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출 이끌 ‘신규 유망수출품목 창출방안’ 발표

정부가 융합 얼라이언스(협의체)를 통해 새로운 경쟁력과 신규 유망수출품목 창출에 나선다. 민관의 역할분담으로 수출상품의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하는 동시에 시장창출을 위한 규제완화는 물론 R&D, 인력, 금융, 세제 등을 집중 지원해 수출산업을 새롭게 이끌어 가겠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지난 7월 7일 제10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열고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한 ‘신규 유망수출품목 창출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는 전기차와 수소차 등 친환경차가 수출 대표품목으로 선정됐고 에너지신산업 분야인 신재생에너지, 에너지자장장치(ESS), 친환경에너지타운 등이 새로운 수출품목으로 조명됐다.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은 저성장과 공급과잉에 따른 수출부진이 장기화 되고 이에 따른 구조조정 등의 우려가 큰 만큼 향후 국내 수출을 이끌 신규품목을 적극 발굴해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전략이 깔려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세계적 저성장과 공급과잉으로 수출부진 상황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미래먹거리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감안해 연구기관, 신산업 민관협의회 등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종합해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정부는 ▲이업종·기술간 융복합을 통한 주력수출상품의 프리미엄화 추진 ▲유지관리(O&M) 등 제조연계 서비스산업 육성 및 해외진출 지원 ▲에너지신산업, 스마트시티 등 유망 신산업의 수출 확대 등을 3대 추진전략으로 강조하고 ▲기업활력제고법을 통한 기업 자율적인 사업재편 지원 ▲과감한 규제개선, 제도개선을 통한 시장창출 지원 ▲R&D, 인력, 금융, 세제 등의 집중지원 ▲이업종간 융합을 촉진하는 플랫폼 제공 등 4가지 방식으로 유망수출품목 창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 자동차·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 분야

정부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산업은 이미 한국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다고 보고 이들 산업역량을 결집해 미래자동차를 집중 육성하고 차량용 반도체 등 새로운 수출상품을 창출한다는 방침이다.

이 가운데 가장 이목을 끈 분야는 전기·수소차 등 친환경차량이다.

2020년까지 전기차 25만대 보급 목표

보급 걸림돌 세계 최고수준으로 정비

정부는 2020년까지 전기차를 현재 내연기관 차량 세계시장 점유율 수준의 수출주력품목으로 육성(수출 20만대, 세계시장점유율 10% 이상)하기 위해 주행거리, 충전기, 인센티브 등 3대 전기차 보급 걸림돌이 세계 최고수준으로 정비된다.

이를 위해 우선 배터리 에너지 밀도를 대폭 향상시켜 현재 1회 충전 주행거리의 2배 이상인 400㎞(서울~부산)로 늘리기 위한 ‘고밀도전지개발 프로젝트(국비 270억원 투입)’를 하반기 중 추진할 계획이다. 2018년까지 전기트럭(1ton)도 개발해 우체국·택배 차량 등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전기차 충전기의 경우 연내에 총 3만기(이동형 2만기·고정형 1만기)의 완속충전기를 설치하기로 했다. 특히 서울·제주는 2㎞당 1기의 공공급속충전기 490기(주유소, 대형마트, 주차장 등)를 올해 안에 완비하고 전국의 4,000개 아파트에도 단지당 최대 7기, 총 3만기의 완속충전기를 설치한다. 한전이 설치비(1,000억원) 전액을 부담하며 이용자에게만 별도 충전요금이 부과된다. 충전기의 충전 기본요금 50% 감면 혜택은 내년까지 제주에서 전국으로 확대된다.

아울러 전기차 구입·보유·운행의 라이프사이클 전과정에서 ‘내연기관 차량보다 높은 편익’을 느낄 수 있도록 구매보조금을 현행 1,200만원에서 1,400만원으로 200만원 상향해 즉시 시행하고 취득세, 도시철도채권 매입 감면 등을 지자체와 협의키로 했다. 아울러 유료도로 통행료 한시적 할인, 지자체 공영주차장 요금 50% 이상 할인, 전용번호판 도입, 보험료 할인 등 각종 요금감면 및 인센티브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수소차 1만대·수소충전소 100개소 보급 목표

대중교통 중심 보급 및 시범운행 추진

정부는 2020년 수소차 누적보급 1만대와 수소충전소 100개소를 보급 목표로 설정했으며 수소차의 경우 버스와 택시 등 상용차를 중심으로 시장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는 일반인들의 수용성 제고 향상을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 수소차 카셰어링, 수소택시, 수소버스 등 대중교통을 중심으로 보급 및 시범운행에 나설 계획이며 개별소비세와 취득세 및 도시철도채권매입 감면, 구매보조금 상향 등 구매지원을 확대 추진하고 운행단계에서는 전기차와 동일한 인센티브를 부여할 방침이다.

먼저 정부는 수소버스 시범사업을 위해 당초 2018년 개발 완료가 목표였던 도심 주행용 버스 개발을 내년 초로 앞당겨 오는 2019년에 조기양산 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양산체제 구축을 위해 2017년~2018년 실증·시범운행 실시하고 2019년 정규 노선버스에 수소버스를 도입할 방침이다. 특히 수소버스의 상용화를 위해 오는 2019년부터 CNG버스 사업자가 수소버스를 일정 대수 이상 도입하는 경우 버스 구매보조금 및 수소충전소 구축 등을 정부가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오는 2018년에 개최되는 평창동계올림픽에도 수소차가 활용된다. 정부는 수소버스 7대, 차세대 수소승용차 25대를 행사용 차량으로 투입해 수소차 인식제고와 홍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차세대 수소승용차는 현재 양산하고 있는 현대차 투싼ix에 이은 수소차 전용모델로 2018년 초 출시(가격 6,000만원대 예상)될 예정이다. 정부는 수소버스의 조기 개발을 위해 수소버스용 전해질막·수소용기 R&D에 국비 85억원을 투입키로 하는 등 핵심부품 기술개발을 적극 지원키로 했다.

또한 광주시는 전국 최초로 15대 규모의 수소차를 활용한 카셰어링사업을 추진한다.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 보육기업과 광주송정역 주차장을 중심으로 KTX승객 등이 이용할 수 있도록 유치할 계획이다. 카셰어링에 사용되는 수소차 충전은 기존 광주시에 구축된 진곡 수소충전소와 신규로 구축예정인 충전소가 활용될 예정이다.

아울러 수소택시는 울산시가 수소차 20대를 투입해 시범운행에 나선다. 수소택시는 공장에서 생산되는 부생수소를 활용해 사업을 진행할 계획으로 기존 울산시에 구축된 매암충전소와 구축예정인 신규충전소가 수소충전에 이용된다.

이와 함께 정부는 규제완화 및 투자확대를 통해 본격적인 수소충전소 구축 확산에도 나서기로 했다. 울산과 여수, 서산 등 석유화학단지에서 생산되는 부생수소를 활용한 수소충전소를 우선 보급해, 연간 생산되는 140만톤의 부생수소 중 수소차 50만대를 충전할 수 있는 10만톤을 수소차에 활용할 계획이다.

정부는 CNG·LPG와의 융·복합충전소 및 설치·이동이 용이한 패키지형 충전소 설치를 허용했다. 융·복합충전소는 최근 제정된 ‘융·복합 및 이동형 자동차 충전소 설치기준 등에 관한 특례고시’를 통해 방호벽 설치로 안전이 확보되면, 충전소와 보호시설·설비 간 안전거리를 완화했다. 아울러 패키지형 충전소 설치를 허용함에 따라 압축·저장·충전설비 모듈화를 통해 기존 대비 설치비용을 30%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이밖에도 정부는 민관 공동으로 수소얼라이언스(협의체)를 구축해 수소충전소 확산 로드맵을 구체화하고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을 통해 투자를 확대할 전망이다. SPC에는 완성차, 수소 생산·유통업체, CNG업계, 한국가스공사 등의 참여가 예상되고 있다.

시스템반도체 국산화 및 전기차용 배터리 수출 확대

반도체 분야에서는 시스템반도체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 지원을 강화하고 자동차·IoT 등에 활용되는 융합반도체 수출을 확대키로 했다. 시스템반도체는 우리의 주력인 메모리에 비해 세계시장 규모가 3배가 넘고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 발전으로 최근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으나 한국의 비중은 4.3%에 머물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하반기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의 출자로 2000억원의 반도체펀드를 조성하고 시스템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 기업의 창업, 성장, M&A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화질과 반응속도가 뛰어난 OLED 수출 확대, 투명플렉시블 OLDE 제품을 본격 출시할 예정이며 이차전지는 휴대폰과 노트북용 소형배터리 수출 구조에서 벗어나 전기차용 배터리 수출 확대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한편 정부는 미래자동차 핵심기술의 국산화를 위해 자동차-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 4개 업종의 융합얼라이언스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4개 업종의 연구개발(R&D) 지원제도를 자율주행 인지·판단과 관련된 8대 핵심부품(자동차), 자동차용 파워반도체(반도체), 투명하고 마음대로 휘는 OLED(디스플레이), 고밀도·혁신전지(이차전지) 등 미래자동차의 핵심기술에 집중할 예정이다.

예산부담 및 주민 반발 등 현실성 의문?

정부는 1만2,000대(작년 기준) 수준인 전기차·수소차 수출을 2020년까지 21만4,000대(전기차 20만대)까지 늘릴 예정이며 4억달러 수준의 수출을 66억달러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2020년까지 세계 전기차시장 점유율의 10% 이상을 달성하는 게 정부의 목표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의 전기차 육성 방안에 공감하면서도 계획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라는 의견을 표명하고 있다. 이들은 보조금 지원 부담이 상당할 것이고 주차난을 호소하는 주민들 반발로 충전기 보급도 쉽지 않을 거란 전망과 함께 인센티브 정책, 전반적인 규제 정책도 가다듬어야 한다고 의견을 내고 있다.

녹색교통운동 송상석 사무처장은 “정부가 2009년 당시 2020년까지 전기차 200만대를 도입한다며 비슷한 정책을 냈지만 결국 예산 부담으로 목표 대수가 급격히 줄었다. 보조금은 한시적인 대책일 뿐”이라며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전기차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전반적인 자동차 규제 개편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산업부 이원주 자동차항공과장은 “25만대 보급 목표는 환경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만든 상당히 현실적인 수치”라며 “충전소 설치 문제가 연내에 해결되면 전기차 보급 문제가 상당 부분 풀리고 규모의 경제로 가격 경쟁력도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 조선·철강·석유화학 분야

비핵심사업 정리…핵심사업 강화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감소로 정체에 빠져있는 철강, 석유화학과 구조조정의 위기를 겪고 있는 조선 등 3개 업종은 자율적 사업재편을 통해 비핵심부문의 과감한 정리를 유도하는 한편 핵심부문의 역량강화와 미래유망품목 창출을 적극 지원해 수출재게에 나서기로 했다.

우선 철강 분야는 일반용 대비 5배 깊이까지 채굴이 가능한 고강도 강관, 자동차 차체무게를 20% 줄이는 경량화 강판, 온실가스를 15% 감축할 수 있는 수소환원제철공법에 대한 연구개발(R&D) 지원을 확대한다.

석유화학 분야에서는 철강재를 대체하는 고강도 플라스틱, 차세대 OLED용 유기염료(가격기준 일반염료 대비 2000배 가격), 선박 오염방지용 고기능성 페인트가 지원 분야로 선정됐다. 또한 조선 분야에선 LNG연료추진선, 선박평형수처리장치, 배출가스저감장치 등 친환경기술, e-네비게이션 등 자율운항선박 핵심기술 등이 선정돼 지원이 추진된다. 기업이 개발한 기술이 조기에 사업화·수출산업화될 수 있도록 LNG 선박연료 사용허용 등 규제를 완화하고 에너지공기업과의 협업 등을 통해 테스트베드·트랙레코드 확보도 지원된다.

특히 조선의 경우 기업의 R&D 참여조건을 한시적으로 완화해 유망기술 개발이나 사업화를 뒷받침할 계획이다. 중국, 중동 등 후발국들의 석유화학, 철강 등 플랜트 운전·유지관리서비스(O&M) 지원요구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의 관련 서비스시장진출도 정부간 협력채널 등을 활용해 적극 창출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안전 규제시행을 앞두고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선박 개조·수리업에 중소형 조선사들이 사업전환 등의 형태로 진출할 수 있도록 개조기술 개발, 인력양성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2020년에는 프리미엄 철강재 170억달러, 첨단 화학소재 122억달러, 친환경선박수주 200척 등의 성과를 이끈다는 전략이다.

■ 친환경·에너지신산업 분야

과감한 규제완화 및 제도개선 … 시장창출 지원

미래 수요확대가 예상되는 친환경제품, 에너지신산업, 스마트시티 분야에서도 지원이 확대된다.

대기오염 심화, 환경규제 강화로 전세계적으로 친환경제품 시장이 크게 확대되고 있어 중국시장 진출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면서 WTO 환경상품협상에 유망상품 반영, 우수 친환경제품 무역금융 지원확대 등 글로벌 시장진출을 위한 기반구축도 강화된다.

핵심개혁과제인 에너지신산업 부문에 기업들이 향후 3년간 24조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어 정부도 보다 과감한 규제완화와 제도개선을 통해 시장창출을 적극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먼저 1㎿ 이하 신재생의 전력망 접속 무조건 허용, 초대형건물의 전기요금 상계허용, 자가용태양광 남는 전기 무제한 판매허용, 발전소 신재생공급의무비율 상향조정(당초 계획보다 0.5~1%p↑) 등을 통해 2020년까지 에너지신산업에 총 42조원의 투자를 유도한다.

또한 태양광과 에너지저장시스템(ESS)를 연결해 사용하는 경우에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 부여, 공공기관 설치의무화 등을 통해 ESS 보급을 늘려나가고 2022년까지 총 2조원을 투자해 전국에 전기·가스 지능형전력개량인프라(AMI)를 보급할 계획이다.

신재생에너지, ESS, AMI 등 기기의 수출확대는 물론 친환경에너지타운, 제로에너지빌딩 등 여러 기기와 운영시스템을 결합한 패키지형태의 수출도 본격 추진된다.

이밖에도 에너지 융합플랫폼에서 더 나아가 우리의 도시기획·설계 노하우, ICT, 교통시스템, 해수담수화기술 등을 총망라한 ‘한국형 스마트시티(K-Smart City)’ 모델을 구축하고 다각적인 수주지원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특히 도시개발 수요가 증가하는 중동·아시아·남미 등 유망시장을 중심으로 지역별 맞춤형 모델 수출에 주력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