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산업은 일부 업계가 유례 없는 호황으로 활기찬 한해를 보낸 반면 또다른 많은 업체들은 경기침체의 여파 아래 진행된 구조조정으로 연중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 했던 극히 상반된 모습을 보여줬다.
이 과정속에서 그동안 국내 경제의 숨통을 조이고 있던 몇몇 사안들이 해결점을 찾아갔고 전세계 경제도 회복기조를 보이고는 있지만 아직도 올해 시장상황이 생각만큼 밝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산업용가스 업계가 국내외 산업체들의 시장상황에 비교적 민감한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한해를 시작해야하는 지금 주요 산업의 미래에 대해 조망해 보는 것도 의미있는 작업으로 사료된다.
○ 경제성장률
삼성경제연구원, LG경제연구소, 하나경제연구소 등 국내 주요 경제연구기관들은 2003년 국내 경제성장률이 5%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경제성장률(약6.1%)과 비교하면 다소 둔화된 것이기는 하지만 안정적인 수준임에는 틀림없으며 미국, 일본, 중남미 등 장기침체에 빠져있는 국가들에 비해서는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전문가들은 최소한 올해 상반기까지 국내 경제의 불확실성이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며 5%대의 성장률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난제들을 슬기롭게 극복해나가야만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지난해 3/4분기 이후 내수경기가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새로운 정부출범에 따른 국정공백과 경제정책 변화, 북핵 협상, 미-이라크 전쟁, 유가급등 등 비경제적 요인들이 경제성장의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결국 올해 국내경제의 향방은 2/4분기를 기점으로 회복과 성장이냐 침체의 지속이냐에 대한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보여진다.
○ 반도체
국내 반도체 산업은 하나의 산업이기에 앞서 국가 전체의 성장률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우리나라 최대의 수출품목이며 산업용가스 최대의 수요처이다.
지난해의 전세계 반도체 시장은 경기침체와 사상최악의 D램시장 하락으로 1%라는 다소 밋밋한 성장에 그쳤다.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경우 10% 수준의 시장위축이 발생한 미국, 유럽, 일본 등과 비교하면 비교적 높은 성장을 보여주었지만 연초의 기대에 못미치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올해 반도체 시장은 30%이상의 성장이 기대되는 D램을 필두로 최대 20%를 넘어서는 큰 폭의 성장이 예견되고 있다.
구랍 23일 시장조사기관인 퓨처호라이즌이 1/4분기까지 반도체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기존 전망치보다 다소 낮은 15～16%의 성장률을 발표하기는 했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경기회복과 함께 지난해의 대기수요까지 더해져 평균 23%의 성장을 자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시장확대에 대비하기 위해 이미 삼성전자가 화성공장 300㎜ 웨이퍼 12라인 설비에 2조원을 투자키로 결정했고 아남반도체를 인수한 동부전자(現동부아남반도체)도 올해 0.13㎛급 웨이퍼 양산을 목표로 2006년까지 1조3천억원의 투자계획을 밝힌바 있다.
특히 논란의 소지는 남아있지만 그동안 국가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었던 하이닉스반도체가 비핵심자산매각과 회생노력을 병행, 매각이 아닌 경영정상화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부분도 국내 반도체 산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 전자
IT산업을 근간으로 하는 전자 분야는 지난해 국내 산업중 가장 높은 수준의 시장성장과 발전을 보인 산업이다.
미국 IT산업의 침체로 전세계 관련업계가 동반악화의 길을 걸었지만 월드컵에 따른 내수시장 확대와 휴대폰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수출호조로 인해 독야청청(獨也靑靑)하듯 대폭적인 실적향상이 나타난 것이다.
대표기업인 삼성전자가 매출 40조원, 순익 7조4천억원이 예상되고 있으며 LG전자도 매출 18조4천억원, 영업이익 1조2천억원을 달성할 수 있을 전망이다.
관련업계에서는 지난해와 같은 상황이 올해에도 유지될 경우 약 10%의 고성장 실현이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특히 여타산업과 달리 전자산업은 내수와 수출 모두에서 호황이 기대된다.
국내의 경우 가전 내수시장은 침체가 예상되지만 컴퓨터, 통신 등에서 성장세가 지속될 전망이며 수출에 있어서는 세계 최대시장으로 부각된 중국의 후광효과가 기대된다.
최근 삼성전자가 TFT-LCD 5세대 1라인 증설과 제2라인 건설에 2조5천억원을 투자키로 한 것을 비롯 LG전자가 휴대폰 생산확충 및 PDP-TV 2생산라인 건설에 7천700억원, LG필립스LCD가 TFT-LCD 5세대 2라인 건설에 1조4천억원 투자계획을 밝히는 등 주요 전자업체들이 대규모 시설투자에 나서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으로 분석된다.
○ 석유화학
지난해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전년대비 약 4.6%의 생산량 증가와 약 7.3%의 내수증가를 보여줬지만 경쟁심화 및 삼성종합화학, 현대석유화학 등 부실기업 처리문제를 놓고 어지러운 한해를 보내야만 했다.
삼성종화가 지난해말 세계4위의 화학업체인 프랑스 TFE社 계열의 아토피나社와 1조원 규모의 외자유치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회생의 돌파구를 찾은데 비해 현대석화는 법정관리이후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음에도 매각작업이 진행중에 있다.
현재 LG화학-호남석화 컨소시엄과 미국의 코크社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매각이 마무리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며 신정부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협상이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