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석유제품 유통 투명성 제고 방안’ 확정 발표

정부가 석유제품의 불법거래를 뿌리 뽑기 위해 본격 팔을 걷어 붙였다.

정부는 지난 11월 29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석유제품 관리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석유제품의 불법유통을 근절하기 위한 범정부 대책으로 ‘석유제품 유통 투명성 제고 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한국석유관리원에 따르면 그동안 석유사업법 개정을 비롯해 수급·거래상황 주간보고제 도입 등 강력한 대책 시행으로 가짜 휘발유 유통은 대폭 감소했지만 최근 식별제를 제거한 등유나 석유중간제품을 경유와 혼합해 가짜경유를 제조해 판매하거나 정제유 등을 가짜경유 원료로 위장 수입하는 등 불법행위가 지능적 수법을 이용해 진화해 가고 있다. 특히 농·어민에게 면세유를 가짜석유로 공급하거나 신용카드 불법할인(카드깡) 등을 통해 유가보조금을 부정수급 하는 등 단속기관의 관리 사각지대를 이용한 불법사례들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또한 교통세 회피를 위해 품질 부적합 경유를 정제유로 위장수입 후 가짜석유 원료로 사용하는 등 군납유, 항공유, 윤활유, LP가스 등에 대해서도 체계적인 품질관리가 이뤄지고 있지 않아 가짜석유, 품질부적합, 정량을 속여 파는 행위 등의 사례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6개 관계부처는 합동으로 이와 같은 석유시장의 변칙적 불법행위를 근절해 석유제품의 유통 투명성을 제고하고 세수탈루를 차단해 재정을 효율화하기 위해 ‘석유제품 유통 투명성 제고 방안’을 마련했다.

가짜석유 유통 대응체계 마련

이번 방안에 따르면 우선 가짜석유 유통 대응체계가 마련된다.

정부는 가짜경유 유통 근절을 위해 식별제 제거가 어려운 신규 식별제를 도입하고 가짜석유 원료로 활용할 수 있는 위장수입(경유를 정제유로 수입) 제품과 석유중간제품에 대한 관리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경유와 등유 혼합 방지를 위해 현행 식별제보다 제거하기가 더 어려운 신규 식별제는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또한 현재 정제업자, 수출입업자 등 석유사업자들이 제품별 구분 없이 수급상황을 보고하고 있는 석유중간제품을 제품별로 나눠 관리할 수 있도록 수급보고 대상을 세분화하고 석유중간제품 수급보고 대상기관을 석유공사에서 석유관리원으로 변경해 수급보고체계를 정비하는 등 석유중간제품에 대한 관리도 강화된다. 아울러 가짜석유 원료의 위장수입 차단과 유통 방지를 위해 관세청의 정제유 등에 대한 수입통관 정보를 매월 석유관리원과 공유하는 등 관세청과 석유관리원간 협력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면세유·유가보조금 불법행위 근절

이와 함께 그동안 고질적으로 지속돼온 농·어업용 면세유와 유가보조금 부정수급 행위도 제도 보완을 통해근절해 나갈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역별 협의체를 구성해 관계기관 합동점검을 강화하고 석유관리원의 품질검사 대상에서 제외돼 있는 수협의 면세유에 대한 품질검사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한 농식품부에서 농업용 면세유 취급주유소를 신규로 지정할 경우 신규 주유소에 대해서는 주간 단위의 전산보고를 의무화하는 등 면세유 취급주유소에 대한 관리돠 강화된다. 지난해 말 기준 면세유 규모는 농업용이 133만7,000㎘, 어업용이 109만6,000㎘이다. 아울러 유가보조금 부정수급 방지를 위해 내년 6월까지 국토교통부, 지자체, 석유관리원 등 관계기관 합동 유가보조금 부정수급 방지 협의체를 가동해 정기적으로 불법행위를 단속하는 한편 부정수급 환수금과 지급예정 유가보조금 상계 처리, 유가보조금시스템과 관련 정부시스템(운전면허관리·운수종사자자격관리·의무보험가입관리시스템 등)간 연계 확대 등을 통해 유가보조금 부정수급 방지시스템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품질검사 사각지대 관리 강화

그동안 품질관리 영역 사각지대에 있었던 항공유, 윤활유, 군납 석유제품에 대한 품질 관리가 강화된다. 항공유는 아직까지 국내법에 품질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그동안 외국의 품질기준에 의존해 왔던 항공유에 대해 적정한 품질확보를 위한 품질기준을 신설하고 품질검사도 신규 도입하기로 했다. 윤활유는 지금까지 정제광유를 70% 이상 함유한 윤활유에 대해서만 품질검사를 실시했으나 앞으로는 정제광유 함유량과 상관없이 모든 윤활유로 품질검사를 확대키로 했으며 군에 납품되는 석유제품에 대해서는 생산단계 제품뿐만 아니라 군에 납품된 석유제품에 대해서까지 군과 석유관리원이 합동으로 실시하는 품질검사를 정례화(육·해·공군 연간 각 2회)하기로 했다.

석유유통시장 검사·확인제도 개선

이밖에도 불법석유제품으로 의심되는 연료의 역추적을 위한 품질확인서비스가 확대되고 LPG에 대한 정량검사 도입 방안도 마련됐다.

앞으로 농·어업인이나 운송사업자가 공급받은 석유제품이 불볍연료로 의심될 경우 농산물품질관리원이나 어업관리단에게 품질검사를 의뢰하면 석유관리원에서 품질검사를 실시한다. 품질검사 후 가짜석유일 경우 연료 판매자를 역추적해 적발하고 관련 정보 제공자에게는 가짜석유 신고포상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아울러 현재 휘발유·경유 등에 대해서만 실시하고 있는 정량검사를 소비자 보호를 위해 액화석유가스(LPG)에도 도입하기로 했다.

석유제품의 유통 투명성 제고 및 세수 증대 기대

내년까지 불법석유제품 유통 차단 기반 구축

정부는 이번에 마련된 석유제품 유통 투명성 제고 방안이 그동안 제기됐던 제도적 미비점을 촘촘하게 보완한 대책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대책을 통해 가짜경유, 품질 부적합 등 불법석유 제품의 유통을 근절시켜 소비자의 안전과 환경을 보호 하고 관련 기관간 정보공유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면세유 탈세와 유가보조금 부정수급을 원천적으로 방지해 연간 약 1,580억원 이상의 재정 효율화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신규 법정식별제 도입과 석유수급보고시스템 고도화에 따른 등유 불법유통 차단으로 연간 약 740억원(16만2,500㎘)의 세수탈루를 차단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가짜석유 원료 위장수입 유통 차단으로 위장수입 후 가짜석유 제조유통 탈루액 약 335억원(2,800㎘)을 방지해 총 가짜석유 유통에 따른 탈루세액 약 1,075억원을 방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농어업용 면세유 취급 석유사업자에 대한 ‘면세유 합동점검반’ 운영을 통한 연간 약 262억원의 면세유 불법유통 차단, 유가보조금 부정수급 의심업소에 대한 현장 합동점검 강화를 통한 약 168억원의 부정수급 방지를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항공유, 윤활유 등 불량제품 유통 차단으로 국민 불안 해소는 물론 휘발유·경유 유통과정과 같이 LPG 정량검사 도입으로 0.06% 이상(80억원)의 정량미달 방지를 통해 소비자 피해 예방도 기대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석유거래와 관련된 정보공유와 합동점검을 위해 ‘합동점검 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며 “품질관리 강화를 위해 관련 법령 정비(석유사업법, LPG법,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등)도 속도감 있게 추진할 예정이다. 이어 농어업용 면세유, 유가보조금 지급 유류(경유·LPG) 및 군납 유류에 대한 합동점검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을 확보하고 면세유 및 유가보조금 유류 판매내역을 석유관리원의 ‘석유제품 수급보고시스템’ 상에 반영하는 등 내년까지 불법석유제품 유통 차단 기반을 구축해 석유제품 관리 사각지대를 해소, 석유제품 유통시장의 투명성을 지속적으로 제고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