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특수부대가 체첸독립을 요구하며 모스크바 돔 꿀뜨르이 오페라 극장에서 인질극을 벌인 체첸 반군들을 강제 진압하는 과정에서 정체불명의 가스를 사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5일 현재 이 가스로 인해 7백여명의 인질중 정부가 확인한 공식사망자만 무려 1백20여명에 이르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발했기 때문이다.
특히 러시아 정부가 인질극 종료이후에도 한동안 진압에 사용한 가스에 대해 함구로 일관하면서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됐고 의구심도 커져만 갔다.
결국 지난달말 러시아의 유리 쉐브첸코 보건장관에 의해 무력진압에 사용된 가스가 마약성 진통제의 일종인 ‘펜타닐(fentanyl)’과 흡입마취약의 하나인 ‘할로세인(halothane)’의 혼합물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러시아 정부는 이 두가지 가스가 화물화학무기금지협정(CWC)에서 치안.폭동진압시 허용한 비살상 화학물질이며 인질들이 극도의 심신허약상태에 있어 피해가 컷을 뿐이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아직도 과잉진압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의학계 전문가들은 펜타닐과 할로세인을 혼합하면 더욱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는데 먼저 펜타닐이 인질 및 인질범들의 뇌를 정지시키고 할로세인이 무의식 상태에 빠뜨리는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인질들을 사망에까지 이르게한 펜타닐과 할로세인에 대해 좀더 자세하게 살펴보자.
펜타닐
몰핀의 80배 진통효과
진정, 통증완화, 전신 및 국소마취의 보조제로 사용되는 펜타닐(fentanyl)은 페닐피페리딘(phenylpiperidine)계 마약성 제제이다.
이러한 펜타닐은 몰핀(morphine)의 80배에 달하는 강력한 진통효과를 지니는데 경구(經口)용 몰핀 1천35mg과 피부로 흡수되는 경피(經皮)용 펜타닐 300㎍(미크로그램)이 동등한 효능을 발휘한다.
이에따라 펜타닐 투여시에는 투여대상의 연령과 상태에 따라 사용량 및 사용시간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구체적으로 노인에게 있어 펜타닐은 일반 성인에 비해 2배이상 민감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12세미만 소아나 50kg이하의 18세미만 소아에게는 경피용 펜타닐의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
또한 10㎍/kg이상의 고용량 투여시에는 즉시 이용가능한 호흡보조 설비를 갖추어야하며 체온이 상승한 사람은 일반인에 비해 흡수가 증가될 수 있고 급속히 주입할 경우 호흡이 정지할 수 있다.
특히 펜타닐은 저혈압, 구토, 중추신경계억제, 호흡억제, 발작, 기관지경련 등의 심각한 부작용이 보고되어 있는 물질로 중독됐을 때에는 기도 및 정맥주입선을 확보하고 길항제(拮抗劑)인 낼럭손(naloxone)을 정맥주사해야 한다.
이번 진압작전에서는 건장한 성인 남성에까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량이 무분별하게 투입됨으로서 어린이나 노약자, 부녀자들이 감당해낼 수 있는 수준 넘었을 가능성이 높고 상당기간 가스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아 적절한 치료를 하지 못했다는 점도 피해가 극대화된 요인으로 꼽힌다.
할로세인
중독시 폐부종 및 急死
할로세인(halothane)은 일반적으로 전신마취를 유도하거나 이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무색의 비폭발성, 불연성, 휘발성 가스이다.
흡입시에는 호흡기에 별다른 자극 없이도 중추신경계 억제를 유발, 전신마취에 이르게 한다.
산소나 산소에 혼합된 아산화질소 그리고 산소가 풍부한 공기 등이 운반기체로 사용되며 마취를 위한 사용농도는 약 5%내외, 마취유지는 0.5～1.5%만으로도 충분하다.
진압부대가 펜타닐과 함께 할로세인을 사용한 것도 공기를 통한 체내흡수가 빠른데다 인질이나 인질범들이 가스를 마셨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들을 완전 무력화시키기 위한 목적 때문으로 보인다.
대개 흡입후 24시간 이내에 흡수량의 60～80%가 폐를 통해 배설되지만 반응성이 높은 중간반응물들은 환원반응을 통해 자유기(基, free radical)가 산화반응하고 이로써 간독성을 유발할 수 있는 트리플로로아세트산(trifluoroacetic acid) 등을 생성한다.
또한 사망유발율이 0.01% 수준인 간장애를 일으킬 수 있으며 악성 이상고열증도 보고된바 있다. 이외에도 부작용으로 심근억제, 심혈관계 허탈, 구토 등이 발생 가능하다.
특히 다량의 할로세인에 중독됐을 때에는 급성부정맥, 폐부종은 물론 급사(急死)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따라 할로세인이나 할로겐화 휘발성 마취제에 과민반응을 지닌 사람, 악성 이상고열증 병력이 있거나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절대적으로 사용이 금기시 되고 있다. 또 임신초기, 산과적 수술, 신경외과 수술, 심기능부전증 경력자에게도 일반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단기간동안 할로세인에 반복 노출되면 간염발생률의 대폭 상승과 혈중 브롬(Br)농도의 증가가 나타날 수 있으며 여성이나 중년의 환자, 비만환자 등에게도 간염이 발생할 위험성이 높다고 설명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