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액체 산소, 질소, 아르곤 제조용 공기분리장치인 ASU(Air Separation Unit)플랜트가 도입돼 산업용가스 제조산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약 30여년전의 일이다.
물론 기산플랜트에 의한 생산방식은 일제시대인 1930년대에 도입돼 美군정기를 거쳐 성장하는 듯하다가 1970년대 후반부터 액체플랜트에 밀려 지난 90년대 초까지 전국적으로 2~3개만이 충전소를 통해 명맥을 유지해 오기도 했다.
이같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여전히 산업용가스와 관련한 대다수 분야에서 통계나 분류 등 공식적인 기초데이터를 접하기는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운 실정이다.
미국, 일본, 유럽, 중국 등 대다수 국가들은 정부기관 또는 협회 차원에서 월별 또는 연간으로 관련 데이터를 꾸준히 집계해 분석함으로서 시장정보 교류와 함께 산업의 활성화를 꾀하고 있지만 세계 10대 경제국으로 일컫는 우리나라의 경우는 협회나 정부 등 유관기관에서도 구체적이고 정확한 데이터가 전무하거나 자료로서의 효용가치가 충분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본지는 8년여간의 지속적인 취재활동을 통해 수집된 국내 메이저 및 자가플랜트 운용업체들의 ASU 플랜트 설치현황에 대한 분석을 통해 산업용가스에 대한 시장상황을 감히 파악해 보고자 한다.
이러한 조사결과치는 유관기관이 보유중인 기존 데이터는 참조하지 않은 백지상태에서 본지가 스스로 파악하고 추정한 것으로 일정부분에 대해서는 정확성이 다소 낮을 수도 있음을 미리 밝혀둔다.<편집자주>
국내 산업용가스 업계의 역사
국내에서는 1960년대 중반 가스메이저들이 등장하기 전부터 국가경제개발계획의 일환으로 충주 비료공장, 포항제철소, 울산 석유화학단지 등에서 ASU플랜트의 도입이 추진되면서 본격적인 산업용가스 산업이 개화됐다.
당시 설치된 ASU플랜트는 50~300㎥/h 규모의 소형 플랜트로 일부 섬유업체와 전자, 조선소, 철강, 화학산업 등의 분야에서 주로 사용됐으며 도입된 수량은 약 15기 가령에 불과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중대형 ASU플랜트가 출현하기 시작된 것은 정부의 주도하에 추진된 포항제철소의 건설과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고로(高爐)에 사용되는 산소 생산을 위해 포항제철소(現 포스코 포항공장)가 국내 최초로 1,000N㎥/h 이상의 생산플랜트를 건설한 이래 울산에 대규모 석유화학단지가 조성되면서 많은 업체들이 앞 다퉈 가스플랜트의 도입을 추진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현재 포스코는 포항과 광양제철소를 합쳐 28기의 초대형 플랜트를 보유하고 있으며 추가적으로 플랜트 건설공사가 추진되고 있다. 이밖에 석유화학사와 철강산업과 연관된 기업들이 플랜트를 자체적으로 추진한 결과 국내에서는 수요처가 직접 보유하고 있는 자가플랜트에 비해 상업용 가스메이저들의 생산량은 약 45% 수준에 머물고 있다.
대표적인 철강기업인 포스코(포항, 광양제철소)와 현대제철은 각각 28기와 6기의 중대형 ASU플랜트를 보유하면서 국내 산업용가스 전체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면서 유통시장에서도 막강한 힘을 과시하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1977년 PKC가 처음으로 경남 창원에 상업용 플랜트를 건설하기 이전까지는 국내 산업용가스 시장은 규모나 구조면에서 하나의 산업이라고 불리기보다는 부가장치나 소모품의 일부분으로 인식되는 동시에 체계적인 유통구조는 갖추지 못했다.
따라서 1980년도 초에는 동국제강을 비롯한 철강, 조선, 전자, 제약 등과 같은 일부 수요처들을 제외하면 산업용가스에 대한 대량수요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20여일간 플랜트를 가동한 뒤에는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1개월여간 공장가동을 중지했었다는 것이 업계의 1세대 종사자들의 전언이다.
현재와 같이 플랜트의 도입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체계적인 유통이 진행된 국내 산업용가스의 부흥시기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산업이 대한민국의 핵심육성사업으로 부각되었던 80년대 중반을 거치면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지난 1984년 삼성전자가 모험적으로 시작한 반도체 산업은 섬유, 신발 등과 같은 전통 수출산업들을 능가하는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면서 LG반도체, 현대반도체(現 하이닉스) 등이 잇따라 설립됐고 이들 국내 반도체제조업체들이 전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것이다.
이때부터 시작된 반도체산업과 산업용가스업계와의 관계는 갈라설 수 없는 실과 바늘처럼 동반자로서 여전히 이어지고 있으며 현재는 국내 산업용가스산업의 최대 수요처로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굳건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이러한 여파는 과거에 유일한 공급방식이었던 Bulk시스템을 서서히 쇠퇴시키면서 1990년대에 이르러 도입된 온사이트와 파이프라인 방식의 산업용가스 플랜트가 가동되기 시작해 국가적으로 공업단지 형성이 활성화되었던 시기와 맞물려 산업용가스는 기체공급방식으로 대거 전환되는 시기를 맞았다.
이로 인해 수요처와 메이저들은 유통가격과 안정적인 공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상호 반사적인 이익을 누리며 여타 제조산업에 비해 성장속도는 빠른 진척을 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자가플랜트를 통한 온사이트 공급시스템은 지난 98년 발발했던 IMF(국제통화기금)관리체제하에서 아웃소싱을 통한 구조조정과 경영합리화 차원에서 가스메이저에 매각 또는 위탁관리체제로 전환되면서 국내 산업용가스의 시장구조에 대대적인 변혁을 초래했다.
당시만 해도 국내 대형 산업용가스 수요처들은 자가 플랜트 보유가 경쟁사에 대한 자랑거리이자 경쟁력을 키우는 하나의 원인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대형플랜트를 갖추는 것은 당연한 부대사업으로 여기는 동시에 원가분석이 필요없는 잉여가스 판매에 상당한 매력을 가지고 별도 법인을 세워 부가수익에 열중하기도 했었다.
결국 수요처이면서 생산·공급자였던 자가플랜트 보유업체들은 IMF사태를 계기로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면서 산업용가스 관련 유틸리티 및 시스템들을 아웃소싱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물론 우리나라의 산업용가스 산업은 여전히 철강과 석유화학업체들의 자가플랜트가 상당부분의 영역을 차지하고는 있지만 선진외국의 사례처럼 앞으로는 산업용가스 공급업체와 수요업체가 서서히 분리돼 보다 전문성을 갖고 각자의 사업에 집중하는 형태로의 전환은 꼭 필요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국내 산업용가스 메이저의 현황
현재 국내 산업용가스업계의 유통시장의 최정점에 서있는 에어프로덕츠코리아(이하 APK), 대성산업가스(이하 DIG), 프렉스에어코리아(이하 PKC), 린데코리아(이하 LDK) 등 메이저 4社들은 1970년대 후반과 80년대에 이르러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가장 먼저 지난 1973년 APK의 전신인 한국산업가스가 일본의 나니와산소社와의 합작법인인 ‘한국액산’이란 이름으로 산업용가스 유통시장에 첫발을 내딛었으며 뒤이어 1975년에는 PKC가 미국의 Union Carbide Industrial Gases社와 쌍용그룹, 경남기업 등 국내법인의 합작투자계약에 의해 설립됐다.
