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악화에 따른 매출감소와 경쟁심화로 많은 산업용가스 업체들이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는 가운데 사업장 인근의 주민과 업체들의 잇따른 민원제기로 관련업체들이 두 번 울고 있다.
지난달말 경기 고양시 토당동 소재 산업용가스 및 LPG 판매업소인 한양가스(사장 최재희)는 인근주민들이 서명운동을 통해 고양시측에 사업장이전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당혹스런 경험을 했다.
당시 주민들은 “고압가스를 취급하는 이 업소가 주거밀집지역내에 주택과 5미터이내로 인접해 있어 불의의 사고발생시 막대한 인적.물적 피해가 예상되고 ‘용기보관실로부터 반경 50미터이내에 주택이 없는 곳’에만 허가가 가능하다는 市의 허가규정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시설이전을 강력히 요구했다.
그러나 주민들의 주장과 달리 고양시가 액법 및 고법에 근거, 안전거리 50미터 규정을 고시한 것은 올해 5월이며 한양가스는 안전거리 규제가 없었던 지난 99년부터 20여년이상 현재의 사업장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업체다.
즉 한양가스는 법률불소급의 원칙에 따라 해당 고시에 제한을 받지 않는 적법한 업체임에도 주민들이 부당하게 강제이전을 요구했던 것이다.
하지만 고양시측이 “강제이전은 불가하며 철저한 안전점검으로 주민피해를 최소화 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한시름을 놓았지만 고양시에만 한양가스와 동일한 상황에 처한 가스판매소가 전체 판매업소의 53%(26개소 중 14개소)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전국적으로 이와 유사한 민원이 잇따를 가능성이 매우 큰 실정이다.
이 회사의 최재희 사장은 “주민들의 심정은 이해가 되지만 강제이전 요구는 지나친 처사”라며 “위험물 취급업체라는 이유로 새로운 사업장을 구하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도 판매업소들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고 토로했다.(관련기사 제62호 19면)
이와 달리 최근 경기 광주소재 서경산업가스㈜(대표 김정제)는 상식밖의 안전거리 규정에 의해 광주시로부터 과징금 부과처분을 받았다.
창업당시 이 회사는 광주시의 허가기준에 따라 인근공장과 9미터 이상의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적법하게 사업을 개시했으나 최근 충전소 바로 뒤에 모 공장이 신규입주하면서 안전거리가 4미터로 줄어들게 된 것.
이에 광주시는 ‘충전소가 먼저 사업을 영위하고 있더라도 주변에 보호시설이 들어설 경우 안전거리 확보를 위해 시설을 개선해야 한다’는 현행 고법시행규칙에 의거, 안전거리 미확보를 이유로 2백4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서경은 이에 불복해 이의신청을 제기한 상태이다.
이에 대해 김정제 사장은 “기존 업체의 기득권은 물론 헌법에 보장된 재산권까지 완전히 무시하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규정”이라며 “현행 규정을 지키려면 결국 사람이 살지 않는 외딴 지역에나 사업장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위의 두 가지 사건은 국내 산업용가스 업계가 사회적 약자로서 민원이라는 제도에 얼마나 취약한 구조를 지니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사례이다.
주유소나 LPG충전소가 주민편의시설로 인식되는 것과 달리 산업용가스 충전.판매업소는 위해(危害)업소의 오명을 벗지 못하면서 때로는 ‘님비(NIMBY)현상’의 희생양이 되고 때로는 부당한 처분까지 감내해야 한다.
특히 문제시되는 부분은 이러한 민원들 대다수가 사실과 법규에 근거하기 보다는 고압가스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 기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지난해초 경기도의 모 일간지가 주민민원을 바탕으로 사회면에 기사화한 ‘산소 악취 때문에 살수 없다’라는 글은 일반인들은 물론 전문성을 갖춰야할 기자들까지도 고압가스에 대해 얼마나 근거없는 불안감을 갖고 있는지 단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전문가들은 “산업용가스가 국가산업발전의 기초소재임에도 불구하고 폐쇄적 시장구조와 홍보부족으로 규제가 필요한 위험물질의 이미지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며 “일반인들의 막연한 불안감 해소는 1차적으로 우리 업계 스스로의 몫임을 직시하고 보다 철저한 안전관리로 인식제고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