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렇게 매일 바라보는 실린더에 최첨단 기술이 밀집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는 사람은 아마 많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동업계에 입문한지 얼마되지 않은 초심자들이라면 고압실린더의 역사가 무려 3백여년에 이르고 있으며 산업용가스 때문에 실린더 산업이 태동한 것이 아닌 실린더가 개발됐기 때문에 산업용가스가 하나의 당당한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는 점도 알리 만무하다.
어쨌든 실린더(고압용기) 산업은 산업용, 의료용, 특수가스용, 대체연료용 등을 막론하고 과거에나 지금이나 최신 기술이 판을 치는 첨단 분야이다.
또한 이러한 실린더들은 산업용가스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으며 동업계에서 벌어진 중요한 사건들과 기술적 발전을 몸소 목격한 산업용가스역사의 산증인이기도 하다.
초고압.초대형.초경량용기, 알루미늄용기, 특수코팅용기, 복합용기 등 산업용가스 업계의 기술발전과 시대적 요구에 따라 각기 다른 특성 및 재질의 실린더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실린더 자체를 ‘인류의 歷史’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인류역사의 한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특히 CNG, LNG, 수소연료전지용 실린더는 미래의 인류역사마저 바꿔 놓을 수 있을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보유한 실린더들이다.
이에 테일러왓슨(Taylor-Wharton), 럭스퍼(Luxfer) 등 미국의 메이저 실린더제조업체들을 중심으로 고압스틸실린더, 알루미늄실린더, 복합(composite)실린더 등의 개발과 탄생배경 등에 대해 알아보자.
실린더의 탄생
실린더와 산업용가스 업계는 마치 실과 바늘처럼 밀접한 연관관계를 맺고 있지만 가스를 저장(보관)하기 위한 인류최초의 용기는 지금의 고압실린더와는 다소 동떨어진 의외의 물건(?)이었다.
스웨덴의 컨설팅업체 대표인 Ebbe Almqvist氏는 최근 출간한 ‘산업용가스의 역사(History of Industrial Gases)'라는 저서에서 “18세기경 몇몇 연구실들에서 가스가 처음 생산되고 연구되기 시작했을 당시 연구원들은 가스를 저장하기 위해 주로 돼지나 소의 방광(膀胱)을 사용했다”고 설명한다.
과거에 우리 부모님들이 축구공 대신 바람을 넣어 차고 놀았었던 ‘동물의 방광’이 바로 실린더의 효시였던 셈이다.
물론 별도의 가방을 특수제작한 사례도 일부 있었지만 동물의 방광이 사라진 뒤에도 1백여년 가까이 가장 일반적으로 사랑받던 가스저장용기는 ‘기름에 적신 직물’이나 ‘금박을 입힌 실크(silk)’의 차지였다.
이러한 가스저장용기는 1886년 독일의 리처드 만데스만에 의해 압출(壓出)방식의 이음매없는 스틸 튜브(steel tube) 제조공법이 개발되면서 혁신적인 변혁을 맡게 된다.
1백여년 이상이 지난 지금도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세계 각국에서 고압가스실린더 제조시 사용하고 있는 일명 ‘만데스만 공법’이 세상에 첫선을 보인 일대 사건이었다.
만데스만 공법에 의해 지금과 같은 개념의 실린더가 생산되기 시작했고 비로소 가스의 안전한 배송도 가능해졌다.
즉 산업용가스업계의 입장에서 보면 만데스만 공법은 연구실 수준에 머물러있었던 산업용가스를 지금과 같은 하나의 거대산업으로 성장하게 만든 가장 직접적이고도 근본적인 기틀을 제공해준 것이다.
이후 만데스만 공법과 함께 현존하는 양대 실린더 제조공법의 하나인 일명 ‘에르하르트(Billet Piercing)공법’이 개발,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실린더 및 산업용가스 산업은 비약적인 성장과 발전을 거듭했다.
실린더의 용도 또한 산업 각 분야로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됐으며 수많은 실린더 제조업체들이 출현, 본격적인 기술경쟁 시대가 시작됐다.
이와관련 실린더의 역사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존재로 미국의 다국적 초저온용기 제조업체 테일러왓슨社를 꼽을 수 있는데 이 업체는 라이트형제가 세계최초의 비행에 성공한 1903년보다도 1년 앞선 1902년 6월경 Harrisburg지역에 ‘판 공법(plate process)'을 채용한 미국 최초의 이음매없는용기 생산설비를 준공하고 제품을 출하했다.
□ 특수코팅실린더
출시와 함께 관련산업에 즉시 적용되는 혁신적인 신기술이나 신제품들은 종종 제조업체의 탁월한 안목보다는 고객과 시대의 직접적인 요구에 의해 만들어진다.
부식(腐蝕)이라는 스틸실린더의 최대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외부를 특수코팅 처리한 테일러 왓슨社의 ‘특수코팅 실린더’도 환경적으로 실린더가 염분에 노출돼 부식이 신속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는 해운.조선업체들의 요청에 따라 탄생했다.
현재 테일러왓슨은 아연-화염(zinc-flame) 스프레이 코팅처리된 용접가스 저장용 실린더를 선박업체들에게 공급, 항구에 정박하지 않고도 해상에서 간단한 수선작업을 가능케 하고 있다.
이 회사는 또 독성가스 등 고(高)부식성 가스를 사용해야하는 전자업체들을 위해 부식 및 침식에 강한 니켈(Ni) 도금 실린더를 공급하고 있기도 하다.
□ 밸브 접합부(接合部) 강화
테일러왓슨社의 특수코팅실린더와 마찬가지로 텍사스州 소재 노리스 실린더(Norris Cylinder)社 또한 자사의 특수가스.전자가스 고객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실린더의 밸브 접합부(接合部) 강도를 혁신적으로 강화하는 품질개선을 이뤄냈다.
일반적으로 특수가스.전자가스 업체들은 공정의 특성상 스테인리스 밸브나 모넬(monel)합금 밸브를 사용하는데 초창기에만해도 실린더보다 오히려 밸브의 가격이 고가였었다.
하지만 당시 실린더들은 밸브를 끼우기 위한 실린더의 나사선이 너무 약했기 때문에 정상위치에서 벗어난 예리한 실린더 나사선에 의해 3백달러에 달하는 고가의 밸브(나사선)까지 파손되는 일이 다반사로 발생했다.
이러한 이유로 고객들로부터 끊임없는 항의를 받은 노리스실린더社는 이를 개선하기 위한 기술개발에 나섰고 결국 실린더 나사선의 품질을 혁신적으로 강화한 SPTP(Single Point Threading Process) 공법을 완성시켰다.
□ 초경량.초고압 실린더
최근 전세계적으로 장기적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메이저 산업용가스 업체들은 배송비용 절감, 하역율 상승 등 비용감소 및 효율성 증진에 어느때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초경량실린더와 초고압실린더는 바로 이러한 사회적 필요성을 잘 반영한 산물이다.
실린더의 무게가 가벼울수록 그리고 높은 압력으로 가스를 충전할수록 배송트럭 및 패키지등 에 담을 수 있는 실린더의 량도 많아지므로 가스업체 입장에선 직간접적 비용절감.효율성 증진 효과를 얻게되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테일러왓슨社 지난 1985년 Union Carbide그룹(現프렉스에어)의 린데(Linde) 사업부문과 공동으로 4500psi 및 6000psi 등의 초고압실린더를 최초로 개발해냈다.
당시 양사는 1970년대의 오일(oil)파동으로 고객사들의 운송비용이 폭등, 이들의 배송비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제품개발에 나섰으며 이 제품들의 출시로 실린더의 충전량이 2～3배이상 증진됐다.
현재 6000psi 대형실린더는 소방서와 소방차에 대형 호흡용 공기실린더로서 장착되어 있으며 소방관들이 진화(鎭火)작업시 직접 등에 메고 사용하는 복합용기(composit cylinder)에 공기를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대량의 가스를 사용하는 반도체제조공정에도 6000psi 용기가 사용된다.
그러나 이러한 (초)고압실린더들은 고압의 압력에 견딜 수 있도록 실린더의 두께를 두껍게 제작했기 때문에 그만큼 중량이 많이 나간다는 점이 숙제였다.
노리스실린더(Norris Cylinder)社가 지난해 출시한 6000psi급 경량 고압실린더는 바로 이러한 중량문제까지 해결한 제품이다. 이 회사가 개발한 특수 고강도 물질들은 실린더의 내구성을 전혀 해치지 않으면서 두께를 깎아냄으로서 실린더의 무게를 획기적으로 감소시켰다.
구체적으로 기존에 생산되던 6000psi급 실린더의 무게가 2백63파운드(약 119.2㎏) 수준이었던데 반해 이 회사의 6000psi 실린더는 1백88파운드(85.2㎏)에 불과하다.
단지 이 제품은 정부지침에 따라 기존 6000psi급 실린더가 10년에 한번씩 재검사를 받아야 했던 것과 달리 재검주기가 5년이라는 부분이 유일한 단점이다.
□ 대형 아세틸렌 실린더
여타 산업용가스 실린더들과 달리 아세틸렌(C2H2) 실린더는 아세틸렌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유리섬유(fiber glass)와 화학물질을 혼합한 일명 ‘다공성(多孔性) 물질’들로 채워져 있으며 여기에 아세톤(CH3COCH3)을 먼저 충전시켜 아세틸렌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충전이 이루어진다.
이와관련 일반 이음매없는용기가 1800psi～6000psi의 압력을 견딜 수 있는 반면 용접용기인 아세틸렌용기의 압력은 250psi에 불과하며 그나마 4～5차례 아세틸렌을 충전하면 흡수제인 아세톤이 바닥나기 마련이다.
테일러왓슨의 자회사인 Coyne Cylinder社가 최초로 개발한 대용량 벌크아세틸렌트레일러(BAT)용 아세틸렌 실린더는 흡수제로 아세톤 대신 디메틸포름아미드(DMF)를 사용함으로서 이러한 문제들을 단숨에 해결해냈다.
DMF를 흡수제로 활용할 경우 아세톤에 비해 초기투자비는 많이 들지만 무려 50～60회 이상 흡수제의 재충전없이 사용가능하기 때문에 백여개 이상의 실린더를 운송해야하는 트레일러 규모에선 아세톤보다 경제성이 탁월하다.
실제로 미국 최대 아세틸렌 제조업체중 하나인 Western International社의 BAT는 4백50입방피트(cubic feet) 규모의 아세틸렌실린더 2백～2백50개가 하나의 BAT를 구성, 한번에 약 1만 입방피트의 아세틸렌을 운송할 수 있다.
최근에는 노리스실린더社 또한 4백85입방피트 규모의 최신 BAT를 개발, 운송능력을 대폭 향상시켰다.
□ 알루미늄 실린더
1898년 설립한 미국의 럭스퍼(Luxfer)社는 지난 1950년 세계 최초로 고압알루미늄용기의 양산에 성공한 세계최대의 이음매없는용기 및 압출(壓出) 알루미늄용기 제조업체이다.
당시 럭스퍼가 선보인 알루미늄용기는 고가의 가격에도 불구하고 스틸용기보다 30%이상 가벼운 중량과 청결한 이미지를 내세워 차세대 의료용실린더로서 많은 업계관계자들의 관심을 이끌었다.
럭스퍼는 이후에도 끊임없는 기술개발에 나서 올해 6월경에는 럭스퍼 유럽이 이음매없는 고압알루미늄실린더에 대한 글로벌(global) 규격인 ‘ISO-7866 인증'을 획득, 가스가 충전된 알루미늄실린더의 국가간 이동을 가능케 만들었다.
현재 국내에는 상용화되지 않았지만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의료용실린더 분야에서 이러한 알루미늄용기의 점유율이 점차 증진되고 있는 추세이다.
럭스퍼는 의료용과 함께 산업용가스 및 특수가스에 사용할 수 있는 2백입방피트, 3000psi급 알루미늄 실린더도 공급중에 있다.
이 제품은 기존 1백50입방피트 실린더와 2백65입방피트 실린더의 중간규격으로 관련업체들의 경제성/사용편의성을 최대화했으며 스틸실린더의 부식(腐蝕)이 우려되는 CO(일산화탄소) 및 CO2(탄산)의 혼합가스에 최적의 효용성을 제공한다.
□ 경량 의료용 스틸 E 실린더
테일러왓슨社의 ‘경량 의료용 스틸 E 실린더’는 기존 의료용 알루미늄실린더와 경쟁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최신 제품으로 알루미늄실린더의 최대 장점인 저중량을 스틸(steel)로 구현함으로서 내구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
이 회사의 관계자는 “스틸E실린더는 무게가 9.25파운드에 불과해 일반 의료용 알루미늄실린더의 8.25～8.5파운드와 거의 차이가 없는 반면 알루미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강력한 내구성을 자랑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홈케어(homecare) 고객들의 경우 현실적으로 실린더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게 사실”이라며 “현장에서 실린더를 다루어야 하는 가스공급업체들에게 스틸E실린더의 강력한 내구성은 더 없는 효용성.편의성을 가져다 준다”고 강조했다.
□ 복합실린더
지난 1970년대에 이르러 럭스퍼社는 자사의 고압용기 제조라인에 복합용기 생산공정을 추가했다.
럭스퍼는 미항공우주국(NASA)이 우주탐사를 위해 개발한 합성물질을 실린더 제조에 활용, 기존 알루미늄 실린더보다 가벼우면서 내열성(耐熱性)은 그 어떤 고압용기보다 뛰어난 ‘복합용기’를 개발해낸 것이다.
최초의 복합용기는 알루미늄 라이너(liner)에 고강도 섬유(fiber) 합성수지를 덧대는 방식으로 제조됐으며 이러한 라이너는 알루미늄 등과 같이 무게는 가볍지만 내구성이 약한 소재들도 고압실린더의 재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다.
이후 복합용기는 기술발전에 따라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GFRP) 복합용기’, ‘케블라섬유강화플라스틱(KFRP) 복합용기’ 등으로 이어졌으며 최근에는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 복합용기’가 일반적인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지난 2001년에는 미국 교통부(DOT)가 럭스퍼社 탄소복합용기의 재검주기를 3년에서 5년으로 2년간 연장, 복합용기의 탁월한 내구성이 다시한번 입증받았다.
일반 스틸실린더에 비해 가격이 무려 3배에 달하고 있지만 소방분야에서 복합용기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도 기존 고압용기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강력한 내구성과 내열성에 기인한다.
복합용기의 수요는 화학전(化學戰)에 대비한 용도로도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데 관련업체들은 현재 10～20분 용량으로 여행용가방에 넣을 수 있는 소형호흡용 복합용기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외에도 하스코(Harsco)그룹의 자회사인 Structural Composite Industries社는 전투기 조종사들의 비상탈출시 압축공기를 충전한 복합용기의 힘을 빌고 있으며 워(war)게임용 페인트볼(paint ball) 복합용기의 수요도 SCI社에서만 연간 5만여개에 이를 정도로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 대체연료 실린더
산업용가스 산업의 태동이 고압실린더의 개발 역사와 맥을 같이하고 있는 것과 같이 CNG(압축천연가스), LNG(액화천연가스), 수소연료전지 등 대체연료들 또한 ‘저장’을 담당하는 실린더에 의해 사업의 성패가 달려있다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뛰어난 효율의 대체연료를 개발(발견)했다하더라도 이를 적절하게 배송.저장할수 있는 용기(실린더)의 개발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그림의 떡’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우리가 언제나 필요할때 도시가스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LNG 저장용기(저장탱크)가 있기 때문이며 CNG용기가 개발되지 않았다면 현재 도로를 질주하고 있는 천연가스버스(NGV)의 존재도 없었다.
특히 인류를 에너지 재난에서 구원할 미래청정연료로서 전세계의 집중적 관심을 받고 있는 수소연료전지에 있어 고압수소용기의 가치는 절대적이다.
수소자동차가 상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1회충전으로 최소 3백㎞를 주행할 수 있어야만 하는데 현재까지 개발된 350bar 압력의 수소자동차용 용기로는 주행거리가 1백60㎞에 불과하다.
이에따라 에어리퀴드.에어프로덕트.프렉스에어.BOC.린데 등 전세계 모든 메이저 산업용가스 업체들이 700bar 수소충전 및 저장기술, 825bar 수소튜브트레일러의 개발에 매진하고 있으며 현대자동차.포드.크라이슬러.GM.BMW.혼다 등 자동차 제조업체들도 이들과 손잡고 수소저장기술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관련업체들은 수소생산비가 톤당 약 1백40만원인데 비해 수송비는 톤당 약 290～330만원에 이르고 있는 운송부분의 비효율성도 700bar이상의 수소저장.충전기술이 개발완료되면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