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NF3(삼불화질소)의 대체물질로서 전세계 반도체 및 LCD업계로부터 비상한 주목을 받고 있는 ‘온사이트형 F2 제너레이터’의 기술소유권을 놓고 원천기술보유업체인 Fluorogas社와 이 회사를 인수한 BOC 그리고 미국 Fluorine on Call(FOC)社 사이의 법정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지난 3월경 미 연방법원이 Fluorogas社에게 1억3천만달러 상당의 손해배상액을 지급하라고 판결, 사실상 FOC社의 손을 들어줌으로서 향후 진행될 항소심에서 양사간의 논리공방과 기술소유권 분쟁이 한층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분쟁 발단 및 진행상황
이번 법정분쟁의 발단은 ‘F2제너레이터’의 원천기술 보유업체인 영국 Fluorogas社가 지난 2000년 8월경 FOC社와 불소발생기술사용 등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상태에서 2001년 9월 BOC에 M&A(인수합병)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BOC는 Fluorogas社의 기술이 시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지분 100%를 인수, 자회사로 편입했으며 이 회사의 기술을 바탕으로 ‘온사이트형 F2 제너레이터’를 개발해 현재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반도체업체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FOC社는 BOC의 인수이전에 이미 MOU가 체결됐고 인수당시에도 효력이 발생하고 있었으므로 기술사용에 대한 우선권도 자사에게 있다며 Fluorogas社(BOC)를 상대로 美 텍사스주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법원은 올해 2월초 약 11일동안의 심리를 통해 “Fluorogas社가 일방적이고도 부당한 방법으로 FOC와의 MOU를 철회한 것이 인정된다”는 배심원들의 평결에 의거해 “Fluorogas社(BOC)는 손해배상금 1억2천만달러, 벌금 1천2백만달러 등 총 1억3천2백만달러(약 1천5백84억원)를 FOC社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특히 변호사 비용 및 이자비용 등을 포함할 경우 배상금은 약 1억7천4백만달러(약2천88억원억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에 따라 BOC는 판정에 불복하고 즉각 항소했다.
이와관련 BOC에드워드의 Noel Leeson 전자물질부문 부사장은 “Fluorogas측은 FOC와의 MOU가 최종 합의(계약)로 가기 위한 예비적 성격으로 인식했고 바로 여기에 양사간 논쟁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FOC社의 변호인측은 “Fluorogas社가 세계적 반도체장비업체인 어플라이드머트리얼社와 직접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MOU 파기를 결정했다는 증거를 배심원에게 제시했다”며 “BOC도 두 업체의 계약체결에 도움을 줌으로서 결과적으로 FOC와의 MOU 파기를 조장했다”고 주장했다.
FOC측은 또 “이번 판결에 근거할 때 BOC는 F2제너레이터에 불소기술을 사용할 권한이 없다”며 “지난 3월3일 법원에 불소기술과 관련한 모든 권한을 FOC에 이양해달라고 Fluorogas社측에 명령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한편 Fluorogas社는 1심판결 이후인 지난 5월6일 영국에서 파산을 신청했으며 미국에서도 관련절차가 진행중에 있다.
주요쟁점
BOC에드워드의 Leeson 부사장의 언급에서 알 수 있듯이 2심 재판에서의 주요쟁점은 MOU의 법적 구속력 여부로 모아진다.
BOC와 Fluorogas社의 주장처럼 MOU가 법적구속력이 없다면 MOU파기에 따른 책임도 면할 수 있지만 구속력을 지녔다고 판단되는 경우 이에 대한 책임과 보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의 경향은 MOU도 정식계약 체결과 유사한 수준의 법적구속력을 지녔다고 보는 것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BOC의 주장이 관철될지는 미지수이다.
구체적으로 MOU는 크게 정식계약체결 이전단계에서 양당사자간의 이해 및 합의사항을 기록하는 경우와 정식계약에 관련한 이면적 합의사항 또는 후속조치를 규정하는 경우로 구분된다.
이러한 이유로 과거에는 MOU가 당사자들간의 단순한 약속 정도로 받아들여졌지만 최근 들어 구체적인 내용을 명시적으로 합의하는 MOU는 정식 계약서와 동일한 효력을 발휘한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정부의 인허가 등 특정목적을 위해 불법적.편법적 수단의 일환으로 작성된 MOU일지라도 법적 효력을 완전히 부인하기는 어렵다고 보고있다.
물론 MOU의 법적 구속력은 천편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며 합의내용의 구체성 여부나 표현의 구속력 등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받아야 한다.
따라서 BOC는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Fluorogas社와 FOC 사이에 맺은 MOU는 정식계약으로 가기 위한 예비적 의미의 단순한 약속일 뿐이라는 점을 집중 제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파산이 진행중인 중소업체에게 1억3천만달러(BOC그룹 연간순이익의 약 18%)라는 손해배상 명령은 너무 지나치다는 부분도 이의제기가 예상된다.
하지만 양사간 논리공방과는 별도로 미국 법정과 미국 배심원들이 자국업체인 FOC를 배제하고 영국기업인 BOC의 주장을 받아들일지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인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향후전망
이번 항소심이 어느 쪽의 승리로 막을 내리게 되든 대법원까지 가는 치열한 법정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양사 모두 2천억원에 달하는 거금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손해배상금 지급여부는 현재 NF3의 대체가스로서 메이저 반도체업체들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고 있는 불소기술의 소유권과 직결되어 있어 양사 모두 사업적으로도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입장이다.
○ FOC社 승소시
1심과 마찬가지로 최종판결에서도 FOC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FOC는 Fluorogas社로부터 상당액의 손해배상금을 받게된다.
이때에는 BOC와 Fluorogas社 사이의 추가적인 법적절차가 진행되겠지만 일단 중소업체에 불과한 Fluorogas社가 이만한 배상금을 지급할 능력이 없다고 보이므로 현재의 모기업인 BOC가 대신 지급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금전적 부분을 차치하고라도 FOC社가 향후 Fluorogas社의 불소기술 사용에 대해 BOC에 앞서 우선권을 주장할 수 있게되므로 F2제너레이터 사업에 차질이 예상된다.
예컨데 FOC는 BOC에 Fluorogas社의 불소기술을 사용치 말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며 BOC와의 협상에 따라 일정부분의 기술사용료를 받고 불소기술 사용 및 F2제너레이터의 판매를 허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이건 Fluorogas社가 패소하게 되면 BOC는 금전적, 사업적으로 다소간의 피해를 면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여진다.
이와 관련 BOC측은 “인수이후에도 Fluorogas社의 법인이 유지되고 있는 상태로 BOC에드워드는 셀(cell)만을 매입하여 F2제너레이터를 제조,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패소가 결정되더라도 BOC에 대한 직접적 법적 제재는 없을 것이며 F2제너레이터 사업도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BOC社 승소시
1심판결을 뒤집고 Fluorogas社가 최종 승소하게 되면 일단 BOC에드워드를 통한 ‘F2제너레이터’ 사업은 별다른 여파를 받지 않고 지금과 같이 순항하게 된다.
F2제너레이터가 한국의 삼성전자를 비롯 미국 어플라이드머트리얼社, 일본 토쿄일렉트론社 등 전세계 메이저 반도체제조업체들의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는 만큼 BOC나 BOC에드워드 입장에서는 손해배상금 측면보다 F2제너레이터 사업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안도감을 느낄 것이 자명하다.
또한 같은 맥락에서 BOC는 F2제너레이터 사업을 지속한다는 전제하에 1심에서와 같은 과도한 수준이 아니라면 FOC측과 법정밖 합의를 도출해낼 여지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BOC에드워드의 자회사인 성원에드워드의 한 관계자는 “소송이 계류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본사로부터 ‘결과에 관계없이 F2제너레이터 사업은 큰 지장이 없을 것이므로 정상적인 영업을 지속하라’는 연락을 받았다”며 “삼성전자도 문제가 불거진 올해초 자체 조사를 거친 이후 기흥공장 300㎜ 양산라인과 LCD공장에 F2제너레이터의 도입을 결정, 현재 운용중에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