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 있는 제과점에 가보면 수백여종에 이르는 다른 종류의 빵과 과자들을 볼 수 있다.
각각의 제품들은 종류와 크기, 맛 등에 따라 각기 다른 밀가루 반죽(dough, 도우)을 만들어야 하며 반죽에 들어가는 원재료들도 천차만별로 다르다.
반죽이 얼마나 잘 되었는가에 따라 제품의 맛이 좌우된다는 의미이다.
이렇듯 중요한 반죽이 최종 상품으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점이 바로 ‘온도’이다. 최상의 빵을 구워내기 위해서는 반죽의 용도에 따라 최적의 온도를 유지시켜야만 하기 때문이다.
온도유지와 관련한 문제들은 대개 여름철에 많이 발생하는데 만일 반죽의 온도가 너무 높으면 점성(黏性)이 강해져 반죽을 다루기가 쉽지 않음은 물론 본격적인 제과.제빵공정에 들어가기 이전에 식품첨가물들과 예기치 않은 화학작용을 일으킬 우려가 크다.
특히 여타 가루반죽과 달리 밀가루반죽은 빵 등이 보다 오랜시간동안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저온(低溫)의 유지가 필수적 요소로 꼽히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베이커리들은 밀가루 도우(dough)의 냉각을 위해 초저온가스를 활용하고 있으며 여기에서는 대표적인 냉각가스인 질소(N2)와 탄산(CO2)을 이용한 Ice Cold Baking 시스템을 비교해 살펴보기로 한다.
[초저온 냉각제로서의 N2.CO2]
제과.제빵공정에서 초저온가스에 의한 냉각시스템은 반죽 자체보다는 원재료인 밀가루를 냉각시키는 방식을 채택하는데 이때 냉각 매개체로 액체질소(LN2)나 액체탄산(LCO2)를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먼저 절대온도 77.3K(-196℃)에서 기화하는 액체질소의 경우 200kJ/㎏의 잠열(潛熱)을 보유하고 있으며 대기중에 방출되면 즉시 기화하면서 잠열만큼의 열기를 주변으로부터 흡수한다.
다시말해 대기온도 20℃(절대온도 293K)에 액체질소 1㎏을 방출하면 약 400kJ의 주변열기를 순간적으로 흡수, 탁월한 급속냉각 효과를 얻을 수 있다.<도표-1>
질소와는 물리적 성질이 다소 다른 탄산의 경우에는 5.2bar이상의 압력이 가해지거나 -56℃～-31℃에서만 액체로서 존재한다.
이러한 액체탄산 1㎏은 일반 대기중에서 293kJ의 열용량(heat capacity, 특정 물체의 온도를 1℃ 높이는 데 필요한 열량)을 지닌 0.5㎏의 드라이아이스와 0.5㎏(열용량 63kJ)의 기체탄산으로 변환된다.
그러나 실질적인 액체탄산의 열용량은 전적으로 저장온도에 의해 좌우되며 실험에 의하면 저장온도 25℃(64.3bar)에서의 총 열용량은 210kJ/㎏이고 -25℃(16.8bar)에서의 총 열용량은 345kJ/㎏으로 나타났다.<도표-2>
잠열, 열용량 등과 같은 물리적 수치로만 보면 액체탄산의 냉각능력은 액체질소에 크게 못 미치지만 이들은 각각 공정상의 장단점을 달리 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비교는 금물이다.
각각의 특징을 보면 액체질소는 드라이아이스를 승화(昇華)시키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신속한 냉각이 가능하며 열용량도 탄산가스에 비해 약 13%의 우위를 점한다.
또한 일부 액체탄산 저장탱크처럼 냉각유지를 위해 전력을 공급할 필요가 없고 인체에 무해하며 비활성으로 음식물과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액체탄산은 질소에 비해 장기(長期)간 저장에 유리하고 저장탱크를 측정함으로서 정확한 소비량을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와관련 탄산과 질소는 각각 ㎏과 ㎥라는 다른 단위로 판매되므로 가격경쟁력 비교를 위해서는 이들의 단위를 통일시킬 필요가 있을 것이다.
<도표-3>는 이러한 탄산과 질소의 단위를 동일화한 결과로 탄산 1㎏은 0.54㎥, 질소 1㎥는 1.17㎏이다.
결국 냉각제로 어떤 가스를 사용하는가는 해당가스가 제품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평가를 비롯해 동일한 가스를 이미 다른 공정에서 사용하고 있는지 여부, 가스공급원과의 지리적 거리, 안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판단해야 할 것이다.
[냉각시스템의 적용]
위에 언급한바와 같이 제과.제빵산업에 있어 냉각공정은 원재료인 밀가루를 냉각하는 간접냉각 방식이다. 도우(dough) 자체를 초저온가스로 냉각시키면 반죽이 굳거나 얼어버려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다수 제과.제빵업체들은 밀가루 저장(보관)창고를 외부로부터 완전히 밀폐시키지 않고 있다.
이로인해 밀가루들은 햇빛에 직접 노출되며 결과적으로 이를 원료로 만든 도우의 온도까지 상승시키는 현상이 초래되는 것이다.
이같은 문제의 해결책은 초저온 냉각기술이나 기존 냉동설비를 이용해 저장고내의 모든 밀가루를 냉각하는 방법 그리고 저장고에서 꺼내져 반죽공정으로 이송되는 밀가루만을 냉각하는 방법 등 2가지가 있다.
이중 전자는 냉각가스의 절감을 위해 상당한 추가비용을 무릅쓰고라도 저장고 전체를 단열(斷熱)처리해야 하며 단열이후에도 저장고의 입구는 열기가 잔존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냉각을 지속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밀가루는 열전도성이 매우 낮아 직경 2미터, 높이 5미터 이상으로 쌓으면 효과적인 냉각작용을 기대할 수 없는 등의 한계도 있어 경제성.효율성 측면에서 도우(dough)생산에 투입되는 원재료만를 냉각하는 후자가 주로 애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방법은 다시 혼합기(mixer) 및 반죽기(kneader)에 공급되기 이전에 냉각공정이 이루어지는 ‘Pre-mixer Cooling'법과 반죽이 이루어지는 혼합기 내부에 초저온가스를 분사하여 냉각하는 ‘Inside-mixer Cooling'법으로 구분할 수 있다.
○ Pre-mixer Cooling
<그림-1>에서 처럼 'Pre-mixer Cooling 시스템'은 저장창고와 혼합기 사이에 냉각장치가 위치한다. 1차적으로 저장창고의 원재료(밀가루)는 이송라인을 통해 냉각장치에 공급된다.
이후 원재료가 나선형(螺旋形) 스크류(사진-1)에 의해 서서히 혼합기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액체탄산을 기화시켜 발생되는 드라이아이스 눈(dryice snow)을 노즐로 분사, 냉각효과를 얻는 방식이다.
이때 분사된 드라이아이스 눈은 원재료와 함께 섞인 상태로 빠르게 회전하는 스크류를 통과하면서 다시한번 승화(昇華)되어 주변의 열을 신속하게 흡수한다.
또 승화된 탄산기체도 스크류의 마지막 부분까지 원재료와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최초의 액체탄산이 보유하고 있던 냉각에너지를 거의 완전히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냉각작용을 마친 밀가루와 배출되는 폐탄산가스(off-gas)의 온도는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맞춰진다.
스크류에서 냉각공정이 이루어지는 동안 온도제어장치는 별도의 중량감지장치로부터 스크류에 투여된 원재료의 량을 측정, 냉각제(액체탄산)의 분사량을 결정하며 이를통해 혼합기로 공급되기 전의 원재료 온도를 요구된 수준까지 떨어뜨리는 역할을 수행한다.
실험결과 4미터 길이의 스크류는 시간당 약 1.5톤의 밀가루를 냉각처리 할 수 있으며 액체질소의 경우 1㎏의 원재료를 20℃에서 5℃로 냉각시키는데 약 0.15㎏(1.582㎥)이 소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 Inside-mixer Cooling
'Inside-mixer Cooling 시스템'은 혼합기 및 반죽기에 원재료(밀가루)가 투입된 후 반죽공정에 돌입하기 직전단계에서 액체질소 또는 액체탄산을 이용, 냉각.냉동시키는 방식이다.<그림-2>
이렇게 하면 혼합기로 공급될 당시 원재료들의 온도는 각각 다르지만 혼합기 투입후 온도가 균일화되고 이들을 원료로 만들어지는 도우의 온도도 일정해진다
이 방식은 보다 효과적인 냉각을 위해 회전형 또는 이동형 후드(hood)를 채용, 원재료 위에서 냉각제를 분사하게 된다.
혼합기 윗부분에 위치한 온도감응장치는 전체 시스템의 온도를 측정하고 고객이 원하는 온도까지 원재료의 냉각을 지속한다.
마지막으로 모든 냉각공정을 마친 폐가스는 송풍기에 의해 대기로 배출된다.
구체적인 냉각제의 소비량은 원재료의 수분함량, 원재료 온도와 냉각목표온도와의 격차 등 각종 매개변수에 따라 달라지지만 실험결과 1㎏의 피(被)냉각물질을 냉각하는데 약 0.1~0.5㎏의 질소가 소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이 시스템의 원리는 단순하게 보이지만 기존 설비 및 공정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수반되어야 하며 냉각제의 선택, 분사시간, 분사량, 원재료 및 관련설비들이 감당할 수 있는 온도변동폭 등에도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예를들어 아주 작은 크기일지라도 이미 반죽이 형성되기 시작했다면 반죽공정 말미에 냉각제를 공급하는 것은 별다른 효과를 얻을 수 없다.
또 냉각제 주입시 불필요한 불순물이 형성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반드시 건조한 원재료들과 물(수분)의 혼합비를 정확히 맞추어야 하고 배출구 온도의 정확성도 중요하다.
[공정상의 장단점]
'Pre-mixer Cooling법'은 사전에 냉각온도를 프로그래밍 할 수 있고 유지비 및 냉각시간을 절감할 수 있으며 도우의 수분 흡수율을 향상시키는데 상대적인 성능우위를 지닌다.
또한 밀가루를 냉각한 이후에 도우 생산공정이 진행되므로 반죽의 변형을 방지함은 물론 전체 공정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도 잇점으로 꼽힌다.
이와관련 전문가들은 냉장된 퍼프 페이스트리(puff pastry)반죽, 완전 동결(凍結)된 빵 반죽, 1차적으로 구워진 퍼프 페이스트리의 동결 반죽, 황색(黃色)을 띄는 모든 반죽, 저(底) 수분함유 반죽, 쿠키 및 얇은 아몬드 쿠키 그리고 20℃이하의 온도가 유지되어야하는 반죽 등에 Pre-mixer Cooling 방식이 적합하다고 설명한다.
반면 ‘Inside-mixer Cooling법'은 혼합기 내부에서 냉각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반죽과정에서 발생하는 마찰열까지 신속하게 제거할 수 있으며 이미 육류가공산업, 산업화된 제과.제빵업체, 액상(液相)식품산업 등에 적용되어 현장테스트를 완벽하게 마쳤다는 점에서 메리트가 크다.
공정상에 있어서도 원재료에 직접 냉각제를 분사해 냉각 효율 및 냉각능력이 탁월하고 냉각중 원재료의 응결로 인한 알갱이 형성을 줄일 수 있다.
특히 시스템이 비교적 단순해 간단한 개조만으로도 거의 모든 혼합기에서 손쉽게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방식은 이동형 후드를 통한 순차적 냉각방식을 취하고 있는 탓에 원재료의 냉각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특정부위에 과도한 냉각가스가 분사될 여지가 있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특히 액체질소를 사용할 경우 기화된 가스의 량을 정확하게 예상할 수 없어 냉각제 주입량 조절이 어렵다는 부분도 감안해야할 부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