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icon Japan 2002’ 참관을 결정한 후 2박3일이라는 짧은 일정속에서 수많은 업체들의 부스를 돌아보며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미션임파서블’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던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러나 생애 처음 방문하는 일본이란 나라에 첫발을 내딛으면서 들떴던 마음을 추스르자 오늘 이 자리가 지금까지 궁금하게 생각해왔던 그 무엇인가를 밝히고 내것으로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았다.
간단한 식사를 마친 우리 일행은 오후 2시경 세미콘 재팬 전시장에 도착, 각자가 필요한 정보를 찾아 전시장 곳곳을 누비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는 지난해 1월 서울 COEX에서 열렸던 세미콘코리아 관람이후 이번이 2번째의 세미콘 참석이었는데 박람회장은 총 11번홀에 이르는 상당히 큰 규모를 갖추고 있었으며 반도체 제조와 관련 장비 그리고 반도체용 가스제조회사들로 구성돼 있었다.
전시회장에 들어서자 첫번째로 눈길을 끌었던 것은 반도체용 웨이퍼 제조회사들이 전시한 다양한 웨이퍼들로 마치 우리 일행을 환영한다는 듯 홀로그램처럼 다양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의 경우 밸브 및 fitting 회사들은 전시규모도 크고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게 꾸며놓았지만 에칭 관련업체들은 주력 품목에 관한 모델을 전시하고 특성에 대해 간단한 포스터만을 붙여 놓은 수준에 불과했다.
물론 수많은 참가업체들 중에 개인적으로 직접적인 관심도가 가장 높았던 분야는 산업용가스 업체들이었다. 이들은 화학(케미컬)기업들 사이에 부스를 마련하고 있었으며 충전소 모형이나 반도체용 특수가스들의 설명서(specification)를 적어놓아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었다.
지금까지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어떠한 가스를 어떤 용도로 사용하는지에 대해 실질적인 지식이 없었지만 이번에 반도체장비와 함께 특수가스들을 보면서 한눈에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큰 소득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전시된 장비에 관련된 가스들만이 출품된 것인지 많은 종류의 가스를 설명하기보다는 CF4, C2F6, C3F8, CHF3, NF3, BF3, SiH4, Si2H6 등 일부 가스들만이 소개되어 있다는 부분에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전시장 규모를 제외하면 이번 세미콘 재팬은 외국인이 직접 관람하기에는 다소 불편한 사항도 많았던 것 같다. 관심이 있는 부스에는 영어표기가 거의 없었고 대부분의 설명이 일본어로 되어 있었으며 회사 직원들도 일본어 밖에 구사하지 못해 미숙한 영어로 무엇인가를 물어봐도 원하는 정보를 얻기가 힘들었다. 안내책자 또한 일어로 된 간단한 팜플릿 일색이었으며 카달로그를 달라고 하면 ‘send to mail later(이메일로 보내드리겠습니다)’라는 말만 거듭할 뿐이었다.
이따금 한국어 통역이 배치된 업체를 제외하면 웃으며 다가오는 직원들과 어색한 눈웃음만 짖다가 다른 부스로 옮길 수밖에 없어 언어장벽의 실체를 다시한번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짧은 영어실력이지만 ‘한가지라도 더 알고 가야한다’는 생각에 하루하루 발에 물집이 생길 만큼 뛰어다니다 보니 2박3일의 시간이 어느새 흘러가 버렸다. 아쉬움을 뒤로한채 인천공항에 도착하자 처음엔 서먹하기만 했던 일행들과 끈끈한 친근감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워져 있었다는 점도 이번 여행에서 얻은 재산 중 하나였던 것 같다.
여행을 함께하며 많은 부분에서 도움을 주신 i가스저널과 참관단 일행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