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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ick] 연이은 화재로 성장 멈춰버린 ‘ESS산업’사고원인 규명 지지부진…사태 장기화로 업계 침울
김호준  |  reporter@igas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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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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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부터 누적 화재사고 22건

한달에 두 번 꼴로 사고

 

   
 

지난 5월 4일 경북 칠곡군 가산면 학산리의 태양광 발전시설에서 불이 났다.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에너지저장장치(Energy Storage System, ESS) 등이 불에 탔다. 소방당국은 불이 ESS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화재는 정부가 지난 5월 2일 ESS 화재 원인 조사 결과를 다음 달 발표하고 육성방안 까지 내놓겠다고 밝힌 지 불과 이틀 만에 발생했다. 이로 인해 정부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ESS는 생산된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전력이 필요할 때 방출하는 설비로 태양광, 풍력 등 주변 환경에 따라 발전량 변화가 큰 신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쓰려면 꼭 필요한 장치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각광을 받아 가파른 성장을 내달리던 국내 ESS 산업이 최근 잇따른 화재와 이에 따른 원인 규명이 좀처럼 이뤄지지 않으면서 큰 위기에 빠졌다.

지난 2017년 8월 전북 고창변전소에서 처음 발생한 ESS 화재사고는 지난해 5월 경북 경산시, 7월 경남 거창군, 11월 경북 문경시, 12월 강원 삼척시 등의 ESS 시설에서 연이어 발생했다. 특히 지금까지 누적 발생한 ESS 화재사고는 모두 22건에 달한다. 9개월간 한 달에 약 두 번 꼴로 화재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11월 전국 1,300여개 사업장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해 올해 1월 전기, 배터리, 소방 등 분야별 전문가 19명으로 구성된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를 꾸린 바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명확한 화재 원인을 규명하지 못하고 있어 관련 업계의 막대한 피해는 물론 업계의 고사 위기까지 감돌고 있다. 자칫하면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자체에도 비판이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6월 초 화재원인·안전대책·생태계 육성방안 동시 발표

 

앞서 지난 5월 2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2월 구성돼 활동 중인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가 ESS 화재 원인 규명과 관련한 시험·실증 등을 조속히 완료해 오는 6월 초 조사 결과를 발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조사위는 사고현장 조사·분석 결과를 토대로 21건의 사고를 유형화 했고 업계 의견을 반영해 ESS 구성품과 시스템에 대한 실증 시험을 시행 중이다. 산업부는 현재까지 전기적 충격에 의한 구성품 또는 시스템 고장, 설계·운영상의 문제점, 결로나 먼지 등 열악한 운영환경 등에 의한 화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까지도 ESS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선 전문가들끼리도 의견이 엇갈린다. ESS는 리튬이온배터리와 전력변환장치(PCS),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에너지관리시스템(EMS), 시스템통합(SI) 등 다양한 요소로 구성된다. 화재를 일으킨 주범으로 드러날 경우 파장이 불가피한 만큼 각 부분품을 제조하는 업계에서는 화재 원인을 서로의 탓으로 돌리는 분위기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나오는 언급은 ESS의 핵심 장치인 리튬이온배터리이다. 리튬이온배터리는 열이나 진동 등 대외 환경변화에 취약해 화재가 발생할 위험성이 크다. 항공기 화물칸에 반입이 금지되는 이유도 폭발 위험성 때문이다. 이번 ESS 사태도 리튬이온배터리의 취약성이 원인일 것이란 예측이 우세한 상황이다.

산업부 측은 “ESS는 화재 시 전소하는 특성이 있고 다수의 기업과 제품이 관련돼 사고원인을 과학적이고 투명하며 공정하게 규명하려면 상당한 시간 소요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어 “상반기 중 화재사고 원인조사 활동을 마치고 그 결과를 공개할 계획이며 ESS산업 생태계를 조기에 복원하기 위한 방안도 함께 마련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산업부는 화재조사 결과 발표 시 안전대책과 산업경쟁력 강화 및 보급 활성화 지원 방안을 함께 내놓을 계획이다. 무엇보다 공급과 수요 양 측면에서 ESS 산업 밸류체인별 경쟁력을 높일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며 화재로 인한 보험료 인상과 관련해서도 ESS 관련 기업의 부담을 완화할 전용보험상품 출시 등 지원대책도 마련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산업부는 향후 신규 ESS 사업장에 대해 설치 기준을 사고 조사 발표 이후 신속히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ESS KS표준을 국제표준안을 바탕으로 5월 말까지 제정하고 설치됐지만 가동 중단인 ESS 사업장에 대해서는 ‘ESS 안전관리위원회(가칭)’를 구성해 사고 원인 조사 발표 후 사업장별 특성에 따라 필요한 안전조치를 권고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 발표에 대해 정부가 원인 규명 없이 대책만 내놓아 ESS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만 높이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총 19명의 분야별 전문가들이 투입돼 현장조사·기업면담, 데이터 분석·검토 등 60여 차례의 회의를 거쳤음에도 또다시 결과 발표가 연기된 것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ESS 관련 기업들의 ‘반 토막 실적’에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려 중간발표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ESS 화재사고의 근본적인 대책으로 철저한 시스템구축이 요구되며 이를 위한 정부의 법제화 및 의무화, 기술적인 안전대책 수립과 제도변경에 따른 유예기간, 경제성을 고려한 조치도 함께 강구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 피해 ‘눈덩이’

ESS 시장서 선도국 지위 상실 우려

 

ESS 시장의 급격한 성장세에 맞춰 ESS에 대한 투자를 늘렸던 배터리 업계는 화재 후 시설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지난달 4월 말 기준 전국 ESS 시설 1,490곳 중 35.0%에 해당하는 522개가 가동을 멈춘 상황이다. 지난 3월에는 제조사의 자체 가동중단 조치로 765개 사업장이 가동을 중단했다. 특히 올해 들어 4월 말까지 국내 ESS 신규 설치 발주는 사실상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ESS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주요 대기업은 올해 1분기 실적이 반토막이 난 상황이다. 삼성SDI는 중대형 전지사업 부문에서 국내 ESS 수요 부진으로 인해 올해 1분기 실적에서 영업이익이 1,299억원으로, 전분기보다 52.2% 감소했다. 또한 LG화학은 1분기 전지사업 부문에서 계절적 요인과 함께 ESS 화재에 따른 일회성 비용이 발생하면서 적자를 냈다. 설비 점검과 가동손실 보상 등에 따른 충당금 800억원과 국내 출하 전면 중단에 따른 손실 400억원 등 ESS 관련 기회손실이 1분기에만 1,2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됐다. LS산전도 1분기 영업이익이 28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3%나 감소했는데 이는 ESS 신규 수주 급감에 따른 융합사업 부문의 실적 부진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자금 여력이 없는 중소·중견업체는 화재 원인과 안전대책이 나오기 전에는 섣불리 공장을 재가동하기가 어려워 기업의 생존까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ESS 시장에서 한국의 경쟁력 우위 지위도 위태롭다는 지적도 나온다. ESS용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 규모는 지난 2016년 2,824㎿h에서 2020년 1만5,922㎿h까지 증가하며 연평균 13.5%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자칫 ESS 화재 원인 규명이 늦어질 경우 시장 선점의 적기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화재사고와 관련 리튬이온배터리의 한계를 극복하고 전력을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저장하기 위한 차세대배터리 개발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고체배터리, 리튬금속배터리, 리튬황배터리 등이 대표적인 차세대배터리로 꼽힌다. 특히 리튬이온배터리보다 안전성이 뛰어난 바나듐레독스플로배터리의 경우 최근 산업융합 규제 샌드박스 문턱을 넘어 태양광 ESS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전기를 저장하는 일반적인 배터리 형태는 아니지만 신재생에너지와 연계한 대규모 수소연료전지도 주목받고 있다. 연료전지는 수소를 연료로 공급해 대기 중의 산소와 반응시켜 에너지를 생산하는 발전설비다.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얻은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하고 필요시 이 수소를 활용해 연료전지로 다시 발전하는 형태로 전기 저장이 가능하다. 일반 배터리처럼 방전 우려가 없고 대규모 설치 시에도 비용 부담을 덜 수 있어 신사업모델로 각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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