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손실에도 보수 1위에 성과금 남발 질타

지난 10월 4일 국회에서 진행된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석유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등 자원공기업 국정감사에서는 과거 해외자원개발 책임 추궁에서 벗어나 자원개발 공기업에 대한 정상화와 안정적인 자원 확보 방향에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지난 국감에서 정점에 달했던 개발투자 주체와 사업지시 여부, 귀책사유 등에 대한 설전과 공방이 크게 줄고 현재 부채문제와 부실자산 청산 등 향후 자원개발 정상화 방안에 대해 집중하면서 책임추궁 일변도의 국감에서 탈피한 모습을 보였다.

이 가운데 가스공사에 대한 국감에서는 부채비율과 관련한 문제 제기를 시작으로 이승훈 사장을 향해 강도 높은 질의 및 질타가 쏟아졌다.

우선 가스공사가 투자손실에도 공기업 정규직 보수액이 1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방만경영이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 어기구 의원은 가스공사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구노력이 절실함에도 개혁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 점을 질타했다. 어 의원이 발표한 따르면 가스공사의 지난 2008년부터 현재까지 해외자원개발 관련 확정투자손실액은 1억500만달러(한화로 1,159억원)에 달한다. 특히 무리한 자원개발 확대로 현재 가스공사의 총 부채는 32조원에 이르고 부채비율은 320%에 달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구노력과 경영정상화 대책이 절실하다.

하지만 기관장의 기본급은 지난 2011년 1억1,331만원에서 2016년 1억3,082만원으로 2,000여만원이나 상승했고 상임감사는 지난 2011년 9,065만원에서 2016년 1억466만원, 상임이사의 기본급은 2011년 9,023만원에서 2016년 1억466만원으로 1,500여만원이 상승했다. 더욱이 2014년은 기본급을 동결시켰다가 2015년에 전년도 동결분까지 두 배를 인상해 ‘눈 가리고 아웅식’ 의 꼼수를 부린 것으로 조사됐다.

직원들의 평균급여 또한 2011년 7,736만원에서 2016년 8,478만원으로 750여만원 상승했다. 게다가 실적에 따라 받는 급여항목 실적수당 집행 총액은 2010년 198억여원에서 2015년 329억여원으로 무려 66%나 증가했다. 이밖에도 기관의 의지에 따라 충분히 줄일 수 있는 정규직직원 비급여성 복리후생비도 2010년 45억3,900만원에서 2015년 52억9,300만원으로 17% 증가했다.

이에 따라 가스공사는 올해 기준 한국마사회, 한국감정원 등을 제치고 공기업 30군데 중 정규직 보수액 1위의 신의직장임을 증명했다.

이에 대해 어기구 의원은 “최근 타 공공기관, 공기업들은 방만경영 비판에 대한 자구적인 노력으로 과다한 복지혜택을 축소하는 등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데 가스공사는 과연 개혁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공공기관의 부실운영에 따른 손실은 국민경제 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에 국민정서에 반하는 방만경영을 중단하고 손실된 금액을 복구하기 위해 뼈를 깎는 자구책을 강구해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와 함께 정부 지침을 어겨가며 성과급을 남발해온 사실도 드러나 추궁이 이어졌다.

이찬열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한국가스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가스공사는 지난 2014년과 2015년 2직급 이상에 대해서만 성과급 차등수준을 2배로 운용하고 있었다. 3직급 이하는 성과급 차등지급 수준을 2배 미만(1.24배 운용)으로 운용하고 있던 것이다.

기획재정부 예산집행지침에 따르면 개인별 또는 부서별 성과관리를 위해 성과급은 총액 범위 내에서 차등화된 내부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성과급 차등수준은 최고등급 성과급 지급액이 최저등급 성과급 지급액의 2배 이상이 되도록 해야 하며 내부성과급은 개인별 또는 부서별로 엄정한 평가를 통해 지급하도록 돼 있다.

감사원은 이미 2013년 예산집행지침에 따라 최고등급 성과급 지급액과 최저등급 성과급 지급액의 차이를 2배 이상으로 차등지급하지 않은 것에 대해 가스공사에 주의요구를 한 바 있으나 여태껏 시정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이와 관련 이찬열 의원은 “직원 및 조직의 성과제고를 위해 도입된 제도의 취지가 바르게 운영될 수 있도록 성과급 차등지급률을 확대 운영하고 성과급을 정부 지침과 다르게 지급하는 일이 없도록 자체 기준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진 계측기 노후화

고압가스 폭발위험에도 가스 공급 지적

우원식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정합기지 총 137군데에 설치된 지진 계측기가 노후화됐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우 의원은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외동 정합관리소의 지진 계측기에서 규모 7.1에 해당하는 지진 값이 나왔고 용강 정합관리소는 규모 6.5에 해당하는 값이 나왔다”며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보다 3.5~4.4배 높은 강도의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측정된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에 가스공사 이승훈 사장은 “경주 지진 당시 전국 정합관리소를 점검한 결과 이상이 없었다”며 해명했지만 우 의원 “지진 계측기가 노후화돼 지진 규모를 잘못 측정한 것과 별개로 계측기가 안전기준을 넘어선 지진을 관측했는데도 가스공사의 정압관리소는 한 곳도 운전 중지가 되지 않았다”며 “이는 가스공사의 대처가 매우 심각하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이승훈 사장이 안전에 이상이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자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장병완 위원장까지 나서 “이번 지진으로 가스공사 대처가 미흡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데 다른 변명은 필요하지 않다”고 거들었다. 이에 이승훈 사장은 “국민이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와 함께 경주 지진 발생 시 가스공사가 고압가스 폭발위험에도 불구하고 가스를 공급한 사실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유섭 의원(새누리당)은 “가스공사가 경주지진 발생 당시 고압가스 공급배관망, 정압관리소의 내진설계 기준을 훌쩍 넘어서는 지진계측 값을 보고 받고도 가스 공급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대 5.8 지진이 발생할 당시, 가스공사 경북·경남지역 정압관리소의 지진계측기에서 최대 351.062gal(리히터규모 7.1)의 지반 가속도가 관측됐다”며 이 같이 말했다.

가스공사의 정압관리소와 고압가스 공급배관망의 내진설계 기준이 리히터 규모 최대 6.5로 설계가 이뤄졌기 때문에 해당 지역들은 기준을 초과해 고압 가스가 폭발할 위험에 있었다는 설명이다.

정 의원은 “가스공사가 각 지역본부로부터 설계 기준을 초과한 지진 계측 값을 받고도 가스공급 중단에 따른 발전소·도심 내 가구들의 일대 혼란을 우려해 중단 검토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경주 지진의 전진과 본진이 발생하던 지난 9월 12일 밤 당시 지진 재난이 발생한 가운데 공사 사장은 회사에 복귀하지 않다가 다음 날 새벽 6시 30분에 복귀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가스공사 이승훈 사장은 이에 대해 “지진 발생 직후, 즉각 상황실을 가동하고 비상대기팀을 동원해 무슨 문제가 발생했는지 점검했다”며 “만약 사고가 일어났다면 대책반을 구성했겠지만 점검 결과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 수리 대책반을 구성하는 수준까지 이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LNG발전 활성화 주문

LNG발전 활성화를 위해 의원들은 가스공사가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주문했다.

김병관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가스공사는 유통마진만 얻는 회사가 아니다”면서 “하지만 사업계획보고서를 보면 LNG발전 활성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승훈 사장은 “전력수급계획에는 원전과 석탄발전이 전력계통에 계속 투입되기 때문에 (LNG발전 활성화를 위해) 노력은 하고 있지만 성취는 없고 비관적 전망만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국내 전력시스템은 원전과 석탄발전이 수도권과 멀리 떨어져 건설돼 있고 이를 고압송전망을 통해 전송하고 있다”며 “이 시스템이 국제 기후변화체제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한 그는 차세대 발전시스템은 분산형으로 가야 하고 그 중에서도 연료전지가 가장 적합하다고 꼽았다.

장병환 위원장도 분산형발전 확대에 동의했다. 장 위원장은 “지금까진 비용측면에서 기저발전을 우선시 했지만 앞으로는 경제성 외에 환경과 건강, 원전과 같은 안전문제도 동시에 따져봐야 한다”며 “산업부 장관과 한전도 이에 동의했으므로 가스공사도 이에 맞춰 가스수급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찬열 의원(더불어민주당)도 “안전과 환경을 담보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은 LNG”라며 “원전이나 석탄에 비해 저탄소·친환경적이고 추가적인 시설투자 없이 현재 설비의 이용률 향상만으로도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만큼 정부는 적극적인 LNG 장려 정책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스 판매량 감소 및 수급 오차 지적

한편 가스 판매량 감소와 수급 오차에 대한 문제 지적도 나왔다.

한편 원전·석탄 등 기저발전 증가에 따른 심각한 천연가스 판매량 감소와 관련 공급과잉에 즉각 대처할 수 있도록 수요 예측의 정확성 높일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수민 의원(국민의당)에 따르면 가스 판매량이 2013년까지는 연평균 7% 증가했으나 2014년에는 9% 감소했고 2015년에는 전년대비 10.5%, 물량으로는 3만1,456톤 감소했다. 특히 제11차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에서 도시가스 수요는 2012년 이후 2027년까지 연평균 2.7% 증가, 발전용 수요는 연평균 5.5% 감소를 전망했으나 도시가스 수요 증가는 절반 수준, 발전용 수요 감소는 두 배가 넘는 감소량을 보이고 있다. 올해 판매계획에 따르면 2,898만톤(도시가스용 1,700만톤, 발전용 1,198만톤)으로 전년대비 8% 감소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김수민 의원은 “앞으로도 발전용 LNG 판매 축소 기저가 계속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가운데 가스 판매량이 감소해도 도입은 장기계약으로 인해 일정량 의무 도입해야 하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TOP(Take or Pay)가 발생할 수 있다”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의원은 “천연가스의 안정적 수급관리를 위해 민·관·공 합동의 통합수급 관리계획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무분별한 직수입으로 인한 수급불안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의락 의원(무소속)도 가스 도입과 수요의 오차가 계속 나타나고 있다며 수급오차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없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이승훈 사장은 “가스 판매량이 감소하는 것과 비교해 장기계약 물량이 많다는 것에 공감한다”면서도 “하지만 약속한 물량을 연기하는 방법 등으로 이 문제를 대처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이와 함께 가스공사의 신규사업과 관련해 김정훈 의원(새누리당)은 “에너지 가격이 비교적 저렴할 때 해외 투자를 활발히 해야 하는데 가스공사의 신규 사업이 전무하다”며 “에너지 안보가 무너지면 이것을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또한 홍의락 의원은 “천연가스 발전용 수요를 보면 예측 오차율이 47.8%에 달한다”며 “수급 예측이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질의했다. 이에 이승훈 사장은 “발전용 천연가스 수요 예측은 전력계획에 따라 진행된다”며 책임을 정부로 떠넘겼다.

아울러 홍익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아카스 가스전 사업에서 기자재 구매에 1조6,000억달러를 쓰겠다고 했는데 IS 사태로 중단돼 기자재 상태가 엉망이다”며 “기자재를 다른 곳에 배치하겠다는데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병관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석탄, 원자력 등 기저발전 중심의 국내 전력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가스공사가 일정 부분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가스도입 및 도매 민간개방 확대는 ‘우회적 민영화’

가스도입 및 도매 민간개방 확대는 우회적 민영화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수민 의원(국민의당)은 “천연가스 직수입 업체들은 가격이 올라갈 때는 가스공사에 공급을 요청하고 유가 폭락 시에는 직수입을 확대해 수익을 얻고 있다”며 “직수입을 확대할 경우 이 같은 행태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김 의원은 “직수업체가 낮은 가격으로 중장기 계약을 체결하고 초과물량이 발생할 경우 그 책임은 공기업(국가와 국민)이 짊어지고 수혜는 민간이 독식하는 부실의 사회화, 수익의 사유화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민간발전사가 저가의 LNG를 도입한다고 해도 그 수익을 민간발전사가 독점하게 돼 전기료 인하 등의 국민적 혜택이 전혀 없는 것도 문제라는 것이다.

김수민 의원은 “국민들의 삶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가스 직수입과 같은 이슈 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정부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며 “지금은 LNG 도입가격을 인하하고 그 편익을 국민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민간직수입을 확대할 것이 아니라 축소하는 것이 가스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이에 따른 수익을 국민들에게 돌려줄 수 있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천연가스 배관공사를 완료하고도 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대한 대책도 요구됐다.

김수민 의원에 따르면 제9차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에 따라 2008년 12월 천연가스 보급확대 공급망 건설 기본계획을 마련하고 천연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42개 시, 군 지역에 가스공급시설 설치공사를 시행하고 있지만 가스배관과 공급관리소는 건설 완료되었으나 도시가스사업자가 가스사용시설을 설치하지 않아 3개의 공급관리소가 유휴시설이 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공급지연으로 인해 강릉, 옥천, 평창 지역의 주민들은 도시가스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어,352억원의 가스공급시설에 대한 감가삼각비, 금융이자, 유지비가 올 8월 기준 12억3,000천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보은군, 단양군 2곳은 2011년, 2012년 배관설비가 완료됐지만 공급시기는 3년 정도 미뤄졌으며 곡성군 옥과관리소, 곡성관리소도 2~, 3년 정도 공급이 지연된 것으로 나타나 이로 인한 비용손실도 감사상각비와 금융이자, 운영유지비가 총 91억4,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에 김 의원은 도시가스사업자의 사업추진이행각서를 보면 공사의 수급시설 설치와 동시에 가스 공

급을 개시한다고 되어 있음에도 아직까지 도시가스 공급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을 야기한 가스공사의 미온적 태도를 질타했다.

이밖에도 이날 가스공사 국감에서는 해외 자원 개발 부실, 가스공사 소재 지역경제 활성화 부진, 호주 GLNG 사업 부실 문제 등과 관련해 여·야 의원들의 날선 질의 및 질타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