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눈에 띄는 급증세를 보여 우려를 자아냈던 국내 고압가스 사고발생률이 지난해에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늘어나는 고압가스 관련사고를 억제하기 위해 지난해 고압가스안전관리법이 여러 각도에서 대폭 강화된데다 업계전반의 안전관리의식도 크게 향상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한 ISO 인증과 같은 선진관리기법들의 도입이 일반화되면서 과거에는 미쳐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까지 안전관리의 손길이 미쳤던 것도 하나의 요인으로 지적된다.
○ 사고발생률 분석
최근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집계한 2002년 가스사고 사례에 따르면 12월말 현재 발생한 고압가스관련 안전사고는 총 8건으로 2001년의 17건과 비교해 무려 52.9% 감소했다.
고압가스 안전사고로 볼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안전공사의 집계에서 누락된 지난3월의 고등학생 애드벌룬 헬륨질식사고(관련기사 제29호 14면)와 지난8월 동우화인켐의 접착제용 반응기 폭발에 따른 액화질소 등 폭발사고(관련기사 제38호 17면)까지 더한다 해도 사고건수는 총 10건으로 전년대비 41.1%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의 사고발생률이 과거 6년간 최소 사고발생건수를 보였던 2000년의 7건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표-1>
이에따라 LPG, LNG, 도시가스 등을 포함한 전체가스사고 중 고압가스사고의 비중도 2001년 10%(1백70건중 17건)에서 지난해에는 4.9%(1백63건중 8건)로 낮아졌다. 여타가스사고 발생건수가 월평균 13.5건인데 비해 고압가스사고는 월평균 발생건수가 0.6건에 불과한 것이다.
한편 올해 고압가스 사고는 1월 1건(산소용기화재), 2월 1건(수소누출), 5월 1건(초저온용기파열), 7월 3건(압축기파열, 배관파열, CNG누출), 8월 2건(수소누출, 산소용기파열) 등 총 8건이 발생했으며 3월 헬륨질식사고와 8월 동우화인켐 사고 등 2건은 공식집계에서 누락됐다.
○ 인명피해 발생률 분석
가스사고 특히 고압가스사고에 있어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인명피해와 직결될 소지가 매우 높다는 점이다. 또한 폭발성과 발화성이 큰 고압가스는 사고건수와 인명피해 비율이 전혀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도 특징의 하나이다.
실제로 <표-1>에서 볼 수 있듯이 20건의 사고가 발생한 97년의 인명피해는 2명에 불과한 반면 7건의 사고만이 일어난 2000년에는 무려 21명의 인명이 사망 또는 부상당했다.
이와관련 지난해 고압가스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는 전년도의 18명보다 33.3% 줄어든 총 12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97년이래 가장 적은 인명피해 발생률이며 12명의 인명피해중 사망자도 지난8월 경남 창원에서 발생한 산소용기 및 LPG용기 연쇄폭발사고(관련기사 제37호 12면)에 의한 1명에 불과했다.<표-2>
이미 언급했듯이 고압가스가 단 한건의 사고로도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난해의 고압가스 사고감소는 결국 질과 양 모든 측면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여진다.
단지 안전공사 공식집계에 빠진 헬륨질식사고(사망2명)와 동우화인켐 폭발사고(사망3명, 부상13명)를 포함시킬 경우 사망자 6명, 부상자 24명으로 인명피해가 6년이래 최대 규모인 30명에 이르게 되며 인명피해발생률도 전년대비 33% 늘어나는 전혀 상반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될 사실이다.
○ 환경요인분석
이처럼 지난해 고압가스 사고가 획기적인 수준의 감소를 나타낸 것은 관련업계는 물론 정부기관과 주변환경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먼저 업계 내부적 요인으로 과거에 비해 산업용가스 및 고압가스 관련업체들의 안전관리 의식이 비약적인 향상을 보이고 있는데다 ISO인증 등과 같은 선진환경안전보건 시스템을 도입한 업체들이 크게 늘어남으로서 안전사고 발생요인이 원천적으로 봉쇄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제도적 측면에서도 월드컵과 부산아시안게임의 해를 맞아 범정부차원에서 산업전반의 안전사고 방지노력이 강력하게 추진됐고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가스분야의 경우 더욱 철저한 관리가 연초부터 꾸준하게 이어졌다. 또한 이같은 노력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노후고압설비 정밀안전검진제, 검사기관변경지정제, 외산용기 제조업등록제, 공무원 대상 안전관리전문교육 실시 등 고법내 안전관리규정들이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대폭 강화되기도 했다.
덧붙여 시행초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민간용기재검장이 정착되면서 미검용기 유통율 저하를 비롯 전반적인 용기안전관리 수준이 크게 개선됐으며 7월부터 시행된 제조물책임법의 영향도 사고감소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업계전문가들은 지난해의 경우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에 대비해 안전 및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높은 대형설비공사들이 행사 이후로 연기됨으로서 예년과 단순비교 할 수 없는 특수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는 점에서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수준의 감소세가 이어질 수 있을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즉 안전공사 등 정부기관과 업계관계자들은 지난해의 경험을 되살려 올해에도 지속적이고 철저한 안전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을 경주해야 하며 국제적인 대회를 성공적으로 끝마쳤다는 안도감에 젖어 상대적인 나태함에 빠진다면 고압가스 사고는 곧바로 예년수준으로 회귀할 수 있음을 경계해야한다는 것이다.
또한 용기재검장 KOLAS 인증제 등과 같이 관련업계와 마찰을 빚고 있는 법규정들을 물의 없이 정착시킬 수 있는지도 올해의 과제로 남아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