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2001년 10월 현재 국내 산업용가스업계는 경기침체로 인한 매출감소, 과도한 출혈경쟁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또한 LPG, LNG 등 여타 가스산업에 비해 시장이 작고 대민(對民) 파급효과가 낮다는 이유로 정부지원에 있어서도 상대적으로 박탈감에 빠져있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액社의 가격인상, 탄산공급파동, 탱크로리 이충전, 용기재검장 민간이양, 밸브재사용, 잉여가스문제 등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연초부터 크고 작은 문제들이 빈발하면서 국내 산업용가스 업체들에게 있어 2001년은 그 어느해보다 힘겨운 한해가 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서기 2010년 미래사회의 ‘(주)가스토피아(Gastopia Co., Ltd.)’라는 가상 산업용가스 충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산소 사장을 통해 이상적(理想的)인 산업용가스 충전소의 견본을 제시함으로서 산업용가스업계가 나아가야 할 하나의 방향을 제시해 보고자한다.
지리산의 한줄기인 경남 하동에 위치한 산업용가스 충전소인 ㈜가스토피아(Gastopia.co.,Ltd.대표이사 金酸素)는 회사를 설립한지 10년만에 의료분야. 그것도 외과수술용 레이저 가스 제조.공급으로 세계 시장의 30%를 석권하며 매년 20%이상의 급속한 매출신장을 거듭하고 있다.
金사장은 “이제 산업용가스 충전소는 자체 기술력을 통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우리 회사도 불과 몇 년전까지만해도 충전.판매에만 치중했으나 선진외국을 돌며 투자와 개발을 거듭한 결과, 레이저가스 분석기술의 터득과 함께 보다 전문적인 가스개발이 가능했다.”며 자랑한다.
㈜가스토피아가 개발한 레이저가스는 5개의 가스를 혼합한 것으로 외과수술시 통증이 전혀없는 동시에 외상 치유정도가 90%에 가깝다는 것이 장점으로 현재 전세계 51개국에서 사용되고 있다.
金사장의 하루 일과는 충전장 배관의 이상유무확인과 청결상태, 안전관리점검에서부터 시작된다.
먼저 충전장의 배관의 이상유무를 확인하고 레이저가스 혼합기의 상태점검 및 직원들의 안전교육과 관련한 실무지침을 하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후 이런저런 이유로 수년간 업계의 도마위에 올랐던 용기 재검사방법이 5년전부터 자체검사로 변경됨에 따라 지금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2평 남짓한 공간에 수압테스트기, 쇼트기를 설치.운용중인 용기재검사장에 들러 전날 입고된 재검사 대상용기와 재사용이 가능한 밸브의 이상유무를 파악, 재고관리에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또한 수요처나 사업장과 관련한 안전관리면에 있어서도 용기가 과거 민.관영용기재검사장이 운영될 때보다 자체검사시 사고위험성이 크게 줄었다는 것도 특이할만한 상황이다.
이는 사고 발생시 가장 크게 다치는 사람이 사업장과 사업주이기 때문에 내 자산관리에 대한 부분은 확실한 책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인지하고 있는 탓이다.
현재 3대의 탱크로리를 운용중인 金사장은 바쁜 업무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안전관리자와 동승, 액제조사와 자사수요처를 방문해 자사 직원들과 수요처 관리실태를 점검하는 것도 중요한 일과에 포함되고 있다.
오후에는 이미 스케줄이 잡혀있는 한국산업용가스협회 충전분과 정기이사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산업용가스협회(Korea Industrial Gases Association.KIGA)는 지난 2003년에 시장안정화 및 권익옹호차원의 취지로 설립, 현재 액(液)제조분과, 충전분과, 판매분과, 설비.장비분과, 극초저온연구분과 등 5개분과 36개 지역조직으로 운용중이며 회원 2천5백여명이 소속돼 있다.
특히 충전분과는 협회설립초기에 인천, 부산, 울산, 대구, 광주 등 지역별로 5개이상의 충전소를 통합해 설립한 전국 7개의 공동충전소를 통해 공공부문입찰 등에서 일조한 덕분에 활동이 가장 왕성한 조직체가 되고 있다.
지난해 6월 울진, 보령, 인천 등 발전소와 군납용 가스공급 입찰에서 산소기준으로 병당 공급가격을 9천원에 공급키로 수의계약을 체결, 업계의 수익률을 최상으로 향상시키면서 회원사간의 유대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형성된 가스 공급가격은 과거 10년전에 비해 4배이상 상승됐다.
이는 적정마진을 차지하더라도 제조원가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함께 물류비, 인건비, 물가상승률 등과 함께 정부가 마련한 안전관리 대책과 관련해 비용책정이 원만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에서 강력하게 요구하는 안전관리 부분에 있어서는 제조가격의 30%가량이 지속적으로 투자될 수밖에 없어 가격을 형성하는데 있어서 공급자와 수요자간에 중요 쟁점이 되고 있는 현실이다.
요즘 金사장은 지난해 대전 L호텔에서 KIGA(한국산업용가스협회)주최로 개최된 제3회 World Industrial Gases Technical 심포지움에서 미국의 한 메이커 마케팅 담당자가 발표했던 ‘가스 마케팅 기술전략'을 습득, 가스 마케팅에 대한 실무이론을 국내 가스시장에 접목시켜 수요처에 산업용가스의 이미지 제고와 함께 가스의 효율적인 사용방법을 주지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따라서 金사장은 수요처에서 단순히 가스를 사용하는 데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스의 특성분석과 함께 정확한 사전.사후관리를 철저히 제공함으로써 가격인하경쟁보다 경쟁력에서 우위를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가스토피아가 매출과 이익창출면에서 가장 큰 효율을 발휘하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거래 판매업소와 수요처 등에 대여중인 용기와 저장탱크에 대한 임대료부분에서 월평균 1천만원이 웃도는 수익을 거둬드리고 있다는 것이다.
20여기의 저장탱크와 2천여개의 용기중 감가상각이 제외된 부분만 감안하더라도 지난 수십년간 무상임대했던 상황에 비해 수익률은 200%를 훨씬 넘어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렇듯 경제적인 부분의 안정화는 결국 수요처가 요구하는 경쟁강화부분에 있어서 과거 산소, 질소, 아르곤, 탄산 등의 충전.판매에만 그쳤던 구습보다는 외국 기술을 도입하고 자체 R&D를 추진한 결과 반도체, 의료, 용접, 레이저, 정제, 재활용, 식품 및 음료 등의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과 노하우를 보유한 전문충전소들의 출현을 유도해 내고 있다.
㈜가스토피아도 이런 움직임에서 선두적인 역할을 하며 외과수술용 레이저가스 전문공급업체로 확고한 자리매김에 성공한 것이다.
물론 일부 충전소의 경우 아직도 박리다매 형식의 가격파괴전략을 사용하는 업체들이 존재하고 있고 일부 신규업체들이 초기 시장진입시 가격인하를 단행하고는 있지만 시장자체가 가격보다는 서비스 위주로 재편되고 있어 과거처럼 감정적인 경쟁을 무리하게 감행하는 상황은 아니다.
이러한 가스업계의 자발적인 노력덕분에 충전업계를 비롯한 산업용가스업계는 사고 발생율이 급격히 감소, 지난 2009년에는 전국적인 무사고 기록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룩하기도 했다.
그러나 金사장에게 있어 과거 10년간의 기억속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사건은 지난 2007년 전세계를 강타했던 산업용가스 파동이다.
정부가 산업용가스의 중요성을 절실히 자각하게 만들었던 당시의 파동은 2006년말부터 전세계 경제가 급상승하면서 선진국과 후진국을 막론하고 산업용가스 소비량이 급증한데 따른 것으로 공기를 원료로 하는 산소, 질소, 아르곤을 제외한 거의 모든 산업용가스가 품귀현상을 보였다.
산업용가스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음은 물론 수입도 전혀 불가능해지면서 반도체용 특수가스, 헬륨 등 수입의존도가 높았던 산업용가스의 재고가 바닥을 보였고 국내 산업도 근간이 뿌리째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던 정부는 새삼 산업용가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후 제도개선과 함께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기존 산업용가스 업체들을 지원하는 한편 특수가스의 국산화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따라서 현재 산업용가스가 LPG나 LNG 이상의 중요한 자원으로 부각된 점이나 지금까지 LPG에 버금가는 다각적인 지원이 계속되고 있는 것도 어떻게 보면 2007년에 있었던 파동이 가져다준 선물이라는 것이 金사장의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