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가 유가 하락으로 해양플랜트 수주가 뚝 끊겨 실적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양플랜트는 최근 몇 년간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빅3 조선사 매출에서 절반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커져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지만 올해 들어 수주 실적이 전무한 상황이다.

해양플랜트는 원유 시추선(드릴십)을 포함해 부유식 원유생산설비(FPU), 부유식 원유생산 및 저장설비(FPSO),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 등 해저의 원유나 가스를 탐사 채굴하는 설비다.

현재 오일 메이저들은 유가 하락에 따라 해양플랜트 발주를 중단한 상태로 알려져 있으며 신규 발주는 적어도 올해까지는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와 전문가의 전망이다.

한국수출입은행 양종서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최근 유가가 폭락하며 해양플랜트가 완전히 위축된 상황”이라며 “유가가 배럴당 90달러 이상으로 안착 돼야 석유 메이저들이 심해저 개발을 지속할 수 있는데 당분간은 유가가 그 정도로 형성될 것으로 예측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업계에서는 2017년쯤 유가가 회복될 것이라고 보기도 하는데 그보다 더 걸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해양플랜트는 가격이 일반 선박의 몇 배에 달해 수익성이 높다. 조선시황이 급격히 악화한 2008년 세계 경제위기 이후 돌파구 역할을 했으나 지난해부터 급격히 수주가 줄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2013년 수주액 133억달러 가운데 해양플랜트가 67%인 89억달러를 차지했으나 지난해에는 해양플랜트가 32억달러로 64% 급감했고 이에 따라 전체 수주액도 73억달러로 45%나 감소했다. 영업이익 역시 1,830억원으로 전년보다 80% 감소해 2006년 이후 8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한 현대중공업의 경우 상황이 더욱 심해 지난해 무려 3조2,49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해양플랜트 프로젝트의 인도가 지연되는 사례도 잇따라 국내 조선업체의 자금 부담이 커지고 있고 경쟁적으로 해양플랜트를 저가 수주했다가 부메랑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경험 부족으로 공사가 지연돼 비용이 늘어나는 일까지 겹치면서 업체들이 해양플랜트 사업을 무모하게 벌인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이익률을 얼마나 낮추느냐가 문제지 어느 회사도 마이너스로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해양플랜트가 벌 때는 많이 버는데 적자 날 때는 역시 큰 폭으로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해양플랜트 수주 급감에 따라 조선업계는 해양플랜트의 빈자리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나 유조선,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상선으로 메우려 하고 있다.

최근 현대중공업 등은 인도 국영가스회사 GAIL의 LNG 운반선 프로젝트 수주를 준비하고 있으며 대우조선해양은 세계 1위 선사 머스크에서 2만TEU(20피트 길이 컨테이너)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11척을 수주하기 위해 협상 중에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시장은 작아지는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유가 하락 때문에 연료효율을 높인 친환경선박(에코십) 수요까지 움츠러든 상황이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해양플랜트 없이 상선만으로는 목표를 채우기 힘들어 올해가 가장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편 1분기 전세계 선박 수주량은 562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3% 감소했으며 수주액은 120억1,000만달러로 67.6%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국내 조선산업의 1분기 수주량(231만CGT)과 수주액(49억8,000만달러)도 각각 49.3%와 52.4%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