단은 이번 방한의 최대 목적중 하나인 국내 고압용기제조 및 안전관리실태의 파악을 위해 고압용기제조업체 방문을 강력히 희망했었던 만큼 상당한 열의를 느낄 수 있었다.
엔케이 또한 시찰단의 방문에 대비해 미리 모든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중국어로 제작했으며 보다 전문적이고 정확한 의사전달을 위해 회사현황 및 제조공정을 중국말로 소개하는 등 세심한 배려를 보였다.
이어진 공장내부 견학을 마치고 시찰단은 엔케이의 제작가능용기와 생산량, 내면처리 등을 집중 질문했고 DDI공법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특히 소형용기의 내용적과 관련 중국은 오직 40리터 용기 한 종류만이 유통되고 있는데 비해 한국의 경우 소형용기도 여러종류가 쓰여지고 있다는 설명에 놀랍다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CIGIA 시찰단 이모저모>
○ CIGIA시찰단은 19일 점심식사로 ‘쌈밥 정식’을 선택했는데 익히지 않은 야채를 잘 먹지 않는 중국인들의 습성과는 달리 상추, 깻잎 등이 가장 먼저 동이 났고 배추김치, 열무김치, 총각김치, 물김치 등 모든 종류의 김치도 마치 한국사람처럼 거리낌없이 즐겨 눈길.
사스(SARS) 예방효과가 탁월하다는 김치가 실제로 중국에서 인기를 끌긴 끌었던 모양.
○ 대성산소㈜ 반월공장의 첫인상을 묻자 시찰단의 일부 인사가 “충전소 규모로는 중국과 비교해도 큰 편에 속한다”고 답해 질문한 기자를 당황케 했는데. 곧 대성산소가 액메이커임을 설명해줬지만 중국이 남한 면적의 1백배에 달하는 광대한 영토 보유국임을 새삼 실감.
○ 일행 30여명중 20여명이상이 카메라를 들고 온 중국시찰단은 시간과 장소를 막론하고 스트로보(플래쉬)를 터뜨려 몇몇 행사관계자들이 눈살을 찌푸렸는데. 특히 CIGIA의 량의 부비서장은 자동.수동카메라, 디지털카메라 등 2～3대를 항시 휴대하며 시찰단의 일거수일투족을 카메라에 담는 바람에 처음 본 이로 하여금 사진기사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