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지금 산업용 액화가스의 공급부족으로 자칫 제조산업 가동중단 우려라는 최대의 비상시국을 맞았다.

이에 산업용가스업계는 기체가스 외에 북부지역 액체질소 부족과 남부지역 액체산소 부족이 맞물리며 가스공급과 관련해 살얼음판을 걸으며 유통의 해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현 시점에서 이렇다 할 해답을 찾기가 어렵다는 사실에 맥없이 시름만 더해간다는 것이 심각할 뿐이다.

더욱이 백업용 질소 수요는 줄지 않은 상황에서 여름철 극성수기인 가두리양식장 등의 산소 수요가 올해는 최대치로 증가하고 있어 평년대비 더욱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하루 10~100톤 이상을 공급했던 충전업계는 자가수급이 어려워 그나마도 사정사정해서 5톤 물량을 구했다는 인근 충전소에서 LGC 충전을 통해 하루하루를 연명하다시피 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

결국 각 플랜트의 가동능력이 안정권에 접어드는 시점에서 재고를 쌓고 수요가 다소 줄어들어야 공급파동이라는 문제해결에 한걸음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 시점은 아마도 올 연말을 지나서야 가능할 것이라는 게 영업담당자들의 설명이다.

파이프라인 및 온사이트에서 공급하는 기체가스의 공급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지만 액체가스 공급파동문제의 시발은 1순위 공급 대상인 대규모 수요처의 자가플랜트 트러블과 사용량 과다로 인한 백업물량이 마치 블랙홀처럼 액체가스를 빨아들이면서 재고확보와 유통과정에서 심각한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현재의 가스공급 부족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ASU플랜트를 당장 건설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에서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기존의 액화가스 생산능력을 최대치로 가동하는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이런 측면에서 당장 올 하반기부터는 APK 울산공장의 증설과 더불어 SK에어가스가 청주와 이천에서 60,000N㎥/h의 ASU플랜트 가동을 예고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또한 내년 가동을 목표로 대성산업가스가 대전공장에 대형 액화기 도입과 더불어 저장능력도 확대한다는 계획도 전해졌다.

현재 7개 액메이커 기준으로 산업용가스는 약 1조9,000억원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중 파이프라인과 온사이트 형태로 공급되는 기체가스 시장이 전체의 58% 가량 차지하면서 약 1조1,000억원대의 시장을 돌파했으며 액체가스 시장은 23% 가량인 4,400억원대의 시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나머지 19%는 특수가스와 엔지니어링 등의 사업매출인 셈이다. 하지만 각각의 기업별로는 기체가스가 70~80%대를 차지하고 있는 업체도 있는 반면 액체가스는 10~30%대를 유지하는 등 각 기업의 사업방향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나타내고 있다.

이같은 현황에 따르면 20여년전 액체가스 위주의 시장이 기체가스 위주로 변형되면서 기체플랜트가 대세를 이루게 되고 이 과정에서 액체생산보다는 파이프라인 공급위주의 사업에 집중한 탓으로 볼 수 있다.

액메이커의 온사이트 담당자는 “사실 생산원가비중과 공급계약 단가면에서 기체가스의 원단위 생산이 낮고 대규모 수요처를 확보함으로써 회사의 경영상 이익보전율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액체가스 생산은 최소 100억원대의 액화기를 별도로 설치해야하는 탓에 제조원가가 상대적으로 높고 저장 및 운송장비에 대한 투자 등이 계속돼 회사 차원에서는 선호도가 낮은 편이라는 해석이다.

최근 액메이커가 지난 십 수 연간 투자된 ASU플랜트의 경우 대규모 수요처를 중심으로 한 기체플랜트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월간 50,000~150,000톤에 이르는 대형 가스플랜트의 경우 삼성전자, LG 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등 반도체관련 수요처와 석유화학 수요처 등에 주로 설치돼 있지만 이들 수요처가 사용하는 가스는 주로 기체가스에 한하고 있다.

예를 들면 50,000N㎥/h의 가스플랜트가 생산하는 기체가스는 산소 약 10,000N㎥/h, 질소 약 30,000N㎥/h가량이고 액체가스는 20% 가량인 시간당 약 10,000N㎥에 불과하며 이를 월간 생산량으로 나누면 액체산소 3,500톤, 액체질소 6,000톤, 액화아르곤 500톤가량이 된다.

이같은 플랜트는 그나마 액화기를 별도로 설치 운영되는 경우가 예다.

하지만 액화기를 설치하지 않고 온사이트 플랜트로 가동될 경우는 액화가스의 생산은 기체가스가 생산되는 과정에서 자연 발생되는 가스를 포집해 저장하는 형태로 실제 생산량은 생산능력대비 5%에 불과하다. 따라서 기체가스 사용량이 줄어들게 되면 액체가스의 생산량은 더 감소할 수밖에 없어서 실제로는 기체가스 플랜트를 통한 액체가스의 공급가능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아무리 기체위주의 플랜트라 하더라도 백업용 액체가스의 저장은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각 기체가스 플랜트에는 최소 500톤 규모에서 10,000톤 규모의 저장탱크를 운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규모 수요처에서 지금보다 재고수준을 더 낮춰줄 경우 액체가스 수급에는 다소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주장이다. 단순 계산하면 현재보다 저장탱크의 재고수위를 10%만 더 낮출 경우 50~1,000톤의 액체가스 물량을 유통시킬 수 있다는 가설이다. 하지만 이같은 저장탱크가 설치돼 있는 수요처는 설계단계에서부터 자가 수요예상량에 따라 저장용량이 책정한 탓에 최대 2~3일 사용량에 불과한 물량을 비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액체가스 유통만을 위해 자가플랜트의 가동중단이라는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재고량을 줄인다는 것은 쉽지만은 않은 실정이다.

아무튼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격언처럼 이같은 역대 최악의 공급파동 위기상황에서도 기업의 경영차원에서 최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충분히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따라서 업종내 이익단체인 산업용가스관련 협·단체를 통해 머리를 맞대고 대응책과 권리를 찾을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