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체, 제품생산보다 원재료를 직접 파는 것이 이익
경유價 ℓ당 2,000원 넘봐…석화사도 부산물 감산 및 가격인상
지난달 본지의 108호 분석기사(국제유가 변동으로 인한 산업용가스업종에의 파장)에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라고 언급한지 한 달여 만에 배럴당 10~14달러 이상 치솟으며 연일 기록갱신(?)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원유 등을 원료로 하는 각종 석유화학 관련제품들의 가격마저 동반상승하는 등 국가경제의 근간마저 뒤흔들어 놓고 있는 실정이다.
간단한 예로 지난 90년 경유의 주유소 가격이 리터당 182원이었던 것에 반해 지금은 1,100% 이상 폭등해 5월 30일 기준으로 주유소 평균 소비자가격이 일부지역에서는 휘발유 가격(1,888원)을 넘어선 1,892원으로 판매되고 있다.
경유를 연료로 하는 화물 운송용 차량들은 물류비에 대한 심각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는 현실에 부딪혔다.
실제로 90년 당시 수도권 지역에서는 화물 15톤 운송기준으로 운반비가 20만원을 밑돌았지만 경유가가 11배가 오른 현실에서도 실제 지급되는 운반비는 30만원 전후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로 인해 화물운송업계는 그동안 최소한의 생계유지를 위해 전체 운반비에서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30%로 예상해 왔으나 이제는 유가 폭등으로 인해 운반비의 60%이상이 유류비로 사용되고 있어 쉬지 않고 일을 해도 적자를 면치 못하는 실정이라며 울상이다.
결국 이같은 유가 폭등은 생계비에도 못미치는 이득을 위해 장시간 동안 운전대를 잡기보다는 운반을 포기하는 것이 낫다는 표현에 부합된다.
주로 액체가스를 운송하는 산업용가스업계도 이같은 상황과 별반 차이가 없다.
10톤형 탱크로리가 주로 운행됐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에는 물류비 절감차원으로 적재용량의 대형화 추세로 이어지면서 15톤, 20톤형 탱크로리 또는 탱크 트레일러가 사용되고 있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물류비 인상이 가스가격 인상을 불가피하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된다.
그렇다고 쉽사리 가스가격에 반영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경제실정과 업계의 시장상황이다 보니 운송거리 등 제반운반여건에 맞춰 무조건 많이 팔아야 한다는 부담감만 곱절로 높아져 업계 내부의 갈등과 함께 치열한 경쟁상황으로 치닫게 하고 있다.
현재 운행되는 탱크로리의 평균 연비는 ℓ당 2.5km 내외다. 400ℓ를 주유하고 서울과 부산을 왕복하는데 드는 비용은 유류비만 756,000원이 넘어서고 인건비와 통행료, 계근비, 감가상각비(차량할부, 타이어교체 등), 보험료 등을 모두 포함할 경우 1백만원의 운반비는 예사다.
여기에 산소, 아르곤, 탄산, 수소 등 가스별 가격은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소비자가 기준으로 kg당 150원으로 단순 가정할 경우 액체가스 15톤을 가득 충전해 소비자에게 가져다주는데 드는 비용은 3백만원이 훌쩍 넘는 것을 알 수 있다.
유가 상승의 영향은 이뿐만이 아니다. 산업용가스업계가 당면한 현실은 1차적으로는 물류운송비의 상승으로 생산원가 부담이 가중되는 것이 표면화돼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고민이 더 많이 쌓여 있다.
대표적으로 석유화학의 부산물인 수소(H2), 탄산(CO2), 에틸렌(C2H4) 등의 원재료 공급가격의 인상이 제품생산 원가를 높이는데 더 심각한 작용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석유화학사들이 이같은 원재료의 감산이나 공급가격의 20~30% 인상을 요구해 시장에서의 반영은 하지도 못한 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사업을 꾸려나가고는 있는 형편이라는 설명이다.
이러한 상황에 맞춰 현재 산업용가스업계의 현실을 성토해 보면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10년 전에 150원이었던 산업용가스 공급가격이 그동안의 물가상승률을 감안하지 않고 주변 상품들의 가치변화에 대비해 보더라도 160~170원 이상은 됐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선 140원 이하로 하락하는 기현상이 난무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상황에서 산업용가스업계가 소비자든 일반 시민이든 간에 상식선에서 쉽게 이해하고 설명이 가능한 유류비 인상폭이라도 소매가격에 적용할 수 있을 런지 궁금할 따름이다.
어찌됐든 자기 스스로 머리를 깎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고 보면 이제는 소비자가 쉽게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차원에서라도 철저한 원가분석을 통한 합리적인 가격을 도출하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철강재 대란의 파장 심각
유가 폭등에 이어 엎친데 겹친 현실문제는 저장탱크 제작용 철판 등의 원자재 대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수개월 전만해도 철강업체들이 1년가량의 기한을 두고 발주를 받아주기라도 했지만 이제는 아예 먼발치에서 발주서를 보기만 해도 피해버릴 정도의 상황으로 급변했다는 것이다.
그마나 과거에는 통했을 법한 혈연, 지연, 학연 등 인맥을 총 동원해 하루라도 빨리 공급을 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노력도 허사가 되고 있어 일부 초저온 저장탱크 제조업체의 영업관계자들은 수주받기를 거부하는 사태에 까지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상하리만큼 초저온 저장탱크의 제품가격은 큰 변동이 없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이유에 대해 관련업계는 수입업체를 포함해 12개 저장탱크 제조업체가 좁은 시장에서 치열한 각개전투를 벌이며 기술이나 영업력보다는 가격경쟁에 치중하고 있는 탓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과거에 사놓은 철판으로 저장탱크를 제작해 파는 것보다 철판 자체를 되파는 것이 현실적으로는 30%가량 이득이 될 정도”라고 설명하고 저가 부품 등을 사용해 가격을 낮추는 것 보다는 제 가격을 받고 안전하고 튼실한 제품을 고객에게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대부분의 저장탱크 제조업체들은 수요처의 선주문 형태로 수주 계약이 이뤄지면서 관행상 가격연동이 어려운 탓에 원자재 폭등에 따른 이미 수주한 가격에 맞추지 못하는 수준으로 치달으면서 40~50%이상 치솟은 원가비용에 대한 선처(?)를 요구하는 실정이다.
원자재 대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황동이나 스테인리스, 원관, 구리 등 철강재를 사용하는 고압용기(실린더), 밸브, 초저온 용기 등도 수급조절은 물론 점진적인 가격인상을 추진하고 있으나 현실적인 여건은 열악하다는 게 이들 업계의 전언이다.
더욱이 세계 철강 메이저업체들은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을 공급부족과 생산량 감소 등을 이유로 지속적으로 인상하고 있어 철강석을 이용한 철강제품가격들의 동반인상이 예고돼 이들 제조업체들의 앞날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이와 함께 산업용가스 공급업체들도 철판 수급불안 등 원자재 대란으로 인한 가스 수요의 감소를 직·간접적으로 우려하고 있다.
액체탄산, 산소, 아르곤, 아세틸렌 등의 대량 수요처인 조선업계가 후판 수급상황을 심각하게 고민하면서 차기 수주보다는 일단 물량 확보가 우선시되는 양상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울산, 거제, 목포, 군산, 포항 등 블록형 공장들이 집중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지역에서는 현재도 철판 수급이 어려워 일손을 놓고 있는 상황으로 확대되면서 용접, 절단 등에 사용되는 산소, 탄산, 아르곤 등 가스사용량이 감소되는 직접적인 원인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용가스업계는 유가 폭등으로 인한 생산량 감소에 따른 공급부족과 매출감소 등이 수반되면서 생존권 유지차원에서 산업용가스의 가격 현실화를 절대적인 방안으로 인식하고 그동안 반영하지 못한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현재 가격보다 최소 15~30%의 공급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