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를 우선한 영업관리 필요

욕심의 한계는 끝도 없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끝도 없는 욕심은 화를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경제적 사업 활동을 하다보면 잔신의 잘못이 아니더라도 본의 아니게 경쟁에 휘말릴 때가 있다. 바로 거래처 침탈경쟁이다. 한번 시작한 거래처 침탈경쟁은 뺏고 뺏기는 악순환의 고리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하나를 빼앗으면 두 개를 빼앗길 수 있는 것이 경쟁의 결과다. 따라서 어떤 방법으로든 간에 거래처를 빼앗아 오면 당장은 이익이 된다는 가정을 가지게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자신도 경쟁의 가해자 또는 피해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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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수년간 산업용가스 충전·판매업계는 신규업체의 등장과 더불어 수많은 경쟁상황에 긴강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 사업가의 욕심은 돈을 많이 버는 것이고 영업은 거래처를 많이 확보해 부가 수익을 창출하는 데 있다.

이같은 경쟁에서 밀리게 되는 원인은 대부분 단가인하 경쟁으로 비롯된다. 아무리 방어를 해도 100원짜리 90원에 준다면 수요처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뒤도 안돌아보고 하루아침에 거래처를 변경하는 경우가 허다하게 생기게 마련이다. 그 후로 한두 번 경쟁에 휘말리다보면 너나없이 ‘못 먹어도 go~!’라는 입장이 돼서 감정에 치우친 영업전략을 세우는 것인 인지상정이 된다.

그러나 과연 가격인하를 통한 영업은 어디까지 통할 수 있을는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할 문제이다.

업계 관련 회의를 참관하다보면 간혹 지역적 현안문제가 논의될 때 현실과 동떨어진 가격으로 거래처를 빼앗겼다는 불만과 협조를 당부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과연 가격만으로 거래처가 바뀌는 상황이 많은 건지 의구심이 생길 때가 있다. 물론 소규모 거래처의 경우 단돈 1~2만원에도 원가절감을 이유로 공급자를 바꾸는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극히 드문 일이라고 생각된다. 거래처를 뺏긴 공급자가 일방적인 주장으로 동종업계가 사소한 불만을 부풀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이는 것만 전부가 아니라는 얘기가 들리기도 한다. 한 예로 수십 년간 안정적인 공급으로 거래를 해 왔던 수요처가 원가의 2~3%에 불과한 가스가격을 더 낮추기 위해 계약만료시점에서 다른 가스업체에 견적을 의뢰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는 수요처의 담당자 입장에서는 여러 방면의 시장조사를 거쳐 불합리한 조정부분을 가려내기 위한 조치로 판단될 수 있다. 물론 이같은 과정을 진행하기 전에 우선권을 가진 기존 공급자에게 사전 협의나 협상을 요구했을 수도 있다. 때론 경쟁사가 먼저 접근해 가격조정을 빌미로 손을 내밀었을 수도 있다.

이러한 모든 상황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순수한 입장에서 바라본 거래처 경쟁의 패배 원인은 영업관리 또는 서비스관리부실이 크다는 것이다.

최근 나름대로 놓치기 아까운 대규모 수요처가 수년간 안정적으로 공급을 해 왔던 공급처와의 일방적인(?) 거래청산 통보를 하고 전격적으로 공급처를 바꾼 사례가 있었다.

해당 수요처는 가스를 제법 많이 사용하고 대금결제도 착실했던 우량거래처였지만 하루아침에 심경변화를 일으켜 수급관계가 청산된 경우다.

사건의 개요인 즉, 다수의 계열사를 거느린 이 수요처는 야간작업을 하던 중 가스설비 문제로 인해 저장탱크압력 상승과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업무가 중단되는 상황이 발생됐다. 당연히 우선적으로 가스공급처에 이같은 상황을 설명하고 업무정상화를 위해 긴급조치를 부탁하게 된다. 하지만 늦은 시간인 탓에 연락도 쉽지 않았고 뒤늦게 연락된 상황에서 공급처의 조치는 아침에 처리해 주겠다는 말만 반복했다는 것이다.

급한 일처리에 발만 동동구르던 수요처는 지인을 통해 다른 가스업체 관계자에게 연락을 취했고 상황을 파악한 다른 가스업체는 A/S 팀을 급파해 야간작업이 가능하도록 조처했다는 설명이다. 그 결과로 공급가격은 전혀 변동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급처가 바뀌었다는 전언이다.

최근 공급가격 인하경쟁이 치열하다는 현실과는 다르게 공급자의 능동적인 대처 미숙과 평소의 영업관리 미숙으로 인해서 수요처가 다른 공급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고 판단된다.

실제로 가스 수요처의 한 담당자는 “거래관계도 사회적 활동 중에서 생성되는 인간관계가 될 수 있는데 평소에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다가 단가인상이나 수금관계 때에만 슬쩍 내 비추는 공급처 영업담당자가 간혹 있다”며 “평상시 거래처의 애로사항이나 안전점검 등을 수시로 체크하고 가스를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실질적인 영업 관리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다지 어려울 일도 아니지만 자칫 방심할 수 있는 소홀한 관리로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교훈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정직한 영업은 신규 거래처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거래처의 주기적인 관리와 가려운 곳을 잘 파악하고 이를 해소시켜주면서 관계를 맺는 동시에 신뢰감을 돈독히 하는 활동중 하나다.

제대로 영업관리가 정착된 거래처는 가격만 가지고 장난하는 공급처에는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 보편적이다. 특히 대규모 거래나 우량 수요처의 경우는 더더욱 그러하다.

가격공략만으로 수요처를 반강제적으로 빼앗을 수는 있지만 단순히 가격조건만으로 반응을 나타내는 거래처는 대부분 그저 그런 수요처가 틀림없다. 잘 못 건드리면 얼마 지나지 않아 거래조짐이 불안해져 그나마 있던 돈도 까먹을 수 있다.

아무튼 가격경쟁만으로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과열경쟁 구조보다는 정기적인 영업관리와 주기적인 기술영업을 통해 수요처와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거래관계가 이어질 수 있는 시장의 풍토가 정착될 수 있도록 업계 스스로 노력하기를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