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민 의원, 고법 개정안 대표발의

구미 불산 누출사고와 같은 독성가스 사고를 줄이기 위해 고압가스의 유통 실태를 보다 정확히 파악하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이 발의돼 관련 가스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김수민 의원(국민의당)은 지난 11월 1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고압가스 안전관리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했다.

김수민 의원은 “구미 불산 누출사고 등 고압가스(독성가스)의 사고로 사상자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행규정은 사고조사 등 사후조치 위주로 이뤄져 있다”며 “고압가스(독성가스) 대한 통계조사, 현장조사 등 사전예방을 위한 법적근거가 미비해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산업부장관은 고압가스를 취급하는 자에게 고압가스 통계조사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도록 명하거나 관계 공무원으로 하여금 해당 사업장 등에 출입, 고압가스와 관련된 현황을 조사하게 할 수 있다. 이 경우 출입·조사를 하는 공무원 또는 제36조에 따라 업무를 위탁받은 공사의 직원은 그 권한을 표시하는 증표를 지니고 이를 관계인에게 내보여야 한다. 또한 고법 제26조의4 제4항에 따른 고압가스통계조사에 필요한 자료제출 명령에 따르지 아니하거나 거짓으로 제출한 자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키로 했다.

이번 법안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된다.

실제로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조사대상업체 867곳 중 75개 업체가 고압가스를 어떻게 유통하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2년 12명의 사상자를 발생케 한 아시아신탁(주), 2014년 3명의 사상자를 낸 빙그레공장 등 16개 업체는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유통량 조사대상에서 누락돼 있고 지난해 폭발사고가 있었던 아이씨케미칼의 경우는 보고대상 업체였는데 사고 이전에는 유통량 보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김수민 의원은 “국민 안전을 담보로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관리대책은 안 된다”며 “이번 개정안을 통해 고압가스의 제조·유통·보관 등에 관한 사전 관리조치와 필요시 현장조사 등을 할 수 있는 법적근거가 만들어져 고압가스(독성가스) 사고로 인한 사상자가 더 이상 발생되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개정안은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을 비롯해 김경진, 김광수, 김종회, 박선숙, 신용현, 장병완, 조배숙, 천정배 의원과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 등 10인의 공동발의로 국회에 제출됐다.

가스업계, ‘영업기밀 유출’ 우려

정부, ‘가스안전 및 효율적 투자·수급’ 측면에서 필요

이번 개정안은 가스안전공사를 통해 고압가스의 제조·유통·보관 등에 관한 통계조사를 실시하도록 하고 필요한 경우 현장조사 등을 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구체적으로 산업부장관이 고압가스의 제조·유통 및 보관 등에 관한 통계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통계의 조사·작성에 관해서는 통계법의 관계 규정을 준용한다는 점도 강조돼 있다. 고압가스를 취급하는 자에게 통계조사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도록 명하거나 관계 공무원이 해당 사업장 등에 출입해 고압가스와 관련된 현황을 조사하게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고압가스 관련 통계조사 시행과 관련한 개정안에 대해 가스업계는 그리 달갑지 않은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물론 업계 전반적으로는 사고조사 등 사후조치 위주로 이뤄진 현행 가스안전 관리체계의 한계점을 인식하고 가스사고의 사전예방을 위한 근거 마련을 위해서는 통계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막상 자사의 자료를 공개하는 것은 꺼려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동안 특수가스를 포함해 산업용 고압가스 제조 및 수입, 유통업체들은 폐쇄적 구조를 띠며 자사의 취급품목과 생산량 등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려해 왔다. 독성가스 수입업 등록제 이후 잠시 가스의 품목 및 수량 등이 공개되기도 했지만 해당업체들은 영업기밀 사항이라 주장하며 관련기관이 외부로 유출을 하지 못하도록 요청하는 등 자사 자료공개에 부정적인 입장을 띠어 왔다. 이로 인해 현재 산업용 고압가스의 생산 및 유통량 관련한 통계자료는 전무한 실정으로 이 분야에 대한 현황 파악은 일부 가스 전문지의 취재 및 보도로만 접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현재 국내에서 제조·유통·보관·사용되는 수많은 종류의 산업용 고압가스가 어디에 얼마만큼 사용되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가스안전관리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며 “업체들의 영업기밀사항도 지켜줘야 하지만 무엇보다 가스안전이 우선시 돼야 하기 때문에 이번 통계조사 시행 개정안은 매우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일부 가스업계 관계자들도 “개정안을 통해 통계조사가 시행되면 과잉투자를 막게 돼 업체간 불필요한 경쟁을 줄일 수 있고 품목별 수급불균형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고압가스 통계조사와 현장조사의 조속한 시행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