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륨(He)은 우리 인류가 일반 대기(大氣)중에서 얻어낼 수 있는 여러 종류의 가스들과는 달리 희귀성 측면에서 몇 손가락내에 꼽히는 매우 부족한 자원이다.
더욱이 헬륨은 인공 제조할 경우 과도한 비용투자가 요구돼 경제성이 없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헬륨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천연가스(NG)에 함유된 0.2~10mol%의 천연헬륨을 추출.정제하는 방법뿐이다.
현재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키는 메이저급 천연헬륨의 공급원은 전세계에 4곳 정도에 지나지 않으며 결국 헬륨은 천연가스에서 추출.정제된 이후 전세계 고객들에게 도착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 시장구조를 띄고 있다.
이에 따라 헬륨 공급업체들은 고도의 초저온논리학을 다각적으로 동원, 배송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최소화하는 공급방법 마련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헬륨의 탄생과 특성]
단일분자로 구성된 헬륨은 그 희귀성 만큼이나 최초로 발견된 상황도 여타 가스들과는 사뭇 다르다.
헬륨은 1868년 영국의 N.로키어와 프랑스의 피에르 장센이 개기일식을 관측하는 도중 아주 우연히 발견됐다.
이들은 태양 홍염의 스펙트럼속에서 587.6nm의 새로운 노란색 스펙트럼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관측했으며 태양속에서 찾아낸 이 미지의 원소를 태양이라는 의미의 그리스어 'helios'라고 명명했다.
이후 1894년 영국의 램지와 스웨덴의 클레베가 우라늄 광물의 일종인 클레베석으로부터 헬륨을 분리, 이것이 태양홍염의 노란색 스펙트럼선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면서 헬륨의 정확한 실체가 밝혀졌다.
특히 램지는 헬륨의 특성을 규명한 공로로 1904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지속된 연구를 통해 밝혀진 헬륨의 화학적, 물리적 특징은 크게 다음의 6가지로 나타낼 수 있다.
먼저 헬륨의 첫번째 특징으로 '낮은 분자량'을 꼽을 수 있는데 수소(H2)를 제외하면 지구상에서 가장 가벼운 원소이며 대표적인 희귀가스의 하나이다.
또 헬륨은 고온에서조차 거의 완벽한 '비활성' 성질을 지녀 다른 원소들과 반응을 일으키지 않으며 '낮은 용해도'로 인해 금속물질에서 용해시키기도 어렵다.
다음은 '높은 확산율'로 원자의 크기가 워낙 작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미세한 틈새조차 별다른 어려움 없이 통과할 수 있고 구리(cooper)의 1백배에 달하는 '고도의 열전도성 및 열처리성'도 헬륨이 지닌 핵심적인 특징이다.
마지막으로 산업적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헬륨의 특징은 '낮은 끓는점과 초전도성'이다.
실제로 -269℃의 액체헬륨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가스들 중 가장 낮은 끓는점 보유자이자 지구상에서 가장 차가운 액체이기도 하다. 헬륨이 현존하는 최상의 금속초전도체(metallic superconductor)로 꼽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생산방법 및 현황]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공기중에 약 5ppm(0.0005%)만이 존재하고 있는 헬륨을 얻기 위해 공기분리방식을 활용하는 것은 투자대비 경제성이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에 따라 현재의 과학기술로 헬륨을 생산해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천연가스에 함유된 약 2%의 천연헬륨을 분리해내는 것뿐이다.
그러나 일정 수준이상의 헬륨을 제공할 수 있는 대규모 천연가스전은 미국의 Wyoming(사진-1), 러시아의 Orenburg, 알제리의 Sonatrach, 그리고 폴란드의 모 중소 가스전 등 전세계적으로 4곳 정도에 불과해 인류는 만성적인 헬륨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최근 미국 애리조나州 등 몇몇 지역에서 신규 천연헬륨 소스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늘어나는 헬륨수요를 감당해내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일부에서는 최악의 경우 향후 20년이상 인류가 헬륨공급부족에 시달릴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대두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2001년과 2000년 여름, 전세계는 심각한 헬륨 파동을 경험해야 했다.
특히 2001년의 파동은 북미지역의 헬륨공급원인 A社가 예기치 않은 기술적 실수로 수주동안 모든 생산을 중단하면서 비롯됐으며 곧이어 러시아와 알제리 분리설비들이 정기보수(overhaul)에 들어감으로서 전세계는 예년의 약 40%에 불과한 물량만으로 상당한 시일을 버텨나가야만 했다.
결국 매년 파동을 겪어야만했던 산업용가스 업체들은 2001년이후 헬륨의 저장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됐다.
그러나 시장의 요구와 필요에 따라 무한정 생산량을 늘릴 수 없는 헬륨만의 특수성이 이들의 발목을 잡고 있으며 지난해에도 어김없이 부족현상이 이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신규 헬륨 분리(정제)플랜트 건설에는 막대한 자금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헬륨가격의 급속 상승이 예견됨으로서 관련업계를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배송 및 충전]
이처럼 산업적으로 매우 중요하고도 부족한 자원인 헬륨을 생산지에서 소비지까지 가장 경제적으로 배송.충전.공급하는 방법은 바로 액체헬륨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산업용가스 업체들은 최대 충전량이 약 4만리터에 이르는 특수한 초진공 절연 탱크컨테이너를 이용, 헬륨액화장치로부터 직접 헬륨을 공급받아 충전한다.
이때 액화공정은 구조적으로 각 사(헬륨공급업체)별로 이미 정해져 있는 헬륨의 총생산량(할당량)과 밀접하게 맞물려 진행되는데 헬륨생산업체들이 마련한 충전 스케줄에 따라 각 공급업체별로 정확한 시간에 정확한 량의 충전이 이루어진다.
또한 헬륨은 경제적.기술적 이유에 의해 전적으로 탱크컨테이너에 액체상태로 대량 충전되는 만큼 국가와 국가간, 대륙과 대륙간의 배송은 선박을 통한 해상운송에 의존하고 있다.
일례로 미국 Exxon社의 Wyoming플랜트에서 생산된 헬륨을 유럽지역에 공급하고 있는 A社의 사례를 보면 이 회사도 탱크컨테이너에 액체헬륨을 충전, 전량 선박으로 운송하고 있다.
탱크컨테이너들은 미국 동부항만의 뉴욕항에서 사전에 예정된 시간에 선적되어 유럽으로 보내지며 약 2주간의 항해를 거쳐 벨기에의 안트워프항에 도착한다.<그림-1>
여기서 고객사에 즉시 공급될 일부물량은 세미(semi)트레일러에 옮겨지게 되고 나머지는 별도의 헬륨충전플랜트로 보내져 특수충전장비를 활용, 실린더나 소형용기로의 충전작업을 수행하게 된다.<사진-2><사진-3>
최초의 헬륨생산플랜트로부터 충전플랜트까지의 이동거리만 무려 1만3천㎞를 상회하는 것이다.
덧붙여 헬륨충전플랜트에서는 공급량과 고객사의 상황에 따라 액체와 기체 두 종류로 구분하여 충전이 가능하다.
액체는 최소 30리터에서 최대 4백50리터 용량의 초진공 절연용기에 담겨지며 기체헬륨은 200bar압력에서 최대 3천㎥까지 충전된다.
[산업적 활용]
인류는 이미 오래전부터 헬륨이 지닌 유일하고 독특한 특성들을 다각적으로 활용, 산업과 과학기술의 발전에 접목시켜 나가고 있다.
<표-1>은 이러한 헬륨의 활용분야를 나타내는 것으로 크게 기체헬륨과 액체헬륨으로 구별하고 설명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기체헬륨은 아크(Arc)용접에서 쉴드(shield)가스로 쓰여지며 레이저 산업에서는 레이저를 발생시키는 공명기(resonator)와 레이저 절단용 가스의 두가지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가스크로마토그래피(GC)의 운반 및 퍼지용 가스, 표준가스 및 시험가스(test gas), 누출탐지용 추적가스(tracer gas)로도 기체헬륨이 사용되며 광섬유와 금속열처리 분야에 있어 보호(protective)가스로도 역량을 발휘중이다.
이외에도 비행선.기구(氣球)의 부양(浮揚)용 가스, 심해(深海) 잠수시의 호흡용가스, 각종 반응기 및 전류발생장치의 냉각가스 등은 이미 잘 알려진 헬륨 수요처이다.
기체헬륨과 달리 액체헬륨시장은 주로 ‘높은 확산율’과 ‘고도의 투과성’ 그리고 ‘극초저온’의 특성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
헬륨의 가장 대표적인 시장인 MRI, NMR(핵자기 공명 진단장치, 사진-4)를 비롯, 초전도 자기장 검출기, 분석용 센서 및 검지기, 고 자기장 분리장치 등의 운용에 필수불가결한 가스로 자리매김했으며 핵융합.아원자(亞原子) 입자물리학, 저온물리학, 초전도 자기학 등 학문적인 쓰임새도 계속 넓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이와관련 지난 2001년의 전세계 헬륨수요는 총 1억5천3백만㎥규모로 이중 약 21%가 의료용 MRI에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MRI의 뒤를 이어 기구 15%, 광섬유 12%, 용접 11% 등으로 시장점유율이 높게 나타났다.
특히 MRI를 제외한 초전도장비부문도 7%의 점유율이 생성, 초전도 장비산업에서만 전체 헬륨시장의 28%를 점유했다.
[NMR用 액체헬륨]
MRI(magnetic resonance imaging, 자기공명이미징)와 유사한 개념의 NMR(Nuclear Magnetic Resonance, 핵자기공명진단장치)는 현대사회의 진단용 이미지 장치로서 가장 표준적이고도 확고한 입지를 점하고 있다.
이는 과거의 이미징 장비들과 달리 NMR은 방사선을 사용하지 않아 인체에 아무런 피해를 일으키지 않으면서도 월등한 고해상도 이미지 분석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NMR의 핵심은 '초전도 자기장'이다.
초전도 상황에서 솔레노이드(solenoid) 코일은 거의 아무런 저항도 받지않고 높은 전류를 전도(傳導)할 수 있게 되는데 이러한 전류 전도에 의해 강력한 자기장을 형성시키는 원리이다.
그러나 높은 전류가 지속적으로 전도되면 온도가 급격하게 상승하므로 솔레노이드 코일이 초전도 상태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선 반드시 발생되는 고열을 냉각시켜주어야 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차가운 액상물질인 -269℃의 초저온 액체헬륨이 바로 이러한 냉각작용에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NMR에의 액체헬륨 공급에는 약 3～4시간이 소요되며 모든 충전과정이 기록되어 사용자에게 제공된다.
신규 용기와 대체된 기존 액체헬륨 용기는 다시 헬륨충전플랜트로 보내져 무게를 측정, 잔존 헬륨의 량을 확인한 후 재충전되어 또 다른 고객들을 맞게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