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3%대에 머물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세계적인 투자기관들의 국가별 경제전망을 종합·분석하는 ‘컨센서스 이코노믹스’의 발표에 따르면 국내외 14개 투자기관 가운데 4곳이 3%대 성장을 예측했다.
이같은 ‘내년 성장률 3%대 추락 경고’는 아시아개발은행이 지난달 3.6% 성장을 예고했고 국내 기관 중에는 삼성경제연구소가 3.7%를 전망한 데에 따르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사실 경제분석가들의 비관적 전망의 가장 큰 이유는 내수경기의 불투명한 회복세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른 행정수도 이전 무산은 건설, 부동산 경기의 냉각가능성을 키우면서 내수회복에 대한 새로운 복병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그동안 경기의 버팀목이었던 수출마저 둔화조짐을 보이고 있고 중국의 경제가 경착륙할 가능성이 높은 것도 이유다.
따라서 경기와 관련된 국내외 환경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성장률 추락 경고’는 현실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그만큼 높을 수 있다.
이미 5%대 경제성장을 자신해 오던 경제정책 당국도 ‘4%대 하락’을 시인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우리 경제는 현재 최대의 난국에 봉착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산업용가스업계도 수년간에 걸친 경제불황으로 인해 액메이커를 비롯한 전체 업계가 매출부진과 이익의 급속한 감소 등으로 심각한 경영난에 빠져들고 있다.
특히 내년에도 국내외 경제불안이 지속될 것이라는 비관론이 지배적인 것을 감안한다면 중소규모의 충전소와 판매업소의 사업영속성은 불안 그 자체인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매출부진과 신규 업체와의 경쟁으로 인한 ‘나부터 먼저 살자’는 식의 출혈경쟁은
심각한 경영 파탄이나 공멸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할 수밖에 없는 실정인 것이다.
사실 산업용가스업계는 여타 제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기하락의 여파는 그리 크게 작용하지 않았다. 어떤 경제분야보다도 산업의 근간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경기여파를 피부로 느끼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화된 경제불황은 가스수요처인 제조업체의 도산과 해외이전 그리고 신규충전소의 시장진입이라는 환경적 여건에 따라 매출부진으로 이어지면서 서서히 산업용가스업계의 목을 조르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그동안의 경제불황에도 꾸준한 성장세를 거듭해 왔던 액메이커들의 경우에도 동일한 이유로 10%이상의 매출감소를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충전소를 비롯한 여타 산업용가스업체들은 두말할 나위 없이 한숨만 고르고 있을 뿐이다.
이런 와중에도 최근 모 수요처의 입찰에서 씁쓸한 감정이 개입된 투찰이 벌어지면서 예상가의 10% 수준으로 낙찰돼 수요처 담당자가 입찰물량을 늘려 되팔아야겠다는 농담마저 내던질 정도로 주위의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상황이 있었다.
산업용가스업계가 가진 고질적인 출혈경쟁의 한 단면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충전소는 공급처의 가격인상에도 불구하고 수년동안 판매업소와 수요처에 제대로 반영조차 하지 못해 수요감소와 매출부진은 물론 이제는 월단위로 적자를 보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이 또한 신규 또는 동업종 경쟁사의 눈치를 보느라 제조원가분석조차 무시한 채 제 살을 파먹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질적인 미수금을 해소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나마 일부 설비투자에 따른 이자부담마저 계속 늘어나 앞뒤로 치이는 이중삼중의 경영난을 겪고 있다.
충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의 경제상황에서 수요감소는 불가피한 것으로 보여 체념하고 있지만 회사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자금확보는 어떡해서라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같은 상황이 계속될 경우 일부 충전소간의 자연스러운 통폐합도 배제할 수 없을 것”시장의 구조개편에 대한 비관론을 전했다.
판매업소의 상황은 충전업계보다 더 나쁘다.
판매업소의 평균적인 월매출은 1천만~3천만원 가량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
더욱이 거래처의 대부분이 저장탱크를 설치한 액체가스 거래사업체보다는 구멍가게식 영세 사업자가 주종을 이룬다.
거래처당 평균 매출도 1백만원에 못미치는 상황이 많지만 그나마도 떼일 수가 있어 판매량보다는 수금에 대한 걱정이 먼저다.
여기에 충전소간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중요 거래처가 노출돼 다른 업체에 송두리째 빼앗길 경우에는 생계마저 어렵게 되는 지경에 이른다.
판매업계의 한 관계자는 “요즘에는 하루아침에 공급된 용기와 함께 거래처가 사라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상황”이라며 “담배값도 안 되는 가스 한 통을 팔려다 10만원짜리 용기를 잃는 형상이니 아무리 욕심없이 열심히 살려고 해도 가계빚만 늘어나고 있다”며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 중소업체의 설비투자나 신규 사업의 검토는 사실상 전무하다.
이 때문에 가스장비사업이나 설계시공을 담당하는 설비장비업체의 경우는 두 눈만 멀쩡히 뜨고 있다. 완전히 원가봉사를 한다고 해도 수요자가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으니 현상유지도 어려운 실정이라며 울상이다.
그나마 수입이라면 간간히 들어오는 유지보수나 장비판매가 전부일 뿐이다.
현재 국내에서 영업중인 산업용가스관련 설비업체는 30여곳.
영세한 업체는 이미 휴업 또는 폐업 상황까지 돌입했으며 남은 업체간의 경쟁 또한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어 부실시공에 대한 우려까지 드러나는 등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국내 경제상황에 따른 산업용가스업계의 경영난 타개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동종업계간 과당 및 출혈경쟁 자제뿐이다.
수요는 한정돼 있고 공급자적인 측면에서는 과다한 물량이 유통되고 있는 상황에서 동일한 제품을 가지고 적정이윤을 창출하기 위한 방안은 원가분석과 경영적측면에서는 새로운 서비스의 개발과 함께 적정 수준의 가격유지가 최선책이 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싼값에 하나 더 팔기 위한 노력보다는 현재의 수요감소대비 매출과 공급량을 유지해가며 최대한 이윤을 높여가야 한다는 전체 업계의 공통적인 생각과 노력이 매우 중요한 시기임을 충분히 인지해야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