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 스포츠, 응급용, 선물용 등 각계 수요 급증

지난달 20일 잠실 야구경기장.

두산 베어스와 현대 유니콘스의 치열한 공방이 이어지던 5회초. 덕아웃에 앉아있던 현대 이숭용 선수가 갑작스레 두통과 현기증을 일으키며 쓰러졌다.

이때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이 선수를 위해 의료진이 선택한 첫번째 응급처치는 바로 ‘산소캔’을 통한 고순도 산소의 공급이었다.

이처럼 지난해 이후 확대되기 시작한 국내 산소시장이 연간 1조원에 달하는 시장규모를 보이며 올해 본격적인 개화기(開花期)를 맞고 있다.

특히 최초의 일반인 대상 산소제품이라 할 수 있는 ‘산소캔’은 실생활에 급속도로 파고들며 가히 ‘산소캔 전성시대’라 불릴 만큼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산소캔이 국내에 처음 시판되기 시작했던 수년전만해도 일반인들에게 산소캔은 공기중에 무궁무진한 산소(O2)를 상품화 시켰다는 점에서 신(新) 봉이김선달의 출현쯤으로 웃고 넘기는 가십(gossip)거리 이상의 어떤 의미도 주지 못했다.

산소의 시장성을 간파한 많은 기업들이 지난해부터 속속 산소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산소에어컨, 산소아파트, 산소음료 등 산업적 성격의 산소마케팅을 제외하면 산소캔, 산소카페 등 일반인 대상 산소시장은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버추얼메디의 ‘오투포유(O24U)'와 같이 최신 IT기술을 적용해 첨단화.고급화한 제품이 일부 이슈화되기도 했지만 수험생 등 특정계층에 국한되었다는 점에서 하나의 트렌드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해 2월 대구지하철 참사와 4월 롯데 임수혁 선수의 경기중 심장발작 사고 등 연초에 연이어 터진 두건의 사고는 산소캔을 더이상 웃음거리도 엽기도 아닌 당당한 상품으로 이미지 메이킹 시켰다.

이 두건의 사고를 경험하면서 일반인들에게 산소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자연스레 어필됐고 가장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산소캔이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대구참사의 희생자 상당수가 유독가스에 질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반인들의 산소캔 수요가 급증, CJ의 ‘제주삼다맑은공기’ 판매량이 대구참사 직후 3배이상 수직상승한 것을 비롯 미성산소의 ‘산소나라’, 두암산업 ‘클린오투’ 등의 캔산소들도 상당한 매출증진이 나타났다.

또한 캔산소에 대한 관심증대에 힘입어 침체에 빠져있던 산소카페들이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으며 산소달림방 및 산소러닝머신, 산소피부미용실, 산소수 등 새로운 일반인 대상 산소제품들이 앞다투어 시장에 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덧붙여 업계에서는 최근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오락프로그램 ‘강호동의 천생연분’에서 개그맨 윤정수씨가 다양한 종류의 산소캔을 사용하는 모습이 수차례 방송되면서 산소캔에 대한 일반인들의 친근감이 강화된 것도 산소캔 시장확대에 커다란 역할을 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두 건의 사고는 산소캔의 시장영역을 스트레스.숙취 해소, 기억력.집중력 증진 등의 효능을 필두로한 직장인 및 수험생 대상의 ‘생활용품’에서 ‘비상구급용’ 분야로 확대시켰다는 부분에서 더욱 큰 의미를 지닌다.

야구, 축구, 농구, 마라톤, 다이빙 등 충분한 산소공급이 요구되는 격렬한 운동경기에서 선수들이 경기 전.후 산소캔을 사용하는 모습이 더 이상 낮설지 않게 되었음은 물론 많은 엠블런스들이 산소캔을 필수 응급치료(first aid)용품으로 확보해 놓고 있다.

일례로 버추얼메디는 울산모비스 농구단 및 현대여자농구단, 대구경찰청 과학수사대 등에 오투포유를 공급하고 있으며 대구시와 대구지하철공사는 사고직후 발표한 ‘지하철 안전운행종합 개선대책’에 ‘객실내 산소캔 비치’를 포함시켰다.

정부가 지난 4월 법개정을 통해 초중고교 양호실에 비치해야할 품목으로 ‘휴대용 산소공급기’를 신규 지정한 것이나 수능 및 생일선물로 산소캔이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이러한 사회적 관심을 반증하는 결과이다.

이와관련 업계관계자들은 “과거에만 해도 산소캔을 비롯한 산소제품 관련업체들은 제품판매에 앞서 고순도 산소의 효능을 홍보하는데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만 했다”며 “하지만 대구참사이후 언론을 통해 수백억원 이상의 간접광고가 이루어져 이제 산소에 관한한 국내에선 별다른 홍보나 마케팅이 필요치 않을 만큼 사회각계에 깊숙이 파고들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에서 제조.생산중인 산소캔은 미성산소㈜의 ‘산소나라’, 신양산소㈜의 ‘클린오투’, 대덕가스공업㈜의 ‘맑은산소’, CJ의 ‘제주삼다맑은공기’, ㈜산소랜드의 ‘산소랜드’, 환경과 미래의 ‘산소원’ 및 ‘산소매니아’, ㈜버추얼메디의 ‘오투포유 라이트’ 등이 있으며 일본 기누가와社의 ‘스포츠산소’, 미국 퓨어옥시즌社의 ‘옥시즌 샷' 등이 수입판매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