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1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수소산업 육성에 나섰다. 로드맵을 통해 오는 2030년 수소전기차와 연료전지 모두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목표로 제시한 정부는 앞으로 수소경제사회를 맞이하기 위해 풀어야할 많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특히 수소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커지는 만큼 우려와 함께 다양한 논란도 야기되고 있다.

우선 수소는 화석연료에서 생산 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기 때문에 청정에너지가 아니라는 공격을 받는다. 또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발표 이후 일각에서 세계는 배터리 전기차로 가고 있는데 한국만 홀로 수소전기차에 올인 한다는 지적과 함께 성공 가능성 없는 수소경제에 무모한 투자를 한다는 부정적 시각도 많다. 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는 아직도 수소에너지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존재한다.

때문에 수소경제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수소의 안전에 대한 대국민 수용성을 높여야 하는 것은 물론 팩트 전달을 통한 수소에 대한 다양한 논란을 불식시키는 것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수소경제사회로 갈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

이에 이번 호에서는 수소에너지에 대한 이슈와 논란에 대해 살펴보고 국내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수소에너지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짚어보기로 한다.

<편집자 주>

수소전기차와 수소충전소는 수소폭탄?

수소와 관련된 대중들의 가장 큰 오해 가운데 하나는 수소하면 폭탄을 떠올리며 폭발 위험성이 있어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수소폭탄은 수소 동위원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상상을 초월하는 온도까지 가열될 때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 폭발되는 원리이다. 지구상에는 중수소 및 삼중수소가 거의 존재하지도 않으며 존재한다 하더라도 핵융합 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온도를 절대 구현할 수 없기 때문에 수소전기차와 수소충전소에 사용되는 수소저장탱크에서는 이러한 폭발이 일어날 수 없다. 물론 수소는 부피 기준 농도가 15~90%가 되면 적은 에너지로 폭발할 가능성이 존재하긴 하지만 이는 수소를 안전하게 다룰 수 있는 안전설비를 갖춘다면 천연가스, LPG 등과 같이 수소를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수소는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물질이라 개방된 곳에서는 누설되더라도 수소가 빠른 속도로 위로 확산되는 성질 때문에 폭발할 위험성은 거의 없어 실내에서도 높은 곳에 환기장치를 설치해주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수소전기차와 수소충전소는 기존 가솔린, 디젤, LPG 또는 CNG 차량과 해당 연료 주유소나 충전소(LPG, CNG)와 동일한 수준의 안전기준에 따라 만들어지기 때문에 적어도 기존 내연기관 차량과 충전소(주유소)와 같은 정도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

화석 연료로 만드는 수소가 청정에너지?

수소제조는 물 전기분해나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로부터 추출하는 방법이 있다.

근본적으로 재생에너지의 잉여전기로부터 생산되는 수소가 가장 청정한 에너지원(그린 수소)이라 할 수 있지만 현재까지는 화석연료 중에서도 가장 청정한 연료인 천연가스로부터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이 주를 이루고 있다. 화석연료를 이용해 수소를 제조할 경우 생성되는 이산화탄소 발생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천연가스에서 제조된 수소를 수소전기차의 동력원으로 사용하면 수소전기차의 전 과정 효율은 기존 내연기관차량 효율대비 2배 이상 높아 에너지 절감은 물론 이산화탄소 발생량도 2배 이상 줄어든다.

때문에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수소 제조(그린 수소)를 궁극적인 지향점으로 삼되 과도기적 수단으로 이미 상용화된 화석연료에서 추출된 수소(그레이 수소)을 사용하면서 점차 그린 수소로 대체해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수소에너지는 효율성과 경제성이 떨어진다?

현재 공급받는 전기로 수소를 제조하는 수전해의 경우 사용되는 전기 가격이 수소보다 비싸기 때문에 경제성이 있을 수 없고 사용되는 전기가 화석연료에서 만들어졌다면 친환경 기술이 아니다. 하지만 P2G(Power-to-gas)의 수소생산은 재생에너지원에서 생산된 잉여전기를 활용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잉여전기의 전기 가격을 어떻게 산정하느냐에 따라 경제성 확보가 가능하다. 재생에너지원에서 얻은 전기를 이용해 수전해로 수소를 제조한 후 이를 고압으로 저장, 필요할 때 연료전지를 통해 전기로 변환시키는 과정을 거친다면 재생에너지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고 충분한 기술개발로 이러한 과정에서의 경제성도 확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재생에너지의 저장·이용이라는 측면에서 전기-(수소 또는 배터리)-전기라는 변환 과정을 생각했을 때 단순히 전환율로만 비교한다면 90%(배터리저장), 40% 수준임이 사실이다. 하지만 전력 저장용 배터리와 달리 수소는 에너지의 장기간 대용량 저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존 전력 저장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특히 저장된 수소는 난방 및 취사용, 분산전원 발전, 자동차·선박 등 수송용 연료로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에너지의 효용성을 높일 수 있다.

수소전기차 개발은 바보 같은 짓이다?

현재 세계 각국의 친환경차 정책이 전기차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지만 이는 산업화 측면에서 전기차가 수소전기차보다 상당 부분 근접해 있고 전기차용 배터리 기술의 급속한 발전, 충전 인프라의 구축 용이성, 낮은 초기 구축비용 등의 이유 때문이다. 실제 전기차는 짧은 주행거리와 충전시간의 불편함이 있지만 근거리용 차량에 있어 대단히 효율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수소전기차는 이러한 전기차의 단점인 짧은 주행거리와 긴 충전시간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으며 화석에너지 대체 측면과 이산화탄소 감축 면에서도 전기차보다 훨씬 유리한 장점을 갖는다. 특히 장거리나 대규모 운송이 필요한 중·대형 승용차, 택시, 트럭, 버스 등에서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고 있으며 향후 미래 자동차인 자율주행 차량의 경우에도 센서류 장착에 따라 많은 전력이 소모되기 때문에 수소전기차에 적용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은 현대자동차에 대한 특혜다?

수소사회 진입 시 수소전기차 산업, 수소충전 인프라 산업, 재생에너지와 수소생산 산업, 수소연료전지 발전 산업 등으로 이뤄진 생태계가 구축될 전망이다.

이 가운데 수소사회 진입의 시금석으로 평가되는 소소전기차 보급은 자동차 배출가스 및 CO2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친환경 자동차산업에 진입하는 과정이다. 특히 현대차의 경우 부품 생산을 담당하는 중소·중견 협력업체가 300여 곳에 이른다.

이러한 면에서 수소전기차에 대한 국가적 지원은 현대차에만 주는 혜택이 아니라 정체된 국내 자동차산업의 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물론 수소전기차 브랜드가 현대차 뿐 인 국내 현실을 고려할 때 특정 기업에 대한 일방적 특혜 시비는 있을 수 있지만 이는 특정 산업, 특정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책이 아닌 국가에너지 패러다임 변화 차원의 국가 아젠다로 해석돼야 한다.

무엇보다 이 같은 특혜시비는 현대차가 ‘노블리스 오블리제’ 정신으로 국민 여론을 우호적으로 바꾸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소경제, 성공 가능성 없는 무모한 투자?

수소에너지사회, 수소경제의 개념은 제1차 석유 파동이 한참인 1976년 석유 의존도 감축 수단으로 제안된 이래로 여러 번의 부침이 있었지만 지난 40년 동안 수소·연료전지 기술은 괄목할만한 수준으로 진보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수소경제 사회에 대한 기대감이 재부상 하면서 미국, 일본, 유럽, 중국 등의 각국에서는 국가 차원의 수소경제 진입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발표는 늦었지만 드디어 정부가 나섰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될 만하다. 물론 에너지의 97%를 해외에 의존하는 우리 상황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임은 분명하다. 때문에 정권 교체 시에도 유지될 수 있는 메카니즘이 필요하다. 즉 하루아침에 이루려는 조급함을 지양하고 긴 호흡으로 진행돼야 한다. 빈번한 정책 변화는 수소연료전지와 같은 저탄소 기술에 대한 기업 및 업계의 장기적인 투자를 약화시키기 때문에 에너지의 성공적인 혁신을 위해서는 집중적이고 예측 가능하며 일관된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수소경제 진입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수소 가격 저감 및 효율적 수소인프라 구축으로 민간 부문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다. 아무리 일등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하더라도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 지원정책이 없는 한 민간투자는 지속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