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고압가스안전관리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전문검사기관(용기 및 특정설비재검사장)들의 ‘공인검사기관인정제도(KOLAS)’ 인증이 의무화된 가운데 관련업계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어 지난해에 이어 민간용기재검사장 문제가 다시한번 가스업계의 화두로 대두될 전망이다.
최근 한국가스안전공사 서울지역본부 3층 회의실에서는 국내 용기 및 특정설비 전문검사기관들을 대상으로 ‘공인검사기관인정제도(KOLAS) 교육.설명회’가 개최됐다.
법령개정으로 신규 재검사장들은 물론 기존 재검사장들도 오는 2004년 6월30일 이전까지 국가표준기본법에 따른 KOLAS인증을 마쳐야 사업을 계속 영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자원부와 한국가스전문검사기관협회(회장 민병오)가 주최한 이번 설명회는 이같은 상황에서 53개(LPG.특정설비 포함) 협회소속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KOLAS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그러나 인증 주관기관인 산자부 산하 기술표준원 관계자의 설명이 이어질수록 이날 참석한 36개 용기재검장 대표자들은 현 용기재검사 업계의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졌다며 KOLAS 인증에 대해 불만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이날 참석자와 정부관계자간에 가장 많은 논쟁을 벌였던 부분은 ‘과도한 인력구조 기준’ ‘실효성 결여’ ‘자금압박 가중’ ‘ISO 및 안전공사와의 업무중복’ 등이다.
○ 과도한 인력구조 기준
“단 한번이라도 용기재검장을 직접 방문해 본 경험이 있습니까?”
KOLAS가 요구하는 인력구조와 자격기준의 불합리성을 지적하기 위한 모 용기재검장 관계자의 이 질문은 KOLAS 인증기준이 얼마나 업계 현실과 괴리되어 있는지를 단적으로 설명한다. KOLAS 인증요건에는 검사요원과는 별도로 기술책임자와 품질책임자 각 1인을 보유해야 하는데 이들의 경력요건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되어 있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실제로 KOLAS는 기술책임자의 경우 고졸은 10년, 전문대졸 8년, 학사 6년, 석사 4년, 기술사 또는 박사학위자는 2년이상의 경력보유자만을 인정하고 있다. 또한 검사요원의 최소 실무경력도 고졸은 4～5년, 전문대졸 3～4년, 학사 2～3년, 석사 1～2년, 박사 및 기술사 6개월～1년 이상이어야 한다.
이에대해 한 참석자는 “3D업종으로 인식되고 있는 용기재검업계에서는 급여의 고저와 관계없이 전문학사 이상의 학력소지자를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라며 “1년이상 경력자를 구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서 KOLAS가 요구하는 수준의 기술책임자와 검사요원의 확보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KOLAS에서 요구하는 인력을 확보한다해도 연간 최소 수천만원이상의 추가인건비 부담이 불가피한데 현재의 마진으로는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KOLAS 인증을 획득하려다 오히려 회사 문을 닫는 지경에 처할 것”이라고 항변했다.
참석자들의 성토가 이어지자 기술표준원 관계자는 현행 법규나 용기재검장들의 현황에 대해 되묻고 당혹스런 모습을 감추지 못했으며 산자부 관계자도 “KOLAS 인증이 부실업체의 퇴출 및 신규업체의 진입장벽으로 작용, 긍정적 효과를 거둘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별다른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 실효성 및 효율성 결여
전문검사기관들에 대한 KOLAS인증 법제화는 법률 또는 국제기준에 적합한 인정기구(기술표준원)에 의해 검사기관의 품질시스템과 기술능력을 평가.승인함으로서 국제적 공신력을 비롯해 대내외적 신뢰성, 성적서의 정확성 등을 확보하자는 취지로 추진됐다.
그러나 교정기관.시험기관과는 달리 검사기관의 경우 각국의 이해관계가 얽혀 국가간 상호인증 네트워크 구축이 현실적으로 요원한 상황이다. 또한 대내외적 신뢰성이나 검사데이터에 대한 정확성 등도 대다수 업체들이 이미 획득했거나 추진중에 있는 ISO인증을 통해 충분히 갈음할 수 있다는 것이 용기재검업계의 주장이다.
한 참석자는 “인증기준이나 내용측면에서 KOLAS와 ISO가 매우 유사하다”며 “투자되는 비용과 시간을 감안하면 ISO인증업체에게 KOLAS는 별다른 잇점을 주지 못한다”고 밝혔다.
또다른 참석자도 “KOLAS의 대내외적 효과가 취약하기 때문에 재검장 입장에서는 필요에 의해 ISO인증을 다시 받아야한다”며 “정부가 그동안 ISO인증을 권장해놓고 지금에와서 KOLAS인증을 받으라는 것은 이중삼중의 압박”이라고 토로했다.
이에대해 산자부 관계자는 “ISO는 강제규정이 아닌 업체 자율의지에 따른 것으로 법제화된 KOLAS와는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기술표준원 관계자도 “상호인정협정 체결 미비로 국제적 공신력은 다소 미비하지만 KOLAS 인증과정에서 직원들의 전문지식습득, 기술능력 향상 등 많은 효용성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업무중복과 규제강화
이날 설명회에서 전문검사기관 관계자들은 KOLAS 제도 도입이 업계 발전을 위해 긍정적 효과를 줄 수 있다는 데에는 의견을 같이했다. 단지 업계의 현실과 상관없이 천편일률적인 잣대를 적용하지 말고 정부측의 의도는 최대한 살리면서 관련업체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융통성 있는 기준을 적용해야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재의 기준과 규정들이 그대로 적용된다면 고법에 이은 또다른 규제 도구의 하나로 밖에 인식되지 않을 것이라고 참석자들은 말했다.
A사의 한관계자는 “KOLAS가 강제규정이라는 점에서 ISO와의 업무중복은 차치(且置)하고라도 안전공사의 업무와도 상당부분 중복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재검기관들은 안전공사와 기술표준원으로부터 각각 다른 기준으로 2번의 설비검사를 받게되는 셈”이라며 “인력면에서도 현행법이 요구하는 자격증소지자 2명(용기재검장)～4명(특정설비재검장)과 함께 기술책임자, 품질책임자, 검사요원의 자격기준도 만족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관련 산자부측은 “시행일이 2004년으로 아직 여유가 있는 만큼 정부기관간의 업무중복에 대해서는 시간을 가지고 조정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전문검사기관협회 민병오 회장은 “KOLAS 도입은 이미 법적으로 정해진 것으로 시행 여부를 놓고 업계와 정부간에 논쟁을 벌일 사안이 아니다”고 말하고 “수용하는 방향으로 노력하되 기존 고법이나 ISO 등과 합치될 수 있도록 양측 모두가 시간을 가지고 논의를 계속해야한다”고 강조했다.
<KOLAS 인증 Q&A> Box
Q. KOLAS 인증은 반드시 받아야만 하나?
A. 지난 7월의 고법 시행령 개정에 따른 법적 강제규정이다. 신규 재검장은 최초 허가시 KOLAS인증서를 시도 관할행정관서에 함께 제출해야하며 기존 업체들은 오는 2004년 6월31일이전까지 인증 획득을 완료하고 관할 행정관서에 이를 제출해야한다. 기간내에 인증을 획득하지 못하면 허가가 취소된다.
Q. ISO인증을 획득한 업체들도 KOLAS인증을 받아야 하나?
A. ISO인증은 업계 자율의지에 따른 것이며 KOLAS인증은 법적 의무규정이므로 ISO인증을 받았다해도 KOLAS인증은 반드시 획득해야 한다.
Q. ISO인증 획득업체의 경우 KOLAS를 위해 별도의 매뉴얼, 절차서 등을 제작해야하나?
A. 기존 ISO 매뉴얼 등에 KOLAS가 요구하는 요건들을 포함.첨부시키면 되며 다시 제작할 필요는 없다.
Q. KOLAS 인증에 걸리는 시간은?
A. 공인검사기관 인정신청서, 품질메뉴얼 및 절차서 등 관련서류를 구비한 상태에서 인증을 신청하면 문서심사, 현장평가, 심의.결정 등에 90일정도가 소요된다.
Q. 기술책임자, 품질책임자, 검사요원은 겸임이 가능한가?
A. 업체의 규모에 따라 겸임은 가능하지만 기술책임자의 경우 검사요원의 오류를 검증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기술책임자와 검사요원의 겸임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Q. KOLAS 인증의 유효기간은?
A. KOLAS 인증 획득일로부터 5년까지 유효하다. 유효기간 만료 6개월이전에 갱신평가를 신청해야하는데 갱신평가시에도 최초 인증신청시와 동일한 절차를 수행케 된다.
또한 인증후 1년이내 1회의 사후관리를 받아야하며 사후관리를 받은후 2년이내에 다시한번 1회의 사후관리가 필요하다.
Q. 지금까지 KOLAS 인증을 획득한 곳은 얼마나 있나?
A. KOLAS 인증은 지난 2000년 7월 시작됐으며 현재 7개사의 인증업체가 존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